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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코로나 '셀프고립'에 평양 체코 대사관 문 닫았다

중앙일보

입력

북한에 대사관을 둔 체코가 평양 공관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주자나 슈티호바 체코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대부분의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체코 역시 일시적으로 (평양 주재) 대사관의 운영을 중단한다”며 “이는 북한의 국경 봉쇄와 관련된 물류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재원 생필품 부족에 공관 유지 한계

지난해 1월 북한의 국경봉쇄 이후 북한에 머물던 대사관 직원들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대거 북한을 떠났지만 체코는 러시아 등과 함께 평양 대사관을 유지했다.

북한의 국경봉쇄 조치가 1년을 넘기면서 평양에 체류중인 외국 공관원들이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강조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의 국경봉쇄 조치가 1년을 넘기면서 평양에 체류중인 외국 공관원들이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강조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국경 봉쇄가 1년을 넘기고, 북한의 경제 사정이 악화하며 대사관 근무자들의 생필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평양 주재 체코 대사관 관계자는 지난 9일엔 RFA에 “설탕과 식용유가 동나고 전력난이 심각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역시 “밀가루 등 생필품 가격이 급등했을 뿐만 아니라 공급이 여의치 않고, 직원 자녀들의 옷을 구입하기 어려워 대사관 직원들 간에 돌려 입기를 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북한이 외국과의 교역을 전면 중단함으로써 외교관들까지 생필품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평양 공관을 유지하고 있는 EU 국가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폴란드 정도인데, 체코 외교관들이 평양 생활을 견디지 못하면서 대사관 운영 중단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 해군연구소(CNA)의 켄 고스 국장은 “국경봉쇄에 따른 북한 내 생필품 부족과 전력난 등 경제적 요소 때문에 체코가 평양주재 대사관 운영을 중단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면서 대사관들의 역할과 기능이 매우 축소됐고, 교류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연일 각종 매체를 동원해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통한 ‘버티기’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 국경을 봉쇄한 조치가 경제난을 가중시켰고, 나아가 외교적인 고립사태를 부르는 악순환을 부른다는 지적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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