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타격받을라…‘신현수 복귀’ 주말 전방위 설득전

중앙일보

입력 2021.02.23 00:02

업데이트 2021.02.23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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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으로 사의를 표명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왼쪽)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으로 사의를 표명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왼쪽)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주일 남짓 정국을 흔들던 ‘신현수 사태’가 22일 수습 국면을 맞이했다. 해법은 ‘모두 제자리에’였다. 이날 오후 청와대가 신현수 민정수석의 잔류를 밝히자 이후 법무부는 당초 ‘핀셋 교체’가 점쳐졌던 월성 원전 수사팀 등 주요 현안 수사팀을 모두 유임시키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발표했다.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검사장급) 인사를 두고 촉발됐던 ‘신현수 패싱’ 논란이 문 대통령 재가 여부 의혹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여권이 신 수석의 뜻을 일부 수용하면서 사태 진정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수석 갈등 속 청와대 떠날 경우
정권 레임덕 온다 위기감 작용
“유영민·전해철 등 대거 나선 듯”

“청와대, 신 수석과 불편한 동거
윤석열 퇴임 뒤 인사 검토 가능성”

신 수석이 나흘간의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이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신 수석이 출근해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하고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며 “오전 티타임 회의에도 정상적으로 참석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미동도 없이 전방을 응시하는 신 수석의 모습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여권의 고위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신 수석이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에 대해 문 대통령에게 깊은 사과를 하고 업무 복귀 의사를 밝힌 차원으로 봐야 한다”며 “신 수석을 공격했던 여권의 강경파들도 더 이상의 논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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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거취를 일임한 신 수석의 입장 표명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응은 소개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 수석이 거취를 일임했다는 것은 확실히 상황이 일단락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선 “사의 표명이 있었고, (대통령이) 반려하셨고, (신 수석이) 거취를 일임했으니 대통령께서 결정할 시간이 남았다고 할 수 있다”며 “대통령이 무슨 결정을 언제 할지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수석의 청와대 잔류가 알려진 이후 발표된 법무부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반기를 든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채널A 검언유착)과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월성 원전),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등 주요 수사팀장이 모두 유임됐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요구했던 안이기도 하다. 중간간부 인사와 관련해선 신 수석과 법무부가 조율 과정을 가졌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신 수석은 지난 주말까지도 주변에 “저는 이미 동력을 상실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는 평생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복귀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그랬던 신 수석의 입장이 급선회한 데엔 주말 동안 여권의 ‘신현수 설득 총력전’이 일정 정도 통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고위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정권과 검찰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주문했던 신 수석이 극심한 갈등 속에 청와대를 떠날 경우 정권의 레임덕을 재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주말 사이에 신 수석에 대한 전방위 설득전이 펼쳐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신 수석 설득전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등 현직 청와대 고위 인사를 비롯해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 과거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사가 상당수 관여했다고 한다.

청와대 내부 기류에 밝은 한 민주당 의원은 “주말을 거치면서 ‘신 수석이 복귀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 간다’는 분위기가 확실하게 형성됐다”며 “간접적인 채널을 통해서라도 문 대통령과도 뭔가 이야기가 있지 않았겠는가. 그것 말고 다른 채널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당직자는 “박 장관 측도 검찰 중간간부 인사 등을 고리로 신 수석과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가 신 수석의 거취 일임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응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과 맞물려 정치권에선 “청와대와 여권이 신 수석과의 일시적인 휴전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거취를 일임했으니 문 대통령이 결정할 시간이 남았다” “대통령은 교체를 하든 여러 결정을 할 수 있다”고만 했다. “신 수석이 사의를 철회했다”는 명확한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언제든 적당한 시점에 민정수석을 교체하면서 상황을 다시 정리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 후임 민정수석 인선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또는 현 정권과 각을 세우고 있는 윤 총장의 임기인 7월까지만 신 수석과 불편한 동거를 지속하는 방향으로 청와대가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 검사장급 인사 재가 의혹 안 풀려

다만 ‘대통령 패싱’ 논란을 야기했던 문 대통령의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안 재가 과정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22일 국회 법사위에서도 야당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박 장관이 대통령을 패싱했다면 국정농단이고 인사권 찬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대통령과 관계된 문제이기 때문에 소상히 말씀드릴 수 없다”며 “특별히 제가 장관으로서 금도를 벗어난 어떤 행동을 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안을 문 대통령에게 박 장관 자신이 직접 보고했는지에 대해선 끝내 함구했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 장관이 대통령) 재가 없이 (인사안을) 발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신 수석 본인의 입으로) ‘(박 장관에 대한) 감찰을 건의드린 바 없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강태화·심새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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