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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딸 사망케한 친부 단죄, 감옥 안에서 아들 친권 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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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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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생후 3개월 딸을 방치해 사망케 한 친부 A씨에 대해 남은 아들에 대한 친권을 박탈해 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A씨는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지난해 9월 징역 4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친권 상실이 확정되면 A씨가 복역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하더라도 아들에 대한 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A씨가 판결 도달일(2월 15일) 이후 14일 이내 항고하지 않으면, 친권은 박탈된다.

“밥 먹자” 전화에 3개월 딸 두고 외출

22일 의정부지방법원 등에 따르면 2019년 4월 18일 저녁, A씨는 배우자 B씨의 “밥 먹자”는 전화에 딸 C양에게 분유를 먹인 뒤 엎드린 자세로 눕혀 두고 집을 나갔다. 약 두 시간 뒤 아내와 식사 및 음주를 하고 홀로 돌아온 A씨는 TV를 보다 잠이 들었다. 딸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A씨는 다음 날 아침 다시 B씨를 만나 외식을 하고 돌아와서야 C양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걸 알아챘다.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 30분까지 외출한 4시간을 포함해 15시간 30분 동안 딸을 단 한 차례도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사이 딸은 정확히 몇 시에 사망했는지도 알 수 없는 채로 엎드린 채 숨져 있었다.

A씨 부부는 딸을 방치해 사망케 하고 당시 3살이던 아들 D군에 대한 양육을 소홀히 했다는 혐의로 2019년 10월 함께 기소됐다. 1심은 이들의 유죄를 모두 인정해 남편에게 징역 5년을, 아내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들 부부는 1주일에 2~3회 이상 보호자 없이 아이들을 두고 외출해 술을 마셨고 생후 3개월 된 딸이 있는 방에서 흡연하기도 했다. 사망 며칠 전부터 설사병을 앓던 딸 C양은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지 않아 사망 당시에는 엉덩이 피부가 벗겨져 기저귀에 혈흔도 남은 상태였다.

檢 “친권상실 필요” 청구에 法 인용

의정부지방검찰청 본관 전경. 뉴스1

의정부지방검찰청 본관 전경. 뉴스1

의정부지검 공판송무부(부장검사 박대범)는 부부의 1심 판결이 나온 뒤 이들의 친권을 상실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아동복지법 제18조 1항은 아동의 친권자가 그 친권을 남용하거나 현저한 비행, 아동학대 등의 이유로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걸 발견한 경우 검사나 시ㆍ도지사 등은 법원에 친권행사의 제한 또는 친권상실 선고를 청구해야 한다고 정한다.

친권상실에 대한 판단은 부부의 아동학대를 처벌한 재판과는 따로 진행됐다. 의정부지법은 청구 1년여만인 지난 4일 A씨의 친권을 상실토록 하는 결정을 했다. 친권상실 재판 및 아동학대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 B씨가 사망하기도 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B씨는 임신과 출산으로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구치소를 나왔고 항소심 중이던 지난해 4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두 차례 면접조사 기일과 D군의 주거지 등을 점검한 법원은 지난 4일 심문기일을 열고 A씨의 친권을 상실케 해달라는 검사의 청구를 인용했다. 법원은 A씨의 친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법원은 “현재 D군의 유일한 친권자인 A씨는 친권을 남용해 D군의 복리를 현저히 해쳤고, C양을 유기해 사망케 했다”며 “친권의 일시 정지나 일부 제한으로는 D군의 복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없고, A씨가 적절히 친권을 행사하리라고 기대할 사정도 없다”며 친권상실을 선고했다. 친권자가 없어진 D군에 대해서는 현재 맡겨진 아동보호센터의 원장을 후견인으로 선임했다.

아동학대→친권상실선고, 정확한 통계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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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가 지난해 7월 국회 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를 사유로 한 친권 재제 현황은 별도로 집계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법원에서 매년 발간하는 사법연감으로 친권상실선고 접수 건수만 파악해 볼 수 있는 정도다. 접수된 친권상실 사건은 2017년 191건, 2018년 151건, 2019년 139건으로 청구 자체가 많지 않은 편이다. 친권상실선고 청구 경험이 있는 한 현직 검사는 “청구하는 사례 자체가 드물고, 법원에서 인용되는 사례는 더욱 드문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8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친권 제재 관련 규정의 한계와 개선 과제’ 보고서를 통해 “2020년 기준 미국의 모든 주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리와 통제권이 ‘자녀의 최상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비자발적으로 종결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아동학대 가해자의 77%가 부모인 현실에서 학대 부모의 친권 제재 마련은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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