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날만 기다려" 백신접종 세계 1위 이스라엘 일상복귀 시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영장에 온 게 거의 1년 만이네요.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12월 텔아비브 인근 시바 메디컬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달래려 접종 과정은 생중계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12월 텔아비브 인근 시바 메디컬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달래려 접종 과정은 생중계됐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한 수영장을 찾은 오라 다비도비치(90)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두 차례 백신 접종을 마치고 '녹색 여권’을 발급받은 그는 서둘러 수영장으로 들어섰다. 같은 날 헬스장을 찾은 한 시민도 “마침내 돌아오게 돼 기쁘다"고 현지 언론에 소감을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이날부터 일부 봉쇄조치가 풀리면서 곳곳에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7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부 완화된 데 이어 이날부터 2단계 일상 복귀 조치가 시작되면서다.

1차 접종률 50% 육박하며 일상 복귀 시동 

이스라엘 모딘의 한 헬스클럽.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스라엘 모딘의 한 헬스클럽.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따라 시장과 일반 상점, 쇼핑몰 등의 영업이 정상화됐고, 도서관과 박물관 등의 문화 시설도 다시 문을 열었다.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이들은 헬스장·수영장·호텔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스라엘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경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녹색 여권’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발급하고 있다. 1차 접종만 마친 경우에는 ‘접종 증명서’를 따로 신청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6주간 이어진 봉쇄가 풀리기 시작한 건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올라간 덕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전체 인구 약 879만명의 49%인 437만명이 한 번 이상 백신을 맞았고, 인구의 약 34%인 299만명은 2회 접종까지 마쳤다. 이와 함께 한 때 1만명을 넘어섰던 이스라엘의 하루 확진자 수는 최근 3000명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스라엘 보건부에 따르면 백신 2회 접종 후 2주가 지나면 감염 예방률은 95.8%, 사망 억제율은 98.9%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신 접종자 수가 늘수록 효과는 더 커진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인 '녹색 여권' 견본. [이스라엘 보건부 제공=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인 '녹색 여권' 견본. [이스라엘 보건부 제공=연합뉴스]

세계 각국도 ‘면역 실험실’ 역할을 자처한 이스라엘의 발 빠른 백신 접종과 일상 복귀 시도를 주시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사례를 인구 상당수에 효율적으로 백신을 접종한 모델로 여기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미국보다 작은 나라지만 대국민 접종을 위한 조직적 대응 능력은 아주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이스라엘 당국은 전세계 주요 제약사들과 선구매 계약을 맺으며 백신을 서둘러 확보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싸게 백신을 샀다는 논란도 일었지만 율리 에델스타인 보건부장관은 “다른 곳보다 일주일이라도 먼저 경제를 재개할 수 있다면 더 큰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1호 접종’에 나서며 전국민 접종을 독려했다.

‘집단 면역’은 아직…변이 확산도 변수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지난달 11일 화이자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지난달 11일 화이자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만 이스라엘 역시 완전한 일상 복귀가 가능한 ‘집단 면역’ 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남은 상황이다. 일부 정통파 유대교도 등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는 데다,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란 변수도 생기면서다. 전체 인구의 30%에 달하는 16세 미만 청소년, 아동에 대한 접종 문제도 아직 미해결 상태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16세 이상에 대해서만 긴급 사용 허가를 받았다.

이스라엘 코로나19 방역 책임자인 나흐만 아쉬 교수도 의회에 출석해 “이스라엘이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전체 인구의 70%가 접종해야 한다”며 경계심을 풀기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