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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국수본 이어 중대청…檢 수사권 박탈에 兆 단위 예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이 중대범죄수사청(중대청) 신설과 관련해 조(兆) 단위를 웃도는 국가 예산이 소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대범죄수사청 무엇이 문제인가 ④

22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검·경은 기존 수사권 조정에 따라 105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KICS) 개편 중이다. 이 중 경찰 관련 예산이 약 60억원으로 검찰 관련 예산(약 45억원)보다 15억원가량 더 많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함에 따라 국가수사본부 등 수사 전담 조직이 신설되는 등 그 규모가 더 커져서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이 지난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이 지난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중대청이 설치되면 ▶검찰의 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되고 ▶국가수사본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외 수사기관이 하나 더 생긴다. 그럴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개편 작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기존 105억원의 예산은 증발하고, 이에 준하는 규모의 예산을 새롭게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본청과 6개 지방청을 신설하게 돼 있는 황운하 민주당 의원의 중대청 설치법과 통상 수사기관 청사 건축비용(근무자 150명 기준 청사 1개 신설시 700~800억원 소요)을 고려하면, 청사 신축에만 4900억~5600억원이 필요하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기존 검찰 수사 인력이 모두 중대청으로 이동하리란 보장도 없어 신규 채용과 인건비에도 상당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모든 걸 고려하면 조(兆) 단위의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재정 위기 상황에서 시급성이 없는 형사사법 제도의 졸속 개편을 위해 예산을 낭비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관계자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비용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국이 남긴 검 수사권, ‘조국 수사’ 뒤 여 “완전 폐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조국이 남긴 검 수사권, ‘조국 수사’ 뒤 여 “완전 폐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한편 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검사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위 관계자에 따르면, 특위는 최근 기소·공소유지권을 행사하는 검사가 ‘수사협력검사’ 형태로 수사 단계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특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소·공소유지를 위해 검사가 합류할 필요성이 인정되면 중대청의 요청으로 검사가 수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국세청·식약처 등 유관기관도 수사 단계에서 협력해 한 팀으로 일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검사의 역할과 관련해선 “직접 수사나 수사지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중대범죄 수사의 주도권은 중대청이 주되, 검사의 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단 것이다. 그러나 중대청 신설과 무관하게 지금도 통상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유관기관의 조사 뒤 중대범죄 사건이 검찰에 이첩·고발되고, 필요에 따라 검·경의 협력 수사도 가능하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에 남긴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산·대형참사) 범죄 수사권을 중대청에 모두 이관할 경우 중대범죄 대응 역량이 감소할 수 있단 반발이 분출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방책이란 해석이 나왔다.

검수사권, OECD 회원국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검수사권, OECD 회원국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OECD 회원국 37개국 중 검사의 수사권이 없는 곳은 뉴질랜드·슬로베니아·아일랜드·영국·이스라엘·캐나다·핀란드·호주 등 8개국 등이다. 이 중 뉴질랜드와 영국은 중대범죄수사청(SFO)에 수사권뿐만 아니라 기소권도 부여하고 있다. 이에 특위에선 신설을 추진 중인 중대청에 검사의 헌법상 권한인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중대청에도 검사를 둬야 한다.

여권에선 중대청에 기소권도 줘야 한단 주장까지 나오는 가운데, 특위 관계자는 “중대청은 굳이 따지자면 수사·기소권을 다 가진 SFO보다는 수사권만 가진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과 유사하다”며 선을 그었다.

하준호·정유진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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