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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 오세훈·나경원 ‘강경 보수’ 논쟁…홍준표·황교안 트라우마?

중앙일보

입력

종반을 향해 치닫는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선두권 후보(나경원·오세훈) 간 공방이 격해지고 있다. 특히 ‘강경 보수’를 둘러싼 양측 논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오세훈 “강경보수 걱정” vs 나경원 “시장직 건 게 강경보수”

오세훈(왼쪽),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6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을 바꾸는힘 제1차 맞수토론'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오세훈(왼쪽),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6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을 바꾸는힘 제1차 맞수토론'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강경보수 논쟁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나 후보는 강경보수를 표방한다. 사실 그 점이 굉장히 걱정스럽다”(18일 언론인터뷰)며 불을 지폈다. 나경원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를 맡았던 2019년 공수처법·선거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을 주도하는 등 강경 색채가 짙기 때문에 본선에서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는 취지다.오 전 시장은 그러면서 “지난해 총선은 황교안·나경원 투톱이 운영한 기간에 대한 평가였다. 참패로 끝났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전 의원은 곧바로 “도대체 무엇이 강경보수냐”며 받아쳤다. 나 전 의원은 18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공수처법·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려할 때 우리 당 의원, 당직자, 보좌진은 절규하고 눈물을 흘리며 막으려했다. 그 때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냐”고 따졌다. 강경보수 딱지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나 전 의원은 이어 2011년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던 것을 거론하며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보여준 오 후보가 전형적 강경보수 아니냐”고 반격했다.

국민의힘 양강이 서로를 향해 ‘강경보수’ 딱지를 붙이는 건 남은 경선·단일화 과정에서 중도·무당층 표심이 결정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치러진 국민의힘 예비경선은 책임당원 투표(20%)와 일반시민 여론조사(80%)를 합산하는 방식이었지만, 다음달 4일 본경선은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로만 치러진다. 오 전 시장은 예비경선 여론조사에서 2위를 했지만 일반시민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나 전 의원을 앞섰다고 한다. 중도층을 향한 양측의 경쟁이 뜨거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본경선 이후 진행될 제3지대 후보(금태섭·안철수)와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중도층이 중요한 건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본경선과 마찬가지로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단일 후보를 정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당 바깥 사람들과 단일화를 하는데 우리당 당원을 여론조사에 포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며 “양쪽 후보가 정해지면 여론조사 표본, 질문 문항 등을 두고 기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보수’ 논쟁이 소환한 홍준표·황교안 시절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2019년 11월 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 면담을 마친 뒤 천막에서 나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2019년 11월 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 면담을 마친 뒤 천막에서 나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강경보수 논쟁이 가열되면서 국민의힘 일각에선 홍준표·황교안 대표 시절을 떠올린다. “투쟁 일변도로 갔음에도 실익이 없었던 당시를 떠올리면 후보들로서는 서로 강경보수가 아니라고 어필하는 게 당연하다”(국민의힘 관계자)는 주장이다.

2017년 한국당 대표를 맡은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그해 9월 김장겸 전 MBC사장 체포 영장이 발부되자 취임 2개월 만에 정기국회 보이콧을 주도하며 강공에 나섰다. 그러나 이듬해(2018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며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2019년 황교안 전 대표 역시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단식·삭발을 하고 장외집회를 주도하는 등 강경투쟁에 나섰지만,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초유의 전국선거 4연패라는 결과를 받아든 뒤 곧바로 직을 내려놨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영선 후보가 중도층을, 우상호 후보가 당원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나름대로 역할 분담이 돼 전체 표를 확장하고 있다는 인상”이라며 “강경보수 논쟁을 벌이며 경쟁하는 게 현 상황에서 본선에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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