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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디지털 세상 읽기

전선 확대하는 저커버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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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호주 의회에서 실리콘밸리의 대형 테크기업들이 언론사가 만든 뉴스를 검색에 노출시키거나 포스팅할 경우 해당 매체에 사용료를 지불하게 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 문제에 대한 테크기업들의 접근방식은 크게 갈린다. 구글은 재빨리 호주의 ‘미디어 황제’ 머독과 합의를 하고, 그가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에 기사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자사의 플랫폼에서 호주 언론사들의 노출을 막아버리는 초강수를 두었다.

최근 페이스북에 대한 여론이 가뜩이나 나빠지는 상황에서 마크 저커버그가 선택한 이런 공격적 태도를 두고 업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머독의 뉴스제국은 특히 미국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의회에서 독점 여부를 조사하는 시점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게 옳은 선택이냐는 것. 게다가 페이스북은 이미 사용자 정보를 가져가는 문제를 두고 애플과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애플로서는 자사의 이익을 고려한 계산된 싸움이지만,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을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나쁜 기업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저커버그는 “애플에 고통을 안겨주겠다”며 전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 의회가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고려하고 있고, 애플은 자사의 플랫폼에서 페이스북이 돈을 벌기 어렵게 만드는 상황에서 언론과의 싸움까지 시작하자 지나치게 공격적인 CEO 때문에 페이스북의 앞날이 걱정된다는 말이 나온다. 창업자가 물러난 이후에 대외 이미지가 좋아진 다른 테크기업들처럼 저커버그도 이제 주주들을 위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제 36세인 그가 물러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