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정애 논설위원이 간다

盧때 '文민정수석' 천거한 김성재 "신현수 무력화 이해 안 돼"

중앙일보

입력 2021.02.24 00:38

업데이트 2021.02.2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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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전임 민정수석들이 본 신현수 사의 파문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가 22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퇴 파문과 관련해 “역사와 국민을 무섭게 아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가 22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퇴 파문과 관련해 “역사와 국민을 무섭게 아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 내정자로 중앙 무대에 처음 등장했다. 비닐봉지에 간단한 소지품을 담아 다니는 일종의 기인으로였다. 1999년 이래 최장수 민정수석(2년 4개월)이 됐다. 정치의 ‘원체험’을 민정으로 한 것이다.

[고정애 논설위원이 간다]
‘문재인 민정수석’ 천거한 김성재
“수석 패싱은 직무유기이자 농단
박범계 해임, 신현수 사표 수리해야”
곽상도 “대통령도 패싱, 선례 있나”

문 대통령에게서 그 가능성을 처음 본 이는 김대중(DJ) 정부의 첫 민정수석이었던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다. 김 상임이사는 자신이 민정수석으로 임명됐을 때 문 대통령에게 민정비서관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었다. 3년여 뒤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이 민정수석으로 다른 이를 임명하려 했을 때, 문 대통령을 강력하게 천거한 이도 김 상임이사였다. “문재인 변호사는 순수하고 책임감 있는, 그래서 같이 일하고 싶었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파문이 불거지고 김 상임이사를 떠올렸다. 세 차례 대화했는데 두 번은 신 수석이 업무로 복귀하기 전, 한 번은 복귀한 후다. 마지막 대화였던 23일 여권에선 “봉합됐다”고 했다. 수화기 너머로 김 원장은 그래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봉한다고 본질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검찰개혁이 정권의 부정·비리를 막는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켜서도 안 된다. 박범계 법무장관을 해임하고 신 수석의 사표는 수리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남은 1년 본인이 약속한 소득주도성장, 청년 일자리 창출, 부동산 집값 안정 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걸 안 하면 어떤 성과를 둘러대도 실패한 대통령이 되는데 그런 대통령이 되지 않길 바란다.”

#1. 가장 신임해야 할 민정수석 무력화는 이해 안 돼

첫 대화였던 19일 통화에서 김 상임이사는 “정상이 아니다. 민정수석을 무력화한 거니까 법무장관이 우선 잘못했고 그걸 용납한 대통령도 잘못한 것 같다”고 했다. 22일 오전, 신 수석이 휴가에서 돌아왔으나 업무복귀 발표가 나기 전에 김 상임이사를 만났다. 서울 마포의 김대중도서관에서였다.

그는 먼저 A4 용지 2장의 문건을 내밀었다. ‘민정수석 업무’란 제목이었다. ▶권력 남용 등의 문제 때문에 DJ 정부 출범 때 폐지했다가 16개월 만인 1999년 부활시켰고 ▶민심과 민생을 살펴 국정에 반영하는 업무(civil affairs)를 담당해 대통령에게 직보·직언하며 ▶인사와 공직기강을 담당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김 상임이사는 그러면서 “민정수석은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수석이어야 한다”며 “그런 민정수석을 무력화했다는 건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민정수석의 업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아는 문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민정수석 때문에 국정의 난맥상을 초래했다는 게 굉장히 안타깝다”라고도 했다.

이번 일을 두고 정상이 아니라고 했다.
“민정수석을 제외하고 검찰 인사를 법무장관이 할 수 있다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모르고 인사 발표를 할 수 있다면 엄청난 직무유기고 농단이다. 이건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김 상임이사는 2018년 말에도 당시 조국 민정수석에 대해 경고했었다. 그는 “동지라고 생각했는데 비판한다고 (문 대통령이) 섭섭해할까”라면서도 “동지의식으로 조 수석을 감싸지 말고 빨리 바꾸라”고 조언했었다.

‘신현수 패싱’에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역할을 했다는 말이 있다. ‘조국 사람’으로 분류되는 이다.
“민정수석이 과거 사람에 의해 패싱 당할 수 있다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이광철 비서관이 뭐 했다는데, 신 수석으로선 무력감을 넘어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 대통령의 책임이다.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새로 임명했으면 권한을 가지고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 밑에 과거 사람을 둬 수석을 컨트롤하려면 안 되는 것이다.”
월성 원전, 울산시장 선거 사건 등에서 이 비서관을 포함, 논란이 되는 인사들이 아직도 청와대에 남아있다.
“대통령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가기도 한다. 대통령을 위한다는 이들이 얼마나 대통령에게 큰 부담을 주는가를 알아야 하는데 대통령을 이용하는 것 같다. 대통령을 보위한다는 명분 하에 자기네들의 이익과 안전을 꾀하려고 하는, 부도덕하고 불의한 행위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봐야겠지만 이들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어떻게 다 알겠나. 대통령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이익을 추구하면서 잘못된 건데 대통령이 자기가 신뢰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착한 문재인’이기에 그대로 둔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권 재창출하면 그간 문제들이 덮인다고 보기 때문이란 주장도 나온다.
“권력 가진 사람들 입장에선 정권 재창출은 당연히 꿈꿀 수 있고, 추구할 수 있다. 가능하냐는 둘째 문제다. 이들은 거리의 투사들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만들어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들 내부에서 정권연장이냐, 정권 재창출이냐 논란이 있다. 지금 중심은 (문재인 정부를) 계승하자는 거다. 정권연장적 의미다. 이게 국민과 국가를 위한 게 아니라 자기 세력의 이익과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국민과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검찰·법원 인사가 지금처럼 뒤틀렸던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 사법부와 검찰을 이렇게 농단한 적이 없다. 사법부와 검찰을 장악해 정권안보를 꾀하려 한다면 검찰개혁 명분도 사라지고 민주주의와 국가 근간을 무너뜨리고 결국엔 자기들에게 폐해가 돌아갈 것이다.”

#2. 대통령을 둘러싼 세력들

김 상임이사는 ‘문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세력’에 대해서도 말했다. ‘소위 촛불혁명 세력에 얹혀있는 것’이란 표현도 썼다. 정치권에선 ‘86(80년대 학번, 60년대 생)’, 법조계에선 민변, 시민사회에선 참여연대·민주노총이다. “문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세력들이 문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문 대통령을 위하는 척하면서 이용하는데 문 대통령이 그 중심을 잡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라거나 “이들 ‘촛불세력’의 각기 요구가 많아지고 인사 등 이해관계가 충돌되면서 불법적이고 부정과 비리 같은 게 나타나기도 하는 게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반면교사로 DJ가 별다른 인연이 없던 과거 노태우 정부의 정무수석(김중권)을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걸 예로 들었다. 50년 만의 정권교체라 국정 경험 있는 인사가 필요한 점도 있었지만 과거 자신의 동지들과 재야인사들이 청와대에 함부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김 상임이사는 “4년 내내 촛불혁명의 정부라고 이렇게 끌고 오면 대통령이 자기 역할을 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문 대통령이 신 수석에게 한 약속(검찰과의 안정적 관계)을 못 지킨 셈이란 지적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보면 앞에서 좋은 말 하고 뒷감당을 못 하는 용두사미 언행에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친해도 공적으로 엄할 때 엄해야 하는데…. 이걸 아는 사람들이 더 이용한다. 그 사람들이 훨씬 더 노련하니까. 더 엄하게 경계해야 하는데 안타깝다.”

#3. 이번이 처음이었을까

곽상도

곽상도

박근혜 정부 초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에게도 물었다. 검찰 출신으로 신 수석의 1년 위다. 그는 이번 사안에 대해 “문 대통령까지 패싱한, 역대 볼 수 없었던 일”이라며 “문제가 크게 될 것 같으니 덮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 수석을 두곤 “거의 식물 상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통령의 신임이 그 사람에게 없다는 걸 알면 어떤 사람도 이런저런 힘을 가지거나 행사하거나 자리 자격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한 곳이 청와대”라면서다. 그러곤 이런 말도 했다.

“대통령이 패싱 당했다는 건 문자 그대로 레임덕인데, 이게 과연 처음이었나가 사실 궁금하다. 1년여를 끈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안에서 보이듯, 대통령이 결정을 안 하니 박범계 법무장관 등이 선례를 보고 치고 나갔을 수 있다.” 박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이런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익명을 요청한 보수 정권의 민정수석 출신 법조인은 “4월 보선을 앞둔 현 정권에 너무 부담되니까 일시적 봉합한 것”이라며 “신 수석으로서도 의사표시는 충분히 했고 현 정권과 척지기가 바람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기보단 자리를 지키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고정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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