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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 어린 양녀와 결혼한 앨런…다른 양녀는 "성추행" 또 띄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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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입양아인 순이(오른쪽)와 영화감독 우디 앨런. 한때 앨런의 자녀였던 순이는 1997년 앨런과 결혼했다. 사진은 2016년에 촬영된 것. AFP=연합뉴스

한국계 입양아인 순이(오른쪽)와 영화감독 우디 앨런. 한때 앨런의 자녀였던 순이는 1997년 앨런과 결혼했다. 사진은 2016년에 촬영된 것. AFP=연합뉴스

영화감독 우디 앨런(86)이 당시 일곱살이었던 수양딸을 성추행했다는 해묵은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미국의 인기 방송국 HBO가 제작해 지난 21일(현지시간) 방영을 시작한 4부작 다큐멘터리 ‘앨런 vs 패로우’를 통해서다. 앨런 감독은 당대를 풍미한 배우 미아 패로우(76)와 12년간 동거 중이던 1992년, 입양한 딸이었던 딜런을 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딜런은 당시 7세였다.

딜런은 당시 구체적 진술을 통해 “아버지가 자신을 숭배하게 만든 뒤 나를 추행했다”고 주장했고, 이후 성인이 된 후에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번 HBO 다큐멘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딜런의 고발 직후 패로우와 앨런 감독은 결별했고, 둘의 친자인 아들 로넌과 딜런을 포함한 입양 자녀들의 양육권을 놓고 법정 싸움에 들어갔다. 법정은 패로우의 손을 들어줬고, 앨런 감독은 수년간 자녀들을 만나지 못했다. 딜런은 물론 친아들 로넌 역시 어머니 성(姓)을 따랐다. 딜런은 현재 배우로, 로넌은 언론인으로 활동 중이다.

'앨런 vs 패로우' 공식 포스터. [HBO 캡처]

'앨런 vs 패로우' 공식 포스터. [HBO 캡처]

앨런은 성추행 의혹을 수차례 부인했다. 그러나 당시 검사가 “(추행이 사실이라는) 근거는 상당하지만 기소는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앨런 감독이 패로우의 입양 자녀 중 한 명이었던 한국계 순이 프레빈(51)과 결혼하면서 논란은 해묵은 논쟁으로 진화했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패로우는 직접 출연해 “(앨런 감독의) 전화기 옆에 그가 직접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이 있었는데 포르노 같았다”며 “그중 한 명이 당시 대학 1학년생이었던 내 딸 순이였다”고 주장했다. 다큐멘터리는 앨런 감독이 순이가 미성년인 16세 당시부터 성관계했을 거라는 추측도 담겼다. 앨런 감독은 순이보다 35살이 더 많다. 이들은 97년 결혼했다.

로버트 레드포드와 주연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1974)'의 미아 패로우. 여주인공 데이지로 열연했다. [영화 공식 포스터]

로버트 레드포드와 주연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1974)'의 미아 패로우. 여주인공 데이지로 열연했다. [영화 공식 포스터]

앨런 감독과 순이 측은 반발했다. 이들은 대변인을 통해 “이 다큐멘터리는 중상모략이자 명백한 허위”라며 “끔찍한 다큐멘터리가 히트작이 될지는 몰라도 진실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앨런 감독 측은 수년간 “딜런은 어머니(패로우)의 조종으로 허위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순이는 한국에서 ‘오순희’라는 이름으로 태어났으나 버려져 고아원에 보내졌다가 패로우에 의해 입양됐다. 앨런과 패로우의 오랜 논쟁 사이에서 순이는 말수가 적다는 점 등 때문에 “정신 지체증을 앓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다. 순이는 이후 미국 매체인 벌쳐(Vulture)와 인터뷰에서 “나를 두고 온갖 소문이 다 돌았지만 나는 그저 더 깊은 의미를 찾아헤매는 사람일뿐”이라고 말했다. 순이는 자신을 입양했던 패로우가 자신을 학대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콜럼비아대에서 특수교육학으로 석사를 받았다.

앨런 감독은 주류 사회를 풍자하는 날카로운 해학을 담은 미국 뉴욕 감성의 영화로 인기를 얻어왔다. 근작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한국에서도 조용하지만 마니아 층에서 화제를 모았다. 패로우는 1974년작 ‘위대한 개츠비’에서 여주인공 데이지 역으로 열연했으며 최근엔 미국 정치 및 사회에 관련한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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