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에 女·청소년 극단선택 급증…日선 ‘고독 장관’도 임명

중앙일보

입력

일본이 '코로나 블루'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속에 자살자가 늘어나는 등 '고독(孤獨)'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면서다. 13일 고립·고독 문제를 담당하는 각료가 임명된 데 이어 19일에는 총리관저 내각관방에 '고립·고독 대책실'이 출범했다.

지난해 자살자 11년만에 증가 #특히 여성, 청소년 증가폭 커 #"사람 만나지 못해 우울감 호소" #"관계부처 협의…종합 대책 마련"

22일 일본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22일 일본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이 고독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로 한 건 코로나19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이 늘어난 게 직접적인 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해 자살자 수는 2만 919명으로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여성과 청소년의 자살이 늘었다. 지난해 남성 자살자 수는 1만 3943명으로 전년보다 135명 줄었으나 여성 자살자 수는 7025명으로 오히려 937명 증가했다. 또 지난 16일 문부과학성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한 초·중·고생의 수는 전년보다 약 40% 증가한 479명(잠정치)으로 집계됐다. 특히 여고생은 138명으로 두배 가량 늘었다.

일본 정부는 이런 현상이 코로나19로 이후 심화한 경제적 곤궁이나 정서적 고립감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 있다. 당장 일자리 한파에 계약직 등의 비율이 높은 여성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또 학교가 장기간 문을 닫으면서 학생들도 고립감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회학자인 이시다 미쓰노리(石田光規) 와세다대 교수는 "코로나19로 '3밀(密) 회피' 등 사람을 만나는 게 좋지 않다는 메시지가 강조되면서 우울함이나 고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것이 자살자 수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지난 13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고독·고립 문제를 담당할 각료를 신설하면서 사카모토 데쓰시(坂本哲志) 저출생 대책 담당상이 이를 겸임하도록 했다. 19일 출범한 '고립·고독 대책실'과 함께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 역할을 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8년 '고독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한 영국의 사례를 참조하고 있다. 영국은 고독 문제와 관련해 2018년 28억엔(약 295억원) 규모의 예산을 마련, 고독과 관련한 지표를 마련하고 상담 체제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일본도 후생노동성의 자살방지 대책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푸드뱅크 사업 등 각 부처에 나뉘어 있는 관련 정책들을 모아 다시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이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던 야당 국민민주당은 고독 지표 개발, '고독대책기본법'의 입법 등도 계획 중이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