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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원전 ‘지정철회 예고’에…“지원금 293억원 어떡해” 발동동

중앙일보

입력

23일 경북 영덕군에서 이희진 군수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영덕군]

23일 경북 영덕군에서 이희진 군수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영덕군]

정부가 천지원자력발전소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예고하자, 경북 영덕군이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원전 건설을 기다리면서 인구 4만명이 안되는 영덕군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면서다.

영덕군 "원전 취소로 3조7000억원 피해"

이희진 영덕군수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 건설 취소에 따른 직·간접적 경제 피해가 3조7000억원에 이른다. 정부의 책임 있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3조7000억원의 경제 피해는 신규원전 2기 건설에 따른 각종 기본 지원금과 영덕에 원전이 들어오면서 생길 경제적 파급효과, 일자리 등 각종 고용 효과를 60년 치로 추산한 금액이다.

구체적인 피해 보상 요구안도 내놨다. 우선 원전신청에 따른 특별지원금 문제다. 2014년 영덕군은 천지원전 건설을 신청하는 조건으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원전신청 특별지원금 380억원을 받았다. 그러다 2018년 정부 정책이 갑자기 '탈원전'으로 바뀌면서, 특별지원금 집행 보류 통보를 받았다.

문제는 이때 발생했다. 이 사이 영덕군은 철도용지 매입. 체육센터 건립 등 지역 발전 사업비로 293억원을 사용한 상태였다. 지방채 등을 발행해 특별지원금을 미리 군비로 당겨 쓰는 방식으로다.

이 군수는 기자회견에서 "원전 해제는 영덕군의 의지가 아닌 정부 정책에 의해 결정된 사항이다. 380억은 원전 신청에 따른 지원금으로 온전히 영덕군이 사용해야 한다. 영덕 주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준 380억원을 원전 건설과 상관없이 영덕군이 모두 사용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입장이다.

정부 지원금은 사업이 중단되면 반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2018년 특별지원금 집행 보류 통보 당시 정부에서도, 영덕군이 지역발전 사업 등에 특별지원금 상당 부분을 당겨 사용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회수 보류' 상태로 결정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덕군 한 간부 공무원은 "2018년엔 지정 철회 같은 공식적인 원전 건설 백지화 움직임이 없었다. 이제 지정 철회가 공식화됐으니…"라고 우려했다.

토지 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냈다. 천지원전 예정구역은 경북 영덕군 영덕읍과 축산면 일대 320여만㎡의 부지다. 전체 부지 가운데 보상이 이뤄진 곳은 18.5% 정도. 나머지 80% 이상은 미보상 상태다. 지주들은 원전 건설을 믿고 토지 보상을 기다려왔다.

이 군수는 "미보상 토지 소유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이들 지주는 원전이 들어올 것만 믿고 계속 기다려왔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특별법 제정을 통해 원전 예정구역 일대 주민들에 대한 보상도 함께 요청했다. 대안 사업도 만들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 군수는 "지난 10년간 지속해온 원전 관련 찬반 갈등 속에서 영덕군 주민들이 피해를 봤다"며 "군의 이런 요구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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