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학의 출금’ 靑개입 단서? "이광철, 차규근·이규원 조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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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임현동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임현동 기자

검찰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2019년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 출금 과정에 이규원 당시 대검 진상조사단 파견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등과 조율한 정황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 같은 해 안양지청 수사무마 외압 의혹과 관련 대검찰청 반부패부와 안양지청 사이의 통화기록 등도 확보했다고 한다.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의 재소환 통보에도 불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성윤, 재소환 통보에도 불응

허겁지겁 급박했던 2019년 ‘그날’, 靑 입김 있었나

2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수사팀(이정섭 형사3부장)은 당시 청와대에서 검찰 과거사 업무를 담당한 이광철 비서관이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본부장을 조율하며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을 막는 데 직접 개입했다는 진술과 정황을 확보했다고 한다. 특히 이 비서관이 2019년 3월 22일 밤 이규원 검사에게 ‘긴급 출금 요청을 해야 한다’고 전달한 당사자라는 정황도 파악했다고 한다.

당일 밤 11시께 별도 술자리에 있던 이 검사는 이광철 비서관과 차규근 본부장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대검 진상조사단 명의로 긴급 출금 요청서를 작성해 보냈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금 과정에 이 비서관이 '조율자'로 개입한 정황은 청와대 개입 의혹과도 직결되는 핵심 단서다. 특히 이 비서관(51)은 이규원(43) 검사보다 나이는 여덟살 많지만 사법연수원 동기(36기)로 변호사 시절 같은 법무법인에서 일해 평소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고 한다.

검찰은 이 비서관이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당일 뿐 아니라 수일 전부터 이 검사는 물론 차 본부장과 김 전 차관의 해외 출국 저지 방안에 대해 여러차례 논의한 정황도 파악했다고 한다.

이 비서관은 이날 긴급 출금 조율자 역할과 관련한 중앙일보 질의에 “(청와대) 비서관의 위치에서 언론과 직접 소통하는 것은 스스로 금하고 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시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시스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당일 이규원 검사는 차 본부장 등의 안내를 받아 긴급 출금 요청을 하긴 했지만 야간의 급박한 상황에서 허둥댄 흔적도 많이 남겼다.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른 긴급 출금 양식이 아니라 일반 출금 양식 서류를 출력해 '긴급'이라고 수기로 추가했고 김 전 차관이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2013년 서울중앙지검 사건번호가 적어서 보냈다. 이 검사의 긴급 출금 요청이 인천공항에 접수한 시각은 같은 해 3월 23일 0시 8분으로 김 전 차관이 타려던 태국 방콕행 항공기 이륙 12분 전이었다.

2분 뒤 차 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인천공항 출입국청 직원들이 김 전 차관을 탑승구 인근에서 붙잡아 출국을 저지한 이후 이 검사는 허위 긴급출금 승인요청서를 추가로 작성해 출입국 본부에 보냈다.

오전 1시 50분부터 4시 21분 사이 이번엔 당시 존재하지도 않았던 ‘서울동부지검 내사 1호’ 사건번호를 넣은 공문을 사진으로 찍어 출입국본부 직원 휴대전화로 전송한 것이다.

검찰은 이처럼 급박하게 이뤄진 허위 긴급 출금을 평검사가 독단적으로 결정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이 비서관의 지시·공모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비서관과 이 검사 등의 공모 관계가 검찰 수사로 규명된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두 사람이 적법절차를 거쳐 긴급 출금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인식을 공유한 상황에서 긴급출금으로 개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면 직권남용에 대한 공범 의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檢 ‘이성윤 반부패부-안양지청 개입’ 접점도 확인

이와 함께 수사팀은 당시 이성윤 부장을 포함한 대검 반부패부의 보고라인이 안양지청과 접촉해 외압을 행사한 접점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9년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할 당시 ‘이규원 검사 비위보고서’까지 대검에 제출했음에도 수사가 무산된 이유를 설명할 물증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최근 재차 이 지검장에 대한 소환을 통보했으나 불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 지검장은 설연휴에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온 뒤 “통상적인 대검 보고 절차를 거쳐 적법한 지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뉴스1]

이 지검장은 ‘수사 무마’ 외에 ‘불법 출금’에도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당시 대검 반부패부는 불법 긴급 출금 이후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사후에라도 (내사번호를) 추인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반부패부 보고 라인은 ‘수사지휘과장-선임연구관-반부패부장’으로 이어진다. 검찰은 반부패부장으로 최종 책임자인 이 지검장 외에는 모두 소환 조사를 마친 상황이다.

이 지검장의 잇따른 소환 거부에 검찰 내부에서도 “현직 검사장이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면 누가 검찰 수사를 받겠냐”는 한탄이 터져 나왔다. 한 현직 검사는 “전직 대통령과 전직 대법원장까지 검찰 수사를 받았다. 사실관계 규명과 조직 신뢰를 위해서라도 수사에 응하는 것이 옳다는 게 내부의 목소리”라고 전했다.

김수민‧정유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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