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좋은 재판론'에 윤종구 "특정 공동체만 좋은 재판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2.22 16:15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22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9일 대국민 사과문 등에서 언급한 '좋은 재판론'을 공개 비판했다.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이날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린 ‘민주공화국은 특정 공동체에 좋은 재판만을 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에서다.

윤 부장판사는 “재판과 사법은 특정 공동체에 좋은 것이 아니라 바르고 맞아야 한다”며 “입법과 구분되는 지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좋음이 모두가 아니라 일부에게만 인정된다면 바름과 좋음의 분리, 괴리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공동체에만 좋은 재판은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며 “바름과 좋음이 분리되고, 헌법국가, 민주공화국의 철학적 기초인 일반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좋은 재판론이 자짓 국민 일반의 보편적 이익이 아니라 특정 집단·세력에게만 이익이 되는 재판이 될 수 있다고 경계한 것이다.

윤 부장판사가 언급한 ‘좋은 재판’은 김 대법원장이 지난 19일 같은 내부망에 올린 사과문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김 대법원장은 사과문에서 “앞으로도 저는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재판’을 위한 사법개혁 완성을 위해 저에게 부여된 헌법적 사명을 다 하겠다”는 글을 썼다.

김 대법원장의 ‘좋은 재판’은 비단 19일 사과문에만 등장한 게 아니라 평소 지론이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26일 발표한 취임사에서부터 ‘좋은 재판’을 강조했다. 또 지난해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선 “국민의 눈높이에서 어떤 재판이 ‘좋은 재판’인지를 생각하고, 그 결과 국민이 ‘좋은 재판’이 실현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전국 법관 대표들에 강조하기도 했다. 윤 부장판사의 글이 지난 4년간 ‘좋은 재판’을 꾸준히 언급해 온 김 대법원장을 저격한 것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윤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의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국회 탄핵 추진을 이유로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지난 5일 “법관의 직에 들어오고 나아가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라고 비판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사법연수원 21기인 윤 부장판사는 1992년 수원지법 판사로 임관해 2005년 법원행정처 심의관, 2008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2016년부터 서울고법에서 근무 중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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