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술판까지 벌였다, 뻑하면 테러 당하는 무인점포

중앙일보

입력 2021.02.23 05:00

업데이트 2021.02.23 21:58

지난 17일 서울시 은평구의 한 무인빨래방에서 한 남성이 경찰의 테이저건에 맞고 체포됐다. 남성의 혐의는 재물손괴. 그는 빨래방 사장과의 통화에서 “500원을 넣었는데 빨래가 안 마른다”고 욕설을 했다. 사장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빨래방에 들어갔다 나온 뒤 바깥에서 사진을 찍자 이 남성은 유리창에 의자를 던지고 세탁기를 부수려 했다. 분을 참지 못한 그는 경찰차도 의자로 내리쳤다가 테이저건에 맞았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무인 빨래방 가게 주인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됐다. 무인빨래방 업주가 "여러 명이 술판을 벌여 빨래하려는 손님이 출입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그는 “배달업 종사자들이 대기 시간에 휴식 공간으로 이용하는 걸 알면서도 배려했는데, 이를 악용했다”며 “향후 빨래방 이용객의 사용을 방해하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 처벌토록 하겠다”고 호소했다.

서울의 한 무인 빨래방의 유리창이 깨져있다. 지난 22일 한 남성이 소화기를 던져 파손됐다. 이 남성은 17일에도 같은 빨래방에서 난동을 부려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함민정 기자

서울의 한 무인 빨래방의 유리창이 깨져있다. 지난 22일 한 남성이 소화기를 던져 파손됐다. 이 남성은 17일에도 같은 빨래방에서 난동을 부려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함민정 기자

“선함을 전제로 한 무인점포의 한계”

무인점포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일탈이 늘고 있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상황에서 절도, 파손, 소란 행위 등이 잇따르고 있다. 언택트(untactㆍ비대면) 시대에 급증하는 무인점포의 업주들에겐 신종 ‘테러’가 아닐 수 없다. 잇따르는 피해에 업주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10월 화성에 있는 한 무인 과자 할인점에선 초등학생 2명이 과자와 사탕을 훔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네 차례에 걸쳐 약 10만 원어치의 과자 등을 가져가 주인에게 적발됐으나 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10살 미만으로 촉법소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검찰에 보호사건으로 송치하지 않고 훈계 조치한 뒤 내사 종결했다”고 밝혔다.

도난을 막기 위한 경보장치나 CCTV는 범죄를 차단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업주들의 하소연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CCTV에 찍히는 걸 알면서도 후드 등으로 가리면 잡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무인시스템 자체가 사람의 선함을 전제로 만든 거라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무인 빨래방 가게 주인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무인 빨래방 가게 주인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비대면 서비스 증가로 범죄도 늘어”

문제는 무인점포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주요 대형 편의점의 무인 매장 수는 최근 1년 사이 2.5배로 증가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자영업자들도 '비대면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알바 관련 인터넷업체가 자영업자 431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55%가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답변했다. 서비스 종류별로는 ▶키오스크 등 비대면 주문 시스템(14.8%) ▶셀프 계산 시스템(8.3%) ▶무인매장 운영(2.7%) 등의 ‘무인 시스템'이었다.

지난 1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테크 프렌들리(Tech Friendly) CU' 1호점인 CU삼성바이오에피스점에서 한 고객이 점포 입장부터 결제까지 논스톱으로 이뤄지는 미래형 편의점을 이용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테크 프렌들리(Tech Friendly) CU' 1호점인 CU삼성바이오에피스점에서 한 고객이 점포 입장부터 결제까지 논스톱으로 이뤄지는 미래형 편의점을 이용하고 있다. 뉴스1

자연스레 관련 범죄도 늘어나는 추세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수사 일선에서 빈 상점에서 벌어지는 범죄 건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인 시스템의 증가에 맞춰 현실적인 보안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보안 장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인근 지구대나 파출소 등에서 불시에 순찰을 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심야 시간대에는 신용카드 등으로 신원 확인을 거쳐 무인점포에 입장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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