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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던 아동 성추행"…성북구, 동화작가 책81권 열람금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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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을 성추행한 작가의 책을 열람하게 할 수는 없어요.”

서울 성북구가 22일 "아동 성추행 혐의로 법정 구속된 동화작가 한예찬 씨의 책에 대한 열람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성북구는 지역 15곳에 달하는 구립도서관이 보유한 책 81권을 모두 서고에 보관해 열람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성북구는 “가르치던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2018년부터 재판을 받아오던 한씨가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면서 한씨의 책을 보지 못 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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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씨는 '서연이 시리즈' 등 어린이용 판타지 작품을 주로 써왔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던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아동 의사에 따라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한씨는 법정 구속 후 선고에 불복해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에 대해 성북구 관계자는 “성희롱이나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작가의 경우 독자가 성인이면 자신의 판단에 따라 책을 선택해 볼 수 있지만, 아동은 자력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이례적으로 열람제한 조치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씨의 작품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임을 고려해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작가의 서적을 제한하기로 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또 “피해 아동의 충격을 고려한 부분도 있다”며 “피해자가 존재하는데 아동성범죄자의 작품이 회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당초 성북구는 한씨 작품의 폐기까지 검토했다. 하지만 1심 선고가 내려진 점, 아동학자와 학부모 등 성인이 열람을 원하면 정보제공을 하는 것이 도서관의 역할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폐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공공도서관으로서 사회적 약자 입장에 공감하고 함께 한다는 연대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출판사 가문비어린이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씨의 책이 계속 판매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출간한 책을 전량 반품하고 도서 전량을 폐기하기로 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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