한국 인구 자연감소 시작…출산율 0.84명 세계 최저

중앙일보

입력 2021.02.24 12:05

업데이트 2021.02.24 12:34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줄며 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자연감소했다. 정부가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지난 10년 동안 200조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한 출산율 0명대 국가로, 다른 국가와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사상첫인구감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사상첫인구감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는 27만2400명으로 1년 전보다 10%(3만300명) 감소했다. 반대로 사망자는 30만5100명으로 전년 대비 3.4%(1만명) 증가했다. 태어나는 아이는 줄고, 사망하는 사람은 늘면서 지난해 한국 인구는 3만3000명 자연감소했다.

앞으로 인구 더 빠르게 줄어든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8년(0.98명) 처음으로 0명대에 진입한 뒤 2019년(0.94명), 2020년(0.84명)에 걸쳐 계속 감소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꼴찌다. OECD 평균은 1.63명(2018년 기준)이다. 한국을 제외하고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인 스페인(1.26명)과도 격차가 있다.

앞서 통계청은 한국에 사는 내국인과 외국인 총인구가 2028년 5194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2029년부터 서서히 감소해 2067년에는 3929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국인 인구는 이미 자연감소를 시작했다.

사망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앞으로 인구가 더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인구 1000명당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조(粗)사망률은 지난해 5.9명으로 1987년 이후 33년 만에 가장 높았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구 자연감소 시계가 빨라질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결혼·임신 유예로 내년 합계출산율이 통계청의 비관 시나리오인 0.72명 수준을 밑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도별인구증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시도별인구증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인구 감소’발(發) 경제 위기 본격화

앞으로는 인구 감소로 인한 고용·교육·의료·주택 등의 분야에서 위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당장 국민연금 등 의무지출 비용 문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줄면서 보험료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연금 개혁 논의는 2018년 이후 지지부진한 상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미충원 문제도 현실화하고 있다.

국가채무는 계속 늘어나는데 인구가 줄면서 개인이 짊어져야 할 나랏빚 부담도 커진다. 기획재정부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1600만원 수준이었던 1인당 국가채무는 2060년 1억14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인구 감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전반적인 경제 성장을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경제 성장과 내수 및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은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6~2035년 0.4%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생 문제는 결국 여성·청년·고령자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고용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이들이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제대로 일할 수 없는 기존의 고용시장 구조를 깨고 생산성을 높이면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경제 위기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균 출산연령 33.1세 

지난해 평균 출산연령은 33.1세로 전년 대비 0.1세 상승했다. 첫째 아이는 평균 32.3세에, 둘째는 33.9세에, 셋째는 35.3세에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아이가 결혼한 부부에서 태어나는 한국에서 청년들이 결혼을 늦추는 경향이 늘어나자 출산연령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출산율이 감소했다. 40대 초반(40~44세)도 0.1% 증가하는 데 그쳤고, 40대 후반(45~49세)은 제자리(0%)였다.

지난해 아이를 낳은 부부 가운데 40.6%가 결혼 2~4년차였다. 결혼한 지 2년 안에 아이를 낳은 부부는 33.9%였다. 5년 이상 된 부부도 25.5%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세종·서울·울산·인천·제주 등 6개 시·도에서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증가했다. 이밖에 11개 시·도 인구는 자연감소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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