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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공무원 관치·지방의원 견제·주민들 외면 돌파할 좋은 기획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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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이승종 서울대교수,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왼쪽부터)이승종 서울대교수,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현 시점 주민자치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논의의 장이 펼쳐졌다.

전상직 회장 ‘주민자치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로 가야하나’ 주제 발표

19일 오후 이승종 서울대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대회 한국주민자치중앙회 5섹션에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주민자치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로 가야하나’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자로는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강재규 인제대 교수, 이삼주 전 한국지방재정학회장, 박태순 한국공론포럼 상임대표 등이 참여했다.

전상직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읍면동은 읍면동장이 임명되는 행정단체형태로 별도로 주민자치회를 필요로 한다”라고 전제한 뒤 “국가와 지자체가 지역사회와의 교집합을 독점해버리면 지역사회는 주민생활에서 공공을 형성하고 경영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함으로써 지역도 사회도 생활도 공공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의 자치를 통해 주민자치회를 만들기도 하지만 주민자치회를 통해 비로소 주민들이 자치할 수 있게 된다”라며 “국가는 분권을 통해 주민자치회가 자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며 주민자치회는 주민의 자치로 국가가 분권으로 의도하는 주민자치를 실현한다”라며 “주민자치의 기본조건은 분권과 자치로 △구역을 주민들이 나의 마을로 승인(자발성)하고 △주민을 주민들이 나의 이웃으로 승인(자주성)하고 △마을일을 주민들이 나의 일로 승인(자율성)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계속해서 전 회장은 “현재 시군구에는 주민자치협의회가 엄연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에 필요한 일을 협의회에 맡기지 않고 시민단체에 위탁하고 있다. 또 읍면동에는 주민자치위원회가 20년째 활동하고 있는데도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를 계약직 공무원으로 지원관을 선발하여 맡김으로써 주민을 주민자치에서 소외시키고 있다. 행안부가 주민자치 왜곡을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상직 회장은 또 최근 한병도, 김영배, 이명수 국회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주민자치회 관련 법안을 한국주민자치중앙회가 성안한 법안과 비교 분석하기도 했다.

전 회장은 주민자치회 성격에 대해 “비정부조직(NGO)이자 비영리조직(NPO)이며 비사적조직(NFO)의 특성을 가진다”고 정의하며 “매우 난이도 높은 수준의 정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자치현실은 “제도가 없는 상황 하에서 주민자치에 대해 공무원들은 관치를, 지방의원은 견제를, 주민들은 외면하고 있다”고 짚으며 “관료/의회 저지선을 뚫고 주민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좋은 기획을 해야 한다. 주민자치는 동행이다”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관치에서 자치로 바뀌니 주민의 지위는 ‘통치의 객체’에서 ‘통치의 주체’로 바뀌었고, 임명권자인 중앙정부와 상급기관만을 바라보고 행정을 해오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주민을 바라보고 행정을 하게 되었다”면서도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며 2040년 지방자치 미래비전을 그려보는 작업에서 주민의 적극적 참여가 가능할 수 있는 주민자치에 관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주민 요건과 구성의 다양성’과 함께 권력기관으로서의 수도권 중심 광역정부는 더 이상 의미가 없을 전망이며 도관(conduit) 역할 중심의 광역자치단체는 소멸하고 서비스 및 분쟁 조정기능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인구가 소멸되는 비수도권 농촌지역의 경우 지역단위 자치도 쉽지 않을 수 있으니 준광역단위(county level)를 통해 필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왼쪽부터)채진원 경희대 교수, 강재규 인제대 교수, 이삼주 전 한국지방재정학회장, 박태순 한국공론포럼 상임대표

(왼쪽부터)채진원 경희대 교수, 강재규 인제대 교수, 이삼주 전 한국지방재정학회장, 박태순 한국공론포럼 상임대표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발제에 적극적 공감을 표하면서도 “중앙집권적 권력관계를 바꾸지 않고 주민자치회를 내실화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인지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 또, 한국적 습속은 ‘자유’보다 ‘평등’이 주가 되고 있는데, 평등보다 시민과 주민들의 자유습속이 먼저 성숙해야 주민자치회의 관제화와 관치화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 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또 “상향식(bottom-up) 주민자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중앙집권적 권력구조와 관료주의 및 행정주의를 저항적으로 분쇄하겠다는 열정과 시민참여로 무장한 ‘자유시민의 민주적 습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원천권력으로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려는 힘이 헌법개정안으로 연결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차별화된 주민자치회 법률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재규 인제대 교수는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고, 국민의 기본권 실현이라는 헌법의 궁극적 이념과 목적을 달성하는데 지방자치가 불가피한 제도라는 전제 아래, 헌법전문을 개정하여 지방분권(자치)원리를 추가하고, 헌법 제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이다”라는 규정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 중인 규모가 지나치게 방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설립은 지방자치의 본질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논의는 극단적인 수도권 집중에서 비롯되는 국가의 모순구조를 해결해보려는 충정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규모의 자치단체라면 연방제 국가의 주의 규모에 해당하고 궁극적으로는 연방제 국가로의 전환이 바람직한 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삼주 전 지방재정학회장은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가증되고 있는 이때 사회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강력한 정부가 필요한 시점 강력한 정부란 국민의 신뢰와 순응은 국민 또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 토대 위에 성립한 민주적 정부이며, 이런 측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주민자치가 필요성과 활성화가 요구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회장은 “재정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음에도 예산 또는 재정부분은 관심의 대상에 제외되는 면이 있는데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라며 “또 주민자치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자발적 필요한 의한 조직이지만 다양한 장애요인으로 인해 주민자치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경우, 해결방법에 대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데,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한 바가지의 물”을 지원하는 것, 이에 해당하는 재원이 지방보조금이다”라고 설명했다.

박태순 한국공론포럼 상임회장은 “주민이 삶의 공간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발굴하고 논의하고 결정해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민에게 조직을 결성하고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이 안정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라며 “한국자치학회가 제안한 법률(안)이 주민주권과 주민자치에 필요한 정신과 내용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법률이 제정된다면, 대한제국에서 제정했으나 일제 침략으로 단명한 ‘향약규정 및 향회조규’의 전통을 계승·발전하는 일이 될 것이고 명실상부하게 국민의 시대에서 주민의 시대로 전환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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