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와중 2차 의·정 갈등 불붙인 '의료법 8조'...백신 접종 변수될까

중앙일보

입력 2021.02.23 05:00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협회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경우 전국의사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임시회관 모습. 뉴스1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협회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경우 전국의사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임시회관 모습. 뉴스1

‘의료법 개정안 8조’를 두고 대한의사협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개정안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게 골자다. 앞서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의협은 해당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경우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며 초강수를 뒀다. 정부·여당은 "면허 취소에 이를만큼 중범죄를 저지르는 의사는 드물다"는 입장이다.

26일 시작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접종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의협, "면허 강탈법안"이라며 반발 

의협은 의료법 개정안을 ‘면허 강탈법안’으로 명명했다. 의협은 의료법 개정으로 엉뚱한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안이 의료인 결격사유를 의료와 관련된 범죄에서 모든 범죄로 확대했다면서다. 이 때문에 직무와 무관한 사고, 법에 대한 무지 등으로 인해 의사면허를 잃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살인이나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의사를 어떤 의사가 동료로 인정하겠냐”며 “오히려 법적으로 면허가 유지되더라도 학술이나 지역, 친목 교류 등에서 배제되고 동료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0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16개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0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16개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의협, "면허관리기구 신설 추진 중" 

더욱이 의협은 이미 면허관리기구 신설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 중앙윤리위원회, 전문가평가제도 등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흐름 속에 아무런 이견조율 없이 여당이 의료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의협 측 주장이다.

의료인 높은 도덕성 요구돼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의료인에게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만큼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복지위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법안의 근본적 취지는 중범죄를 저지른 극히 일부의 비도덕적 의료인으로부터 선량한 대다수 의료인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도 이런 취지에 동의하고 있다.

현재 의료법상 결격사유는 허위진단서 작성 등 형법상 직무 관련 범죄나 보건의료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등이 해당한다. 여기에 강력범죄 등을 포함하자는 취지다. ‘솜방망이’ 행정처분도 한몫했다. 지난 2018년 의사가 진료 도중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행정처분은 자격정지 1개월에 그쳤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뉴스1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뉴스1

2000년 의료법 개정되면서 완화 

지난 1951년 제정된 국민의료법이나 옛 의료법(1962년)은 면허 취소사유가 제한적이었다. 의료와 관련한 법령을 어겨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을 경우 등이다. 지금과 비슷하다. 그러다 1973년 의료법이 바뀌면서 ‘범죄 구분’이 사라졌다. 이후 2000년 다시 면허 취소사유가 확 좁아졌다. 당시 의사출신 의원 주도로 개정작업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면허취소 사유를 다시 넓히자는 법안이다. 변호사·공인회계사 등 타 전문직종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자격이 박탈되거나 자격이 일정 기간 멈춘다. 당초 국회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개정안 논의 시 두번 이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 면허를 영구 박탈하는 방안도 논의가 됐지만 10년간 면허 재교부 신청을 못하도록 제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이 ‘총파업’이라는 강수를 둬 의료계와 정부간 갈등의 불씨가 살아났다. 정부는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 논의 사안이라면서도 “대상자가 극히 일부”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의료파업 자료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해 의료파업 자료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정부, "의료계와 소통"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22일 기자단 설명회에서 ‘교통사고로 면허를 잃을 수 있다’는 의협 측 주장에 대해 “교통사고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운전자 바꿔치기 행위’ 등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은 일부의 경우”라고 설명했다. 교통사고를 예로 들었지만, 대부분의 의사는 개정 의료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또 이 정책관은 “의사의 직종을 고려해 수술과정 등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한 경우는 (면허취소 사유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추후 면허 재교부 신청을 할 수 있고 심사를 거쳐 다시 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은 연 평균 57.2명이었다. 이 중 의사는 25.4명이다. 2015년~2020년 6월 124명의 의료인(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이 면허 재교부 신청을 했고, 이 중 120명이 다시 면허를 받았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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