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터치프리키로 환경보호부터 코로나19 방역까지

중앙일보

입력 2021.02.22 09:00

업데이트 2021.02.24 18:12

김나원(왼쪽)·강다인 학생기자가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코로나19 방역용품 ‘터치프리키’를 들어 보였다.

김나원(왼쪽)·강다인 학생기자가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코로나19 방역용품 ‘터치프리키’를 들어 보였다.

나흘간의 설 연휴가 끝난 2월 15일,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용인시재활용센터 등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에는 까마득한 높이의 쓰레기 산이 생겼어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적용된 이번 설에는 비대면 명절 선물 등 택배 배송량이 급증하면서 스티로폼 등 포장 쓰레기가 더욱 늘어난 거죠.

그뿐만 아닙니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면서 2019년 대비 플라스틱 폐기물은 15.6%, 비닐 폐기물은 11.1% 늘었어요. 이에 환경부는 커피전문점 등 식품접객업소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빨대·종이컵·젓는 막대 사용 금지 등을 담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 개정안 등을 2월 16일부터 3월 29일까지 41일간 입법 예고했죠. 서울시도 ‘도시전환랩’을 통해 ‘쓰레기 제로’에 도전합니다. 도시전환랩은 재사용·재활용 등 자원 순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생태환경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실험이에요. 2020년 총 5억원의 예산을 들여 자원순환 6개, 에너지 2개 분야의 프로젝트를 추진했어요.

터치포굿을 “버려지는 자원과 버리는 마음을 터치하는 회사”라고 소개한 박미현(가운데) 대표가 학생기자단과 나란히 섰다.

터치포굿을 “버려지는 자원과 버리는 마음을 터치하는 회사”라고 소개한 박미현(가운데) 대표가 학생기자단과 나란히 섰다.

평소 환경보호에 관심 있는 강다인·김나원학생기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된 8개 프로젝트를 찬찬히 살펴봤죠. 소중 학생기자단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사회적 기업 ‘터치포굿’의 ‘버려진 자원 다시 돌아보기’ 사업이었어요. 터치포굿은 지난해 ▲폐플라스틱으로 생활소품 만들기 ▲소비자가 본인 용기에 물건 등을 담아가는 ‘담아가게’ 모집 등 작은 실천으로 우리 주변 쓰레기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터치포굿을 찾아 병든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기로 했습니다.

터치포굿 지하에 있는 도시형환경교육센터 문을 열자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가 학생기자단을 맞았어요. “터치포굿은 짧게 쓰이고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해 세상에 하나뿐인 상품과 환경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에요. 모든 제작과정에는 저소득 이웃과 장애인 작업장이 함께합니다. 도시형환경교육센터는 도시에 사는 어린이·청소년에게 일상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 프로그램을 제공하죠. 환경과 인간 사이의 유기성을 이해하고, 막연한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청소년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직접 플라스틱 분리배출에 나섰다. 플라스틱은 그 특성에 따라 7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직접 플라스틱 분리배출에 나섰다. 플라스틱은 그 특성에 따라 7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그제야 사방을 가운 채운 폐 현수막·플라스틱·천 등 버려진 자원이 눈에 들어왔어요. 낡고 헤진 쓰레기로만 생각했던 물건들이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한다니 믿기 힘들었죠. 학생기자단이 만들 물건은 코로나19 방역용품 중 하나인 ‘터치프리키(Touch free key)’입니다. 터치프리키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손을 대지 않고도 엘리베이터 버튼이나 공공장소 스위치를 누를 수 있도록 고안됐죠. 플라스틱을 분류한 뒤 세척·파쇄·사출·성형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제작에 앞서 박 대표의 환경교육이 시작됐어요.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분리수거 실행률은 59%로, 독일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에요. 하지만 분리수거율이 실제 재활용률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2017년 국내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약 23%에 불과해요. 즉 수거된 플라스틱 대부분이 실제로는 재활용되지 못하고 쓰레기로 분류된다는 거죠.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폐기 방법을 제대로 알고 분리 배출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음료 페트병·일회용 컵·포장 용기 등이 모두 같은 플라스틱이라고 생각하지만, 플라스틱은 재질 등 특성에 따라 7종류로 나뉘어요. “그렇게 많다고요? 집에서 분리 배출할 때는 따로 나누지 않고 한 번에 버리는데요.” 다인 학생기자가 놀라 되물었죠.

“아직까지 폐기 방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현실이죠. 한번 사용한 플라스틱을 녹여서 다시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것을 ‘물질 재활용’이라고 해요. 그런데 플라스틱은 종류에 따라 녹는점이 다르답니다. 예를 들면 일회용 스티로폼 컵·테이크아웃 용기에 쓰이는 PS(폴리스티렌)는 140℃부터 녹고, 생수병·음료수병 등에 쓰이는 PET(페트)는 240℃부터 녹기 시작하죠. 두 플라스틱이 뒤섞여 배출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PS는 140℃에서 완전히 녹아 액체 상태겠지만, PET는 애매하게 녹거나 고체 상태겠죠. 결국 재활용이 어렵거나 기계가 고장 나는 등 문제가 생깁니다. 폐기 방법을 제대로 알고 분리 배출해야 하는 이유예요.”

폐기물의 몸통이나 바닥에 플라스틱 분류 표시가 없는 경우 포장지·라벨을 잘 살펴보면 된다. 라벨은 떼어낸 뒤 플라스틱만 분리배출한다.

폐기물의 몸통이나 바닥에 플라스틱 분류 표시가 없는 경우 포장지·라벨을 잘 살펴보면 된다. 라벨은 떼어낸 뒤 플라스틱만 분리배출한다.

학생기자단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박 대표가 미리 수집해 깨끗하게 세척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직접 분류하며 분리 배출 방법을 익히기로 했죠. 먼저 폐기물의 몸통·바닥·포장지 등을 자세히 살펴 플라스틱 분류 표시를 찾아요. 표시에 따라 분리 배출하는데, 칫솔·볼펜 등 플라스틱이지만 표시가 없는 것은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이 세제 통은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비닐봉지는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병마개는 PP(폴리프로필렌), 뚜껑은 PP인데 몸체는 PE(폴리에틸렌)… 어! ‘OTHER(아더)’라고 적힌 건 뭐죠?” 나원학생기자가 질문했습니다.

“OTHER는 PE·PP 등에 속하지 않는 기타 재질 플라스틱을 말해요. OTHER 안에 이미 여러 재질이 섞여 물질 재활용이 불가능하죠. 다른 플라스틱과 따로 분류해 주세요.” 이외에도 플라스틱 분리 배출에는 여러 규칙이 존재해요. 오염물질이 묻어 더럽거나 너무 작을 경우에도 일반쓰레기로 버려야죠. 치약 등 튜브형 용기의 경우 안쪽까지 깨끗하게 씻기 위해 몸체 중간 부분을 자르곤 하는데, 15cm보다 작아지면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에서 골라내기 힘들어요. 윗부분만 살짝 잘라 세척하는 게 좋습니다.

플라스틱은 분리배출 전 반드시 깨끗하게 세척해야 한다. 초음파 세척 과정을 지켜보는 두 사람.

플라스틱은 분리배출 전 반드시 깨끗하게 세척해야 한다. 초음파 세척 과정을 지켜보는 두 사람.

플라스틱을 다 분류했다면 플라스틱 병뚜껑이 터치프리키로 업사이클링(Up-cycling·새활용)될 차례예요. 열·초음파를 이용해 한 번 더 세척한 뒤 물기를 바싹 말린 병뚜껑을 분쇄기에 넣어요. 잘게 갈린 병뚜껑 조각을 터치프리키 성형 기계에 넣은 뒤 녹을 때까지 잠시 기다립니다. “흰색과 파란색 병뚜껑이 섞였으니 하늘색 터치프리키가 나오겠네요!” 다인 학생기자가 말하자 박 대표는 “기계에 남아 있는 플라스틱과 방금 넣은 플라스틱이 섞여 보다 알록달록한 터치프리키가 될 거예요”라고 설명했죠. 녹은 플라스틱은 터치프리키 모양의 성형 틀에 붓고 굳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정확한 양을 계량하는 작업이 조금 어려웠지만, 박 대표의 도움을 받아 두 사람 모두 실수 없이 해냈죠.

학생기자단이 잘게 파쇄한 플라스틱 조각을 옮겨 담고 있다. 플라스틱 조각을 기계에 넣어 녹이면 터치프리키 제작 준비 완료.

학생기자단이 잘게 파쇄한 플라스틱 조각을 옮겨 담고 있다. 플라스틱 조각을 기계에 넣어 녹이면 터치프리키 제작 준비 완료.

잠시 굳길 기다린 뒤 성형 틀을 열자, 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터치프리키가 완성됐습니다. 분홍·민트·하양·파랑이 오묘하게 섞여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작품이 탄생했어요. “같은 색의 플라스틱을 넣더라도 기계 안에서 어떻게 섞일지, 어떤 색의 제품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어요. 업사이클링의 매력이죠.” 학생기자단이 각각 다섯 번씩 같은 작업을 반복했는데, 매번 다른 색의 터치프리키가 나왔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색으로 2개 골라 튀어나온 부분을 깔끔하게 다듬은 뒤 포장했죠.

플라스틱을 녹인 뒤 성형 틀에 부어 잘 굳히면 알록달록 세상에 하나뿐인 터치프리키가 완성된다. 손을 대지 않고 엘리베이터 버튼 등을 누를 수 있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서 안전하다.

플라스틱을 녹인 뒤 성형 틀에 부어 잘 굳히면 알록달록 세상에 하나뿐인 터치프리키가 완성된다. 손을 대지 않고 엘리베이터 버튼 등을 누를 수 있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서 안전하다.

“터치포굿을 ‘버려지는 자원과 버리는 마음을 터치하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소개하곤 해요. 오늘 터치프리키를 만들어 보니 어때요. 쓸데없는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마음과 뿌듯한 마음이 함께 들지 않나요. 간혹 폐현수막·페트병·낡은 천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제품은 품질이 낮다든지, 저렴한 제품이라는 오해를 받을 때 마음이 아파요.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여러 기업과 함께 ‘리싱크(Re-Sync·기업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폐기물을 기업이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코알라 업사이클링 담요 수익금은 호주 산불로 피해를 본 코알라 서식지 복구를 위해 기부하는 등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죠. 여러분도 오늘을 계기로 주변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 운동에 동참해보길 바랍니다.”

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강다인(서울 목동초 5)·김나원(서울 봉현초 4)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예전부터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았지만, 자세한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터치포굿을 방문한 뒤 플라스틱도 여러 종류로 나뉜다는 걸 알게 됐죠. 플라스틱을 분류하며 올바른 분리 배출 방법에 대해 배웠어요.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을 부수고 녹여 터치프리키를 만들었는데, 플라스틱의 색에 따라 알록달록 예쁜 터치프리키가 탄생한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했죠. 환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강다인(서울 목동초 5) 학생기자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터치프리키를 만들었어요. 플라스틱을 녹이는 과정이 위험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었죠. 버려진 물건이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 신기했고, 제 손에서 만들어진 터치프리키를 보니 참 뿌듯했어요. 지구를 아프게 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그 플라스틱으로 환경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뜻깊은 하루였어요.  김나원(서울 봉현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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