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황진영의 미래를 묻다

우주 개발·점유 나선 강국들…‘평화적 공유’ 원칙이 깨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1.02.22 00:43

업데이트 2021.02.2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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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주 패러다임의 변화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유엔의 외기권 조약은 잘못된 것이며, 미국은 이를 개정하거나 아니면 탈퇴를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우주자원 상업 활용 선언
학계 “유엔 외기권 조약 탈퇴해야”
일 항공자위대, 항공우주자위대로
한국도 새로운 우주정책 대비해야

안식년 중이었던 2019년 8월 미국 워싱턴 D.C.의 조지워싱턴대 우주정책연구센터에서 들었던 저명 우주법학자의 강의 내용이다. 우주활동의 자유원칙,우주의 평화적 이용원칙, 우주공간의 전유(專有)금지 원칙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는 외기권 조약을 바이블로 생각하고 있던 필자에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강의 내용은 곧 현실로 나타났다. 당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행정명령과 우주정책지침 등을 통해 우주군 창설, 우주자원의 상업적 활용 등을 미국의 우주정책으로 선언했다. 세계의 우주 현실은 크게 변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지켜본 우주는 ‘1950년대에 시작된 우주 경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었다. 우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를 넘어 미래자원의 보고이며, 국가안보 및 자주국방의 핵심인 동시에, 민간기업에 의한 신시장 경쟁의 각축장이다. 뉴 스페이스(New space)는 민간주도의 우주개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세계는 우주를 둘러싸고 크게 변화하는 중이었다.

급변하는 글로벌 우주 경쟁

세계 우주개발은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우주경쟁 속에서 한국 우주개발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민간 우주기업 쎄트렉아이에서 인공위성 개발기술을 배워간 아랍에미리트(UAE)가 불과 10여년 만에 지구에서 4억8000만㎞ 떨어진 화성 궤도에 탐사선 ‘아말(희망)’을 보내 생생한 화성의 영상을 보내왔다. 미국·러시아·유럽·인도에 이어 세계 5번째의 화성궤도 진입국이 된 것이다. UAE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건국 50주년을 맞는 올해에 화성 탐사선을, 그리고 100년 뒤엔 화성에 인류 정착촌을 건설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중동 소국 UAE도 우주 대열 합류

미국 스페이스X의 차세대 유인 우주선 스타쉽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하는 장면을 그린 상상도.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스타쉽 우주선은 지구궤도 뿐 아니라 달과 화성탐사에도 참여한다. [사진 스페이스X]

미국 스페이스X의 차세대 유인 우주선 스타쉽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하는 장면을 그린 상상도.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스타쉽 우주선은 지구궤도 뿐 아니라 달과 화성탐사에도 참여한다. [사진 스페이스X]

UAE 우주관계자는 중동의 포스트 석유시대를 이끌고, 청소년들에게 과학적 관심을 일으키고, 도전적인 목표를 통해 미래를 보여주고자 하였다고 밝혔다. 미국·러시아·중국 등 거대 강국만이 이룰 수 있는 것처럼 보였던 우주탐사에, 미처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이에, 우리에게서 기술을 전수해 갔던 중동의 소국마저도 우주탐사국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다음날 중국도 화성착륙선 ‘텐원1호’를 화성궤도에 진입하였으며, 연이어 미국도 지난 19일 5번째 화성착륙선인 퍼시비어런스호를 화성에 착륙시켜 인류의 화성거주 가능성을 조사하고, 화성의 샘플을 채취해 귀환할 예정이다. 게다가 미국의 민간기업인 스페이스X의 창립자인 일론 머스크는 앞으로 100년 내에 100만 명을 화성에 보내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도 2005년 하야부사 1호에 이어, 지난 12월 6일에는 하야부사 2호를 통해 지구에서 3억㎞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서 표토를 채집하여 지구로 귀환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일본은 인류 최초로 소행성에서 샘플을 가져온 국가가 됐다.

세계 주요국의 활발한 우주탐사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주탐사는 청소년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희망을 주기도 하고, 어려운 목표의 실현 과정에서 국가의 과학기술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우주자원의 상업적 활용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우주자원은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특정국가가 소유하거나 점유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이런 원칙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8년 당시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우주는 육상·해상·공중에서와 같이 전투(war-fighting)의 영역”이라고 선언했다. 수년전 미 국무부와의 회의에서 미국은 중요 군사정보의 70% 이상을 우주자산을 통해 획득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위성항법시스템인 GPS를 통한 위치정보는 물론, 각종 정찰위성을 통한 광학 및 전천후 레이다 영상, 통신위성을 통한 감청, 전세계 구석구석의 전시작전을 위한 실시간 기상정보 등 이미 우주는 국방력의 핵심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2007년 중국의 위성요격 실험, 2019년 인도의 위성요격 실험 등은 우주자산에 의존해 온 미국의 국방력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는 지상에서뿐 아니라, 우주에서 인공위성을 직접 요격하거나 작동 불능으로 만들기 위한 우주무기 개발 및 시험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은 우주군의 창설을 공식 선언하였다.

이웃 나라 일본도 여기에 발맞추어 기존의 평화헌법 정신을 벗어나, 2008년 우주기본법에 우주안보를 포함하고,  지난해에는 항공자위대안에 ‘우주작전대’를 창설했다. 올해 안에 항공자위대를 ‘항공우주자위대’로 개편하는 것도 추진중이다. 일본은 빠르게 우주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는 뉴 스페이스 시대의 도래다. 뉴 스페이스란 우주분야에서 민간에 의한 상업화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우주개발은 정부가 독점해 왔다. 그러나, 재사용발사체인 팰컨로켓을 개발해 민간의 우주 상업화를 선도하고 있는 스페이스X는 우주개발의 큰 장애물이었던 발사비용을 10분의1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낮추고 있다. 이런 발사비용 저감은 민간기업의 우주 비즈니스 진입장벽을 크게 낮춰, 민간 우주여행과 위성인터넷사업 등 우주상업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 1만2000여 개를 띄워 인터넷 사각지대가 없는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등 민간의 우주개발 참여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의 우주개발 투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아니다. NASA의 우주개발 예산은 여전히 한국 정부 과학기술 R&D 예산 규모에 버금가는 연간 23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도 단기간 놀랄만한 성과 이뤄

한국의 우주개발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놀랄만한 성과를 이뤘다. 위성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의 30㎝급 저궤도 광학위성을 비롯해, 전천후 레이다·적외선 위성, 정지궤도 해양기상위성 및 환경위성 등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발사체 분야는 러시아와 협력한 나로호에 이어, 국내 독자기술로 추력 300t급 누리호 발사체를 올해 시험 발사하고, 내년에는 달 탐사선도 쏘아올릴 예정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계 우주정책의 변화와 흐름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다. 국가 우주개발 계획의 대부분은 정부가 필요로 하는 실용급 위성개발에 머물러 있다. 외국에서 이런 위성은 이미 민간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영역이다.

한국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구임무 중심의 우주개발에서 우주탐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미 우주 선진국들은 지구 주위의 우주개발에서 벗어나 우주탐사를 위한 거대 시스템 개발이 진행 중이다. 미국은 달탐사 사업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와 달궤도 우주정거장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르테미스에는 캐나다·이탈리아·호주·UAE·룩셈부르크 등 7개국이 상당한 투자를 하며 참여를 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참여 대상국에 끼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2030년 달착륙선을 보내는 목표가 장기계획 속에 있기는 하지만, 아직 구체화된 적은 없다. 일본이 이미 다녀온 소행성 탐사는 상징적 수준인 2035년에 머물러 있다. 그 외의 화성탐사 계획은 아직 개념조차도 찾아보기 어렵다. 독자적인 개발이 어렵다면 국제적 파트너로서 참여하는 방안도 찾아야 할 것이다.

우주안보 역시 정부 우주개발의 중요한 분야다. 우주정찰·우주감시, 나아가 우리나라의 우주 자산의 방어를 위한 우주무기의 개발도 남의 일처럼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우주개발을 중복적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미 민간에서 개발한 우주자산이나 민·군 겸용 기술은 민간에 맡기면 되고, 국방부는 국방 우주무기체계나 국방 특화기술에 전념하면 된다.

민간 우주산업 역량도 강화해야

민간의 우주산업화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민간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민간에 과감히 이관하고, 민간이 우주분야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안정적 환경과 제도를 정비해 주어야 한다. 정부출연 연구기관도 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민간에 적극 이전하고, 민간기업이 홀로 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민간이 하기 어려운 도전적인 미션이나 우주 핵심기술 개발, 그리고 민간에게는 아직 경제성이 없는 우주탐사 사업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빠르게 변화하는 우주환경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적절한 정부조직 체제의 정비도 필수적인 요소다. 대부분의 국가에선 독립된 부처 개념의 우주청이 있는가 하면, 일본과 같이 총리 직속의 우주개발전략본부와 같은 형태로 있는 경우도 있다. 국가의 우주정책을 범부처 차원에서 조율하고 원대한 장기계획을 추진할 수 있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우주정책과 뉴 스페이스 시대에 대비한 도전적인 우주개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황진영
항공우주시스템공학회 회장, 한국항공대에서 항공공학 학·석사를, 영국 서섹스대에서 과학기술정책학 박사를 받았다. 공학도로 시작했지만, 첫 직장인 산업연구원과 다음 직장 항공우주연구원이 이어지면서 항공우주 관련 정책학으로 돌아섰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Innovation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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