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반기를 든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과 월성 원전 수사팀 등 주요 수사팀을 모두 유임하는 검찰 중간간부인사를 22일 단행했다. 2월 7일 검사장급 인사에서 윤석열 패싱에 이어 이번에도 ‘핀셋 찍어내기’ 인사설이 돌았지만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에 흐름이 확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봉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핀셋 인사 안된다’ 뜻 모였다
법무부는 이날 고검검사급(중간간부) 16명 전보 인사를 포함해 오는 26일자 인사를 발표했다.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채널A 검언유착),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월성 원전),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등 주요 수사팀장은 모두 유임됐다.
이날 오전 열린 검찰인사위에서도 ‘핀셋 인사’가 화두가 됐다. 외부위원들을 포함한 인사위원 6명 중 4명 가량이 ‘핀셋 인사’에 반대하는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한 위원은 “사실상 모든 위원들이 핀셋 인사에 반대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어 법무부도 인사위원회 종료 후 “공석 충원 수준으로 전보 인사를 최소화한다”고 인사 원칙을 발표했다.
‘검찰의 2인자’인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이날 검찰인사위에 참석하면서 “중요사건의 수사팀, 대검이나 중앙지검 보직 부장들의 현 상태 유지와 사직으로 발생한 공석을 채우고, 임의적인 핀셋인사는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한 상태”라고 이례적으로 공개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초 법무부는 이성윤 지검장과 ‘채널A 사건’ 수사에서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를 놓고 대립한 변필건 부장 등을 콕 집어 ‘핀셋 인사’로 교체하고 윤 총장 징계를 주도했던 간부들이 요직에 가는 초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에 윤 총장이 “검사장급 인사에선 업무 연속성을 도모한다고 해놓고 중요 수사나 업무를 주도해온 중간 간부는 바꾸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결국 ‘신현수 사의’가 갈랐다
법무부의 ‘핀셋 보복인사’안은 신 수석의 사의에 결정타를 맞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사의 이후 휴가를 떠난 신 수석과 박 장관의 물밑 조율도 활발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 장관 입장에서도 검사장 인사 발표 이후에야 대통령에게 사후 재가를 받고, 인사권자인 대통령 ‘패싱’에 대한 책임을 묻는 감찰 요구까지 있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각종 비판이 쏟아진 만큼, 더 이상 검찰 의견을 무시하기는 어려웠으리란 뜻이다.
박 장관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중간 간부 인사에 대해 민정수석과 소통했냐”는 질문에 “여러차례 만나고 통화했다. 제 판단으론 충분히 소통했다고 생각한다”고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기간 직접 만나거나 연락을 취해 협의했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엔 “구체적인 (소통) 채널 등은 말씀드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신 수석 역시 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한다며 일단 업무에 복귀했지만 사의 파문의 불씨는 남은 상황이다. 신 수석은 문 대통령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주도로 윤 총장 징계를 추진했다가 법원 판단에 의해 무산한 뒤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임명됐다. 극한으로 치달았던 법무부-검찰 갈등의 봉합책이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인사는 “월성 원전‧김학의 불법출금 수사와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추진, 7월 광폭 검찰 인사 예고 등 곳곳이 지뢰밭”이라고 지적했다.
김수민‧김민중 기자 kim.sumi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