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대한민국 보건복지의 변화] 묵묵히 방역 주체가 돼 준 국민이 위기 이겨낸 원동력

중앙일보

입력 2021.02.2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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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월 대구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전국 시·도 앰뷸런스가 대구에 대거 모였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대구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전국 시·도 앰뷸런스가 대구에 대거 모였다. [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는 1월 20일 오전 8시에 중국 우한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해외유입 확진 환자를 확인하였습니다.”

사상 초유의 감염병 ‘코로나 1년’
1·2·3차 대유행, 마스크 대란 발생
‘K-방역’으로 확진자·사망자 줄여
26일 국내서 백신 접종 시작되지만
올해도 코로나와 전쟁 계속될 전망

지난해 1월 20일 오후 1시30분. 정은경 당시 질병관리본부장(현 질병관리청장)은 브리핑을 통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인됐음을 알렸다. 전 세계 1억1000만명을 감염시키고, 250만명을 숨지게 한 사상 초유의 감염병과 대한민국의 첫 대면이었다. 국내에 상륙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17일 0시 기준 8만4946명(해외유입 6778명)을 감염시켰고, 이 중 1538명을 숨지게 했다.

대구·경북에서 수도권, 전국으로 확산

2월 18일 신천지대구교회 관련 확진자가 확인되면서 1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더니 2월29일 정점(990명)을 찍었다. 갑작스레 신규 환자가 폭발하면서 병상 부족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신천지 교인 전수검사와 역학조사가 진행되면서 대유행의 불길은 보름여 만에 잡혔다.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마스크 대란이 발생했다.

봄철 산발적인 집단감염 양상을 보이며 소강상태를 보이던 코로나19 확산세는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 다시 심각해졌다. 8·15 광복절 서울 도심 집회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졌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급증했고, 노인 환자가 늘면서 사망자도 크게 늘었다.

K-방역의 한 축 가운데 하나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 가동된 건 이때다. 가을로 접어들며 확진자 수는 두 자릿수로 떨어졌고 2차 대유행이 잠잠해졌다.

겨울에 들어서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힘이 세졌다. 11월 말부터 3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12월25일에는 1240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1·2차 유행은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서 퍼졌지만, 3차 때는 전국적으로 일상적인 공간에서 감염자가 나왔다. 불길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두달여 지속된 3차 유행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조금씩 진화돼가고 있다. 오는 26일부터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만, 올해도 코로나19와의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메르스 사태 때 쌓은 노하우가 빛을 발해

코로나19 사태 1년은 우리 사회에 많은 상흔을 남겼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팬데믹 가운데 ‘Test(적극적 검사)-Trace(역학조사)-Treat(치료)’로 표현되는 K-방역 모델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환자 수는 141.06명(1월20일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뉴질랜드(39명), 호주(112명) 다음으로 적다. 미국(7116명), 영국(5001명) 등과도 차이가 크다. 10만명당 사망자 수도 우리나라(2.48명)는 뉴질랜드(0.52명) 다음으로 적다. 벨기에(176.16명), 영국(131.46명), 미국(118.6명) 등 주요 국가와 큰 차이가 난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뼈아픈 실책을 겪으며 쌓은 방역 노하우가 빛을 발했다. 그동안 정부는 신속한 검사를 위한 자동차 이동형 선별검사소, 추적검사를 높이기 위한 전자출입명부, 무증상·경증환자 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등 이전에 없던 체계를 만들어 대응해 왔다. 지역사회 감염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고안했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은 발 빠르게 K-방역의 실무를 주도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사태 초기부터 격리자에 대한 유급휴가 비용 신청·지급 업무와 생활치료센터 운영을 도맡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코로나 검사·치료비 대부분을 부담해 확진자들이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생계가 어려워진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감면하고 운영의 어려움을 겪는 의료기관에 요양급여를 선지급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인 ‘DUR’과 해외여행력정보제공서비스 ‘ITS’로 코로나19 확진자 조기 발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긴 시간 방역 최일선에서 묵묵히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 역학조사관, 검역소 직원, 군·경찰·소방·지자체 공무원. 또 일상의 불편함과 생계의 어려움마저 묵묵히 참고 스스로 방역 주체가 돼 준 국민들의 시민의식이 지난 1년간의 수 없는 위기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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