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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농장 취업한 안창호부터, LA 한인사회 10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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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김완중

김완중

30년 경력 외교관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 밖 한국인’의 모습은 어떨까. 김완중 외교부 기획조정실장이 2017년 12월부터 약 2년 2개월간 LA총영사로 근무한 경험을 풀어낸 『나성에 가면』(사진)을 출간했다. LA 총영사로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보고 느낀 한인 이민사회의 모습과 이들의 에피소드를 담아냈다.

김완중 외교부 기획조정실장 #LA총영사 경험 『나성에 가면』 출간 #“외교현장서 본 현실 책으로 엮어”

김 실장은 외교부 본부 근무를 시작으로 일본·미얀마·뉴욕에서 영사로, 페루·싱가포르에서 참사관 겸 총영사로 근무했다. 그는 “LA 총영사라는 과분한 중책의 자리에 임명받고 부임 첫날부터 귀임하는 날까지 영사일지를 작성하겠다는 다짐을 했다”며 “외교 현장에서 목격한 왜곡된 현실과 영사로서의 절실한 고민이 순간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부임 당시의 다짐을 행동으로 옮겨 약 3년 간 영사 일지를 작성했고, 이를 묶어 책으로 출간했다.

나성에 가면

나성에 가면

책 제목에 나오는 나성(羅城)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로스앤젤레스(LA)의 음역어다. LA는 1900년대 중반부터 수많은 한인이 이주해 ‘한인 타운’이 조성된 대표적인 도시로, 현재 약 80만 명의 한인이 거주 중이다.

김 실장은 LA판 국립현충원이라 불리는 로즈데일 공원묘지와 도산 안창호 선생 가족이 생활했던 가옥, 항일 비행학교 사적지 등을 방문하며 직접 느낀 한인들의 애환을 책에 담았다. 특히 “한인들을 단합시켜 독립운동 조직을 일궈 나가는 데 평생을 바쳤던 도산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모두 여섯 번이나 횡단하면서 세계 150여 개 도시를 순회했다”며 책을 통해 당시 도산의 업적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도산은 24세 나이였던 1902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농장 노동자로 취업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도산이 오렌지농장에서 일하던 당시의 사진을 싣고 “(도산은) 오렌지 한 개를 따더라도 애국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또 김 실장은 아흔이 넘은 도산의 막내 아들 랄프 안을 미국 현지에서 만났던 일화를 소개하며 “도산의 유지를 받들어 정직하고 근면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멋진 노신사”라고 평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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