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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문가, "너무 이른 AI 조기교육, 우려스러워"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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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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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교육,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중국의 아이들에게 'AI'는 꽤 익숙한 단어다. 그 이전 세대들, 특히 비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AI는 아직도 생소한 단어다. 하지만 2019년부터 초등학교에서 AI 교육과정이 들어간 중국의 초등학생들은 다르다. 이들에게는 코드를 익히고 데이터를 읽는 것이 마치 수학 공식이나 영어 문법을 배우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사진출처= 톈마싱원]

[사진출처= 톈마싱원]

2019년 중국 교육부의 정책을 시작으로, 중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는 데이터 리터러시 평가와 더불어 AI 관련 수업, 코딩 수업 등이 생겼다. 기존에 사설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던 'AI 교육'이 공교육을 통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그동안은 코딩 교육 등에 적지 않은 학원비를 내야만 했지만, 이제는 학교에서 교육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서다. 중국에서도 일찍이 코딩교육 열풍이 불면서, 관련 사교육 업계의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첸잔(前瞻)산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어린이 코딩교육 시장 규모는 2018년 248억 위안(약 4조2천683억원), 2019년 257억 위안(4조4천23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진출처= 첸잔산업연구원 ]

[사진출처= 첸잔산업연구원 ]

아이들 역시 AI 학습에 있어서 긍정적이다. 딱딱하게 교과서를 펴고 하는 공부가 아닌 컴퓨터를 가지고 하는 수업이다 보니, 왠지 '공부처럼' 생각되지 않아서다. 실제로 중국청소년과학기술지도원협회의 통계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학생 중 91.7%가 AI 관련 지식을 배우고 싶다고 답했다.

게다가 코딩 능력은 이제 영어나 수학처럼 입시에 중요한 과목이 되기도 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저장과 장쑤 등지에서는 코딩이 이미 대학 입시에 포함됐다. 톈진은 고등학교 입시부터 코딩과 관련한 특별전형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바이두에 '초등학교 코딩교육'을 검색하면 나오는 사교육 업체 광고. [사진출처= 바이두 캡처]

바이두에 '초등학교 코딩교육'을 검색하면 나오는 사교육 업체 광고. [사진출처= 바이두 캡처]

코딩 모르는 사람 = '신문맹(新文盲)'?

코딩 열풍이 거세지자, 중국에서는 각종 프로그래밍 교육자료와 서적, 온라인 강좌 등이 쏟아져 나왔다.

해당 서적들이나 강좌의 도입부에서 꼭 강조되는 말이 있다. "이제 코딩을 모르는 사람은 신문맹이다"라는 말이다. 앞으로 오프라인의 모든 것들이 온라인화되고 자동화되는 세상에서, 코딩을 모르는 사람은 뒤처지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강의나 서적을 팔아야 하므로 다소 자극적으로 마케팅 포인트를 잡았다고는 하지만, 코딩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 전반적 공감이 형성되어 있기에 나올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사진출처= 바이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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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맹목적인 코딩교육, 우려스러워"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맹목적인 코딩교육 열풍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코딩 자체에만 천착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AI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코딩 문법을 배운다는 것은 수학 공식을 외우거나, 영어 문법을 배우는 것처럼 하나의 '도구'를 쌓아가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수학 공식을 잘 안다고 해서 수학자가 될 수는 없으며, 영어 문법을 잘 아는 것과 조리 있게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사진출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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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불편함 또는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어떻게 코드를 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선제되지 않은 코딩교육은 반쪽짜리 교육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유능한 프로그래머 1명이 짠 코딩 하나가 10명 직원의 단순노동을 대신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프로그래밍은 혁신적으로 작업 효율을 개선할 가능성을 가진 도구다. 그리고 이러한 도구는 문제해결력과 창의력으로 빚어질 수 있다. 인문학적 소양과 더불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관련한 능력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들의 세계관이 형성될 시기에, 과도하게 코딩교육에만 매몰된 교육방식은 좋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아이들을 깊이 있는 사고력이 결핍된 '코딩 기계'가 되도록 만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학구열이 매우 높은 나라 중에 하나로 꼽힌다. "꼭 배워야 하고, 잘해야만 하는 과목이라면 어려서 시작할수록 좋다"라는 사회적 인식이 존재하고 있다. 조기 코딩교육 열풍에 일부 AI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하며, 균형 있는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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