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스가 장남 '접대 의혹' 사실로…총무성 간부 11명 줄징계

중앙일보

입력 2021.02.22 16:12

"나의 장남이 관련된 일로 공무원들이 윤리법을 위반하게 된 데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22일 국회에서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위성방송 회사에 근무하는 아들이 총무성 고위 관리를 상대로 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다. 총무성은 연루된 11명의 공무원을 윤리 규정 위반으로 징계할 방침이다.

방송사 팀장 장남, 인허가권 가진 공무원들과 회식
총무성 조사결과 11명 불법 행위 결론…징계 예정

일본 스가 총리의 아들이 총무성 간부들과 회식을 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슈칸분슌의 기사. 이영희 기자

일본 스가 총리의 아들이 총무성 간부들과 회식을 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슈칸분슌의 기사. 이영희 기자

이번 의혹은 4일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의 보도로 시작됐다. 슈칸분슌은 스가 총리의 장남 세이고(正剛)가 지난해 10∼12월 네 차례에 걸쳐 총무성 고위 간부들과 회식하는 장면이 포착됐다며 사진과 함께 불법 접대 의혹을 제기했다.

세이고는 위성방송 사업 회사 '도호쿠신샤(東北新社)'의 미디어사업부에서 엔터테인먼트 관련 총괄부장을 맡고 있다. 회사 채널 재승인 심사 등이 있던 시기에 위성방송 인허가권을 가진 총무성 고위 간부들을 만났다는 점에서 청탁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보도 이후 총무성 간부들은 회식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위성방송 사업과 관련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슈칸분슌이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당시 회식 자리에서 녹음된 음성 파일을 공개하면서 이런 해명과는 다른 정황이 드러났다. 이 파일에 따르면 스가 총리 아들 세이고는 회식 자리에서 여러 차례 'BS', '스타 (채널)' 등 방송 사업 관련 용어를 언급했다.

일본 국가공무원윤리법의 윤리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은 '이해관계자'가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접대를 받아서는 안 되며, 각자 비용을 지불했다 하더라도 1회 1만엔(약 10만 5000원)이 넘는 경우 사전에 신고하게 돼 있다.

지난 14일 후쿠시마 지진과 관련해 회의를 열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지난 14일 후쿠시마 지진과 관련해 회의를 열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총무성 자체 조사 결과 주간지에 공개된 다니와키 야스히코(谷脇康彦) 총무심의관·요시다 마비토(吉田真人) 총무심의관·아키모토 요시노리(秋本芳徳) 총무성 정보유통행정국장·유모토 히로노부(湯本博信) 관방심의관 4명 외에도 총 12명의 총무성 소속 공무원이 스가 총리의 아들 및 도호쿠신샤 관계자들과 총 38차례 회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마다 마키코(山田真貴子) 현 내각공보관도 총무성 총무심의관이었던 2019년 11월 스가 총리의 장남에게 접대를 받았음이 밝혀졌다. 가장 많은 접대를 받은 인물은 다니와키 총무심의관으로 네 차례에 걸친 도호쿠신샤와의 회식에서 음식비와 택시 쿠폰, 선물 등 총 11만8000엔(약 124만 원)어치의 접대를 받았다.

총무성은 이같은 조사 결과를 2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보고하면서 13명 중 11명은 국가공무원 윤리규정 상 '이해관계자로부터의 접대'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했다. 총무성은 이들에게 윤리규정 위반으로 면직 처분 등의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당초 "아들의 일일 뿐"이라며 관련성을 부인했던 스가 총리도 결국 사과했다. 하지만 파문은 계속될 전망이다.

야당은 스가 총리의 아들이 아버지의 영향력을 이용해 총무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추궁하고 있다. 그러나 총무성 측은 이날 국회에서 접대는 사실이지만 위성방송 인허가와 관련한 총무성의 판단에는 영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