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흙이 없어도 날씨가 나빠도 채소가 쑥쑥 자라는 농장에 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2.22 08:54

업데이트 2021.02.24 09:27

각종 채소 잘 자라는 최적 환경 인공지능으로 맞춤 제공 남극에서도 오이·호박 키워 먹죠 

장예현(경기도 중앙기독초 6) 유소윤(경기도 배양초 6) 학생기자가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소재 농업회사 법인 팜에이트(주) 본사를 찾아 스마트팜에 대해 알아봤다.

장예현(경기도 중앙기독초 6) 유소윤(경기도 배양초 6) 학생기자가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소재 농업회사 법인 팜에이트(주) 본사를 찾아 스마트팜에 대해 알아봤다.

소중 친구들은 기우제(祈雨祭)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기우제란 가뭄이 들었을 때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며 하늘에 비는 제사를 말해요. 농업이 시작된 1만여 년 전부터 불과 몇십 년 전까지 한 해 농사의 성공 여부는 날씨와 토양의 상태에 달려있었죠. 하지만 인류의 농업기술은 이제 외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양질의 작물을 재배하는 단계까지 발전했어요. 게다가 농부가 종일 땅을 일구고 가꿔야 했던 과거와는 달리, 하루에 4시간만 일해도 사계절 내내 신선하고 아삭한 채소를 먹을 수 있게 됐답니다. 이 모든 건 농장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팜 덕분인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스마트팜 기업 팜에이트를 방문해 보다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진화한 첨단 농장을 들여다봤습니다.

글=성선해 기자(sung.sunhae@joongang.co.kr), 사진=박종범(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유소윤(경기도 배양초 6)·장예현(경기도 중앙기독초 6) 학생기자

"최근 태풍으로 인하여 국내산 토마토 수급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토마토 없이 메뉴가 제공될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9월 말 나왔던 국내 주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공지 내용이에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같은 해 여름 이상 기후와 태풍의 영향으로 강원권 토마토 출하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일시적으로 품귀 현상이 빚어졌죠. 토마토뿐 아니라 배추 역시 장마·태풍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값이 급등했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가격정보를 보면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해 9월 29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는 평년가격(5509원)의 두 배 이상인 1만1883원이었어요. 1년 전(6918원)과 비교해도 72%가량 치솟은 가격입니다.

 한기원 팀장(오른쪽)이 유소윤(왼쪽)·장예현 학생기자에게 스마트팜의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한기원 팀장(오른쪽)이 유소윤(왼쪽)·장예현 학생기자에게 스마트팜의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채소의 생산량과 가격은 기후 및 환경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계절마다 채소 가격이 널을 뛰는 이유죠. 일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환경을 조성한 비닐하우스조차도 급격한 날씨 변화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때가 많아요. 그런데 무더운 여름과 겨울 한파에도 신선한 채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농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바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농장인 스마트팜(Smart farm)입니다. 관련 시설만 설치한다면 사방이 차가운 얼음뿐인 남극에서도 싱싱한 상추쌈과 애호박 된장찌개를 먹을 수 있어요. '농사는 하늘의 뜻'이라는 통념을 깨는 스마트팜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요. 유소윤·장예현 학생기자가 스마트팜의 원리를 알아보기 위해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에 있는 팜에이트(주) 본사를 찾았어요. 한기원 커뮤니케이션&교육팀 팀장이 이들을 맞이했습니다.

외부와 차단된 농장에서 자라는 샐러드 채소

 팜에이트 식물공장에 입장하기 위해서 방진복·위생모·마스크·장화를 착용한 뒤 에어샤워 중인 장예현 학생기자. 외부에서 유입되는 오염 물질을 차단하기 위한 절차다.

팜에이트 식물공장에 입장하기 위해서 방진복·위생모·마스크·장화를 착용한 뒤 에어샤워 중인 장예현 학생기자. 외부에서 유입되는 오염 물질을 차단하기 위한 절차다.

2004년 설립된 팜에이트는 새싹채소·아이순·어린잎채소·파프리카·미니채소·특수채소 등 샐러드 채소를 직접 생산·가공·유통하는 농업회사법인이에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을 채소 재배에 적극 도입한 국내 스마트팜 업계 선두주자로 평택 본사를 비롯해 서울, 경기도 화성·이천, 충남 천안 등에서 150여 종의 채소를 재배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방문한 본사 5000여 평 부지에는 새싹채소 생산공장, 시설재배 하우스, 엽채류(잎을 먹는 채소 종류) 식물공장, 농산물 가공 및 포장시설, 첨단물류센터 등이 모여있어요.

거대한 청록색 컨테이너 형태의 팜에이트 본사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자 벽을 가득 채운 커다란 신발장이 먼저 보였어요. "스마트팜은 농장 내에서 일정한 환경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방문객은 건물에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 해요. 외부에서 들어오는 오염 물질을 차단하기 위함이죠."(한)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들어선 1층 통유리창 너머로 식물공장이 보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이곳을 찾은 이유죠. 아파트 단지처럼 구획되어 여러 층으로 조성된 철골 구조물 속에는 수십 가지 초록 채소들이 분홍색 LED 조명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어요. "찰칵~!"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학생기자단은 일단 휴대전화 카메라부터 꺼내 들었죠.

 팜에이트 평택 본사 식물공장의 전경. 철골구조 안에 작물 재배용 선반을 층층이 쌓아 아파트처럼 만들었다. 이러한 형태를 수직농장이라 한다. [팜에이트 제공]

팜에이트 평택 본사 식물공장의 전경. 철골구조 안에 작물 재배용 선반을 층층이 쌓아 아파트처럼 만들었다. 이러한 형태를 수직농장이라 한다. [팜에이트 제공]

"스마트팜의 개념은 정확히 무엇인가요?"(장) "자동화 설비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농장을 말해요. PC·스마트폰 등으로 원격 관리하기 때문에 생산의 효율성뿐 아니라 편리성도 높일 수 있죠. 사실 스마트팜은 온실·축사·과수원 등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개념이에요. 팜에이트의 식물공장은 그중에서도 실내 수직농장으로 스마트 온실에 해당하죠. 기후와 환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작물 재배가 가능해요."(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스마트 온실은 농장 안팎 환경과 작물의 성장을 자동으로 측정·분석한 빅데이터를 자료화해 최적의 환경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첨단 농장을 뜻해요. 여러 분야의 과학·정보통신 기술이 농장 경영과 만난 거죠. 스마트 온실과 일반적인 비닐하우스 재배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점은 전용 장비와 시스템입니다. 스마트 온실의 시설은 크게 센서 노드(node·통신망이나 단말기의 접속점)와 제어 노드, 영상 장비, 통합제어기로 나뉘어요. 센서 노드는 센서와 통신 모듈을 결합해 센서가 측정한 값을 통합제어기에 보냅니다. 여러 센서를 통해 실내 온도 변화(온도 센서)와 실외 햇빛양(일사량 센서)을 측정하고, 수증기량을 재고(습도 센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식물이 호흡할 수 있는 정도인지를 측정(이산화탄소 센서)하고, 작물에 필요한 양액을 공급(양액 센서)하고, 온실의 차양막·지지목 등의 안전관리를 위해 바람의 세기(풍향·풍속 센서)를 측정한 값이죠. 통합제어기는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관리시스템에 전달하고, 관리시스템의 명령을 제어 노드로 보내 자동으로 작업을 실행되게 하죠. 제어 노드 장비도 여럿이에요. 온도 유지를 위해 창문과 각종 커튼을 여닫는 측창 개폐기와 커튼 개폐기, 작물에게 필요한 이산화탄소·양액 공급기, 재배에 필요한 물과 양액을 대는 관, 냉난방기 등이죠. 영상 장비로는 CCTV와 웹캠을 설치해 현장 상황을 살피고요. 이러한 기기들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가지고 인공지능이 어떤 조건에서 작물이 잘 자라는지 분석해 알맞은 재배 환경을 제공하는 거죠. 이를 구현하는 복합환경제어시스템은 PC·스마트폰 등 통합제어기로 관리합니다.

 재배 작물을 성장 단계별로 분류해 조금 더 넓은 공간으로 옮기고 있다. 수직농장에서 작물 재배 과정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재배 작물을 성장 단계별로 분류해 조금 더 넓은 공간으로 옮기고 있다. 수직농장에서 작물 재배 과정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시설을 갖춘 식물공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접 들어가 볼까요. 입장 절차는 생각보다 꽤 복잡해요. 일단 흰색 방진복을 입고, 위생모·장화·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여기에 에어샤워까지 마쳐야 공장 내부에 발을 들일 수 있죠.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양쪽에서 센 바람이 쏟아지자 유소윤 학생기자가 "꺅" 소리치며 양쪽 귀를 막았습니다. "식물공장은 완전히 밀폐돼 있어요. 실내가 오염되면 세균과 병균의 확산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내부 전체를 깨끗하게 관리합니다."(한) 그렇게 온몸을 깨끗이 하고 들어선 식물공장. 문을 열자마자 습기와 열기가 훅 덮쳐왔어요. 1년 365일 섭씨 22~23도를 유지하는 식물공장은 매서운 추위에 손발이 시린 밖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죠. "여기에 직접 들어온 청소년 친구들은 소중 학생기자 여러분이 처음이에요."

 수직농장은 땅에서 자라는 작물에 비해 사람의 손이 덜 간다. 하루 15kg의 어린잎채소를 수확하기 위해 필요한 인원은 약 0.5명이다.

수직농장은 땅에서 자라는 작물에 비해 사람의 손이 덜 간다. 하루 15kg의 어린잎채소를 수확하기 위해 필요한 인원은 약 0.5명이다.

팜에이트의 식물공장은 여러 개의 선반을 차곡차곡 쌓아 구성된 아파트형 구조 때문에 수직농장에 속합니다. 청경채·케일·카이피라 등 여러 품종의 채소를 생장 단계별로 구분해 양육합니다. 파릇파릇한 새싹이 잎이 되고 면적이 넓어지면 다른 선반으로 옮겨 마음껏 자랄 수 있게 해요. 각 선반에는 식물별로 재배를 시작한 날짜가 적혀있어 성장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죠. "이건 열흘 정도 된 모종으로, 육묘라고도 합니다. 같은 날 심었지만 모두 균일하게 자라지는 않아요. 성장이 더딘 쪽도 있죠. 그런 부분은 빼고 잎과 기둥, 뿌리가 모두 튼실하게 자란 것만 다른 성장판으로 이식해요. 그래서 품질이 고른 편이에요. 약 40일이면 다 자랍니다."

 파종과 이식 단계의 샐러드용 채소들. 수직농장 작물 재배 과정은 씨앗을 뿌려 발아시키는 파종부터 이식과 정식, 수확으로 나뉜다.

파종과 이식 단계의 샐러드용 채소들. 수직농장 작물 재배 과정은 씨앗을 뿌려 발아시키는 파종부터 이식과 정식, 수확으로 나뉜다.

수직농장에서 작물의 재배 과정은 크게 4단계로 나뉩니다. 씨앗을 뿌린 후 13~14일 정도 재배해 발아시키는 파종, 조금 자란 작물을 조금 넓은 공간으로 옮겨 9일 정도 재배하는 이식, 어느 정도 재배된 작물을 선별하여 더 넓은 공간에서 12일 정도 재배하는 정식, 그리고 파종 이후 약 35~40일 정도 자란 채소가 대상인 수확이에요. 작물을 선별해 옮기고 수확하는 데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각 과정에서 식물이 자라는 동안에는 사람이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운영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은 거죠. 팜에이트 식물공장에서 어린잎채소 기준 하루 15kg 수확 가능한 파종용 선반 28단, 재배용 선반 100단 운영에 필요한 관리 인원은 약 0.5명입니다. 왜 0.5명이냐고요? 노동자의 일일 법정 노동시간은 8시간이지만 이곳에서는 파종 시트 및 준비 작업 15분, 양액 관리 20분, 점검 10분, 채소 수확·포장 30분, 기타 작업 관리를 포함한 사람의 근무시간이 4시간 이하거든요.

사시사철 일정하게 채솟값을 유지하는 비결  

 한기원(맨 왼쪽) 팜에이트 커뮤니케이션&교육팀 팀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에 수직농장 작물 재배 과정을 설명했다.

한기원(맨 왼쪽) 팜에이트 커뮤니케이션&교육팀 팀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에 수직농장 작물 재배 과정을 설명했다.

그런데 농장 하면 떠오르는 한 가지가 안 보이네요. 바로 흙입니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흙에 뿌리를 내리고 영양분을 빨아들이면서 성장하지만, 수직농장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이곳의 모든 작물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흰색 판 아래에는 흙 대신 투명한 액체가 흘렀죠. 바로 작물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양액(養液)입니다.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요소를 물에 녹인 거죠. 즉, 수직농장은 수경재배로 운영됩니다. "이렇게 보면 낯설고 신기하지만, 수경재배는 조선 시대부터 널리 이용되던 방식이에요. 시루에 콩을 뿌려서 물을 주고 기르던 콩나물이 좋은 예죠."

그렇다면 식물 위에 내리쬐는 LED 광원은 왜 분홍색일까요. 광합성에 필요한 청색광과 적색광이 함께 발현돼 색이 섞였기 때문이죠. 겉으로 보기에는 분홍색이지만 사실은 자연광에 가까운 파장을 구현한 겁니다. "식물마다 생육 단계별로 필요한 빛과 양분의 농도·기온·습도·조도·이산화탄소의 비율이 모두 달라요. 저희는 지금까지 100여 가지 채소에 대한 재배 데이터를 축적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실시간 통합관제 시스템이 작물 성장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제어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팜에이트 식물공장에서 35~40여 일간의 재배를 마치고 수확을 앞둔 샐러드용 채소 버터헤드레터스를 살펴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팜에이트 식물공장에서 35~40여 일간의 재배를 마치고 수확을 앞둔 샐러드용 채소 버터헤드레터스를 살펴봤다.

팜에이트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통합관제 시스템으로 하루에 어린잎채소 약 1톤, 새싹채소 약 0.6톤(최대 2톤 생산 가능)을 생산해요. 또 자체 생산 및 계약재배를 통해 미니채소와 허브 등 특수채소 50여 품목과 파프리카도 생산 중입니다. 최첨단 환경에서 자란 농작물은 물류센터를 통해 대형마트와 백화점, 슈퍼마켓, 편의점, 외식 프랜차이즈, 온라인몰 등에서 판매돼요.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농작물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가격이 사시사철 일정하다는 거죠. 채소 수급이 급감하는 여름과 겨울에도 품귀 현상 없이 안정적인 재료 공급이 가능해요. "우리나라는 한여름과 한겨울 채소 재배가 어려워요. 매년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아 수입하는 경우도 있어요. 식물 재배 방식을 전환한 스마트팜, 그중에서도 수직농장은 우리 땅에서 안정적으로 채소를 연중 재배 가능한 방법이에요."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장기화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샐러드 소비량도 늘었어요. 기존에는 젊은 여성층이 주로 먹는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성별과 연령대를 초월해 수요량이 늘어났죠. 지난해 11월 편의점 프랜차이즈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같은 해 1~10월 샐러드 부문 매출은 2019년 동기 대비 27.2% 증가했어요. 또 2020년 남성과 장년층의 샐러드 매출 신장률은 각각 34.5%, 48.4%를 기록했어요. 팜에이트 식물공장의 인기 작물도 샐러드용 채소죠. 현재 이곳에서는 로메인·적겨자 등 40여 종의 성채 채소와 아마란스·적근대·타라곤·케일 등 30여 종의 어린잎 채소가 자라고 있어요. 이들은 포기째 팔리기도 하고, 가공 과정을 거쳐 샐러드 형태로 판매되기도 합니다. 덕분에 2020년 팜에이트의 매출액은 533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60억원이 증가했죠.

남극에서도 오이·호박 키워 먹는다

 팜에이트의 자회사 플랜티팜이 남극 세종기지 대원들을 위해 제작한 극지형 컨테이너 실내농장. 지난해 연말 전남 광양항에서 쇄빙선에 실려 남극을 향해 떠났다. [팜에이트 제공]

팜에이트의 자회사 플랜티팜이 남극 세종기지 대원들을 위해 제작한 극지형 컨테이너 실내농장. 지난해 연말 전남 광양항에서 쇄빙선에 실려 남극을 향해 떠났다. [팜에이트 제공]

2017년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전 세계 인구 증가로 2050년에는 현재보다 70% 이상 식량을 더 생산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는데요. 계절·온도·병충해·자연재해 등 외부영향에서 자유로운 스마트팜은 전 세계 식량 수급 불균형을 완화할 수단이 될 수도 있죠. 사막 한가운데서도 푸른 채소가 자랄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강점이 가장 잘 드러난 사례가 바로 남극 세종기지의 스마트팜이에요. 연평균 기온 영하 23도의 혹한인 남극은 땅에서 식물 재배가 불가능해요. 게다가 다른 대륙과도 거리가 멀고, 접근성이 떨어져 신선한 채소를 먹기가 하늘의 별 따기죠. 그래서 남극에 있는 세계 각국 기지에서는 대부분 극지형 컨테이너에 수직농장을 접목한 스마트팜을 운영해요.

10년 전보다 2배 커진 남극 세종기지 컨테이너형 실내농장에선 상추 등 잎채류 외에 수박·호박 같은 과채류도 재배할 수 있다. [팜에이트 제공]

10년 전보다 2배 커진 남극 세종기지 컨테이너형 실내농장에선 상추 등 잎채류 외에 수박·호박 같은 과채류도 재배할 수 있다. [팜에이트 제공]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상추 등 엽채류를 재배할 수 있는 수직농장을 세종기지에 설치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한층 더 발전한 형태의 컨테이너형 수직농장이 남극을 향해 출발했어요. 이는 팜에이트의 자회사 플랜티팜이 제작했죠. 40피트(12m×2.3m×2.3m) 크기로 이전보다 2배 커진 덕분에 엽채류 외에도 고추·토마토·오이·호박 등 과채류까지 함께 재배할 수 있어요. 남극에서 삼겹살을 상추에 싸 먹고, 호박 된장찌개를 끓여 오이냉국과 먹는 일이 현실이 된 거죠. 알면 알수록 놀라운 스마트팜의 세계. 소중 학생기자단은 팜에이트 식물공장을 나와 방진복을 벗고 한 팀장과 스마트팜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눴어요.

소윤팜에이트의 식물공장을 살펴보니 재배 면적에 비해 생산량이 많을 것 같아요. 


아까 살펴봤듯 식물공장은 선반을 층층이 쌓아 올려 작물을 재배하는 수직농장이죠. 그래서 노지(露地·지붕으로 덮거나 가리지 않은 땅)와 비교했을 때 동일한 면적을 선반 층수만큼 더 이용할 수 있어요. 또 온도·습도·이산화탄소 센서는 물론 조도·수온·양액 농도·산성도 센서까지 설치해 작물의 생육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조성했습니다. 여러 센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관제시스템에 보내지고, 인공지능이 어떤 조건에서 작물이 잘 자라나는지 분석해 알맞은 온도·습도 등을 제공해요.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기 때문에 작물이 자라는 속도 역시 빠를 수밖에 없죠. 비닐하우스 등 일반 온실과 비교했을 때 단위면적당 생산성은 40배에 달해요.

 팜에이트 식물공장의 축소판인 이동형 수직농장 ‘파밀리오’.

팜에이트 식물공장의 축소판인 이동형 수직농장 ‘파밀리오’.

예현요즘 나만의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집에서도 스마트팜을 이용하는 방법은 없나요.

이미 국내에 가정용 스마트 식물재배기 시장이 형성돼 있어요. 팜에이트 역시 제품 개발 막바지 단계로, 이에 앞서 외식 업소나 카페 등에서 인테리어용으로 사용하기에 적당한 크기의 식물 재배기 '파밀리오'를 출시했죠. 축소판 수직농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전용 UI를 통해 내부 환경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어요.

소윤수직농장에서 수경재배한 작물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식물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수경재배는 특히 샐러드용 채소에 적합해요. 땅에서 키운 채소는 수확 이후 잎과 몸통에 붙은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 소독과 세척 과정을 거치죠. 하지만 수직농장에서 생산한 채소는 그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신선함이 더 오래가요. 식감도 더 좋고요.

예현현재 수직농장에서 재배가 가능한 작물의 종류는 몇 가지인가요.  


이론상으로는 모든 종류의 작물이 가능해요. 다만, 실내에서 여러 단을 쌓아 기르기 때문에 작물의 높이가 중요해요. 키가 큰 작물은 품종을 개량해 기능성은 강화하되, 높이는 낮춰야죠. 작물마다 필요한 환경과 요소가 달라서 힘들어요. 예를 들어 시금치는 저온 환경에서 자라는 채소라 처음에는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애를 먹었어요.

 장예현(오른쪽)·유소윤 학생기자가 이동형 실내농장 ‘파밀리오’를 살펴보고 있다.

장예현(오른쪽)·유소윤 학생기자가 이동형 실내농장 ‘파밀리오’를 살펴보고 있다.

예현 국내에 스마트팜이 대중화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일까요.

초기 시설 구축 비용을 낮추는 거라고 생각해요. 땅에서 재배할 때와 비교하면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죠. 여러분이 본 철골 건물 형태의 스마트팜은 가장 저렴한 모델이 평당 약 400~500만원이에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스마트팜 설비 구축 전문 플랜티팜이라는 자회사를 세워 여러 모델을 개발했죠.

소윤현재 농가에 적용할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스마트팜 모델은 없나요.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팜에이트 본사에서 운영 중인 바질 재배용 스마트 온실의 경우 설비 구축 비용이 평당 200만원 대 초반인데요. 철골 구조 대신 비닐하우스 형태를 채택하고, 표면에 단열이 잘되는 소재를 넣어 건축 비용과 내부 시설 구축에 드는 비용을 대폭 줄였죠. 여기에 스마트팜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예현스마트팜 시장 규모가 커진다면 기존 농작물 시장과 비교해 어떤 차이점이 생길까요.


지구 온난화로 갈수록 이상기후 현상이 심해지고 있어요. 머지않아 채소는 물론 쌀농사도 쉽지 않을 시대가 올 겁니다. 지금이야 부족한 식량은 수입해서라도 먹는다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상 이변이 일어나면 그것도 불가능해요. 스마트팜은 외부 환경 변화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미래의 식량난을 해결할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어요.

반려식물로 체험하는 스마트팜의 원리
 스마트 화분으로 내 방에서 스마트팜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다. [블룸엔진 제공]

스마트 화분으로 내 방에서 스마트팜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다. [블룸엔진 제공]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스마트팜의 원리는 소중 친구들의 방 안에서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요. 최근 관상용 화초의 성장 단계에 맞춰 스마트 시스템이 빛·물·바람을 적절히 공급하게끔 설계된 ‘스마트 화분’이 출시됐어요. 자동 급수 기능과 소형 공기 순환 팬, 화초 성장에 적합한 밝기와 파장을 가진 LED 조명 등이 내장돼 있죠.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원격제어도 가능하답니다.

지하철 역에서 만나는 스마트팜
 팜에이트의 식물공장 내부와 직접 생산한 샐러드 채소를 만날 수 있는 ‘메트로팜’ 상도점. [팜에이트 제공]

팜에이트의 식물공장 내부와 직접 생산한 샐러드 채소를 만날 수 있는 ‘메트로팜’ 상도점. [팜에이트 제공]

 전통적인 농업은 도시와 거리가 먼 교외나 농촌이 공간적 기반이에요. 농작물을 재배하려면 넓은 토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좁은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직농장형 스마트팜은 도심 속에서도 운영이 가능해요. 팜에이트에서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을지로3가역, 5호선 답십리역, 1호선 천왕역 그리고 7호선 상도역에 '메트로팜'을 운영 중이에요. 지하철 역사 내 빈 공간을 활용해 지은 스마트팜이랍니다. 24시간 연중 생산이 가능한 재배실에는 이자트릭스·버터헤드레터스·카이피라 등 엽채류와 바질·루꼴라 등 허브류가 자라요. 또한 재배실 옆 샐러드 자판기에는 메트로팜에서 수확한 작물로 만든 다양한 수제 샐러드를 구입할 수 있어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이번 취재 전까지는 저에게 스마트팜이란 단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농사법'이고, 아직 우리 사회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기원 팀장님을 통해 팜에이트에서 생산한 채소들이 우리 주변에 있는 마트·식당에 굉장히 많이 유통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스마트팜이 우리와 굉장히 가까운곳에도 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남극 세종기지 대원들이 현지에서 채소를 직접 재배해 먹을 수 있도록 수직농장을 개발해서 남극에 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신기했어요. 평택 본사 수직농장 안에는 많은 종류의 채소들이 자연광 대신 LED 불빛을 받으며 자라고 있는데, '나중에 환경이 오염되면 모든 농사를 다 저렇게 지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파격적인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스마트팜에 대해 알려주면 농사 걱정이 없을 것 같아요.

장예현(경기도 중앙기독초 6) 학생기자

채소를 바깥에서 기르면 해충에게 갉아 먹히거나 기후가 좋지 않은 날에는 다 시든다는 단점이 있어요. 실내에서 기르면 그런 걱정도 없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돼서 좋은 것 같습니다. 또한 채소류 외에도 곡물 등 다른 작물들도 많이 생산할 수 있어 유익하겠네요. 그리고 이런 기술이 반영된 식물 재배기를 지하철 역, 집, 사무실, 주차장 심지어 남극 세종기지까지 다양한 장소에 설치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이 항상 건강하고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분들을 본받고 싶어요.

유소윤(경기도 배양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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