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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장으로 읽는 책

어슐러 K. 르 귄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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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마술적 리얼리즘… 같은 용어들은 문학이 종래의 서사 구조에 점점 멀어지고 있는 거대한 틈과 부딪치며 주섬주섬 갖다 붙인 용어입니다. 이 용어들은 드러내기보다는 숨기는 게 많고, 설명해주는 바가 없어요. 중요한 소설가들은 기존의 카테고리 바깥에서 나타나죠. 주제 사라마구가 쓰는 게 어떤 종류의 소설인지 말해 보세요. 리얼리즘은 아닙니다. 확실히 아니죠. 하지만 그의 작품은 분명 문학입니다. 어슐러 K. 르 귄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SF 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르 귄이 리얼리즘 소설만을 문학의 꼭대기에 올려온 기성 문학계에 일침을 가하는 문장이다.

“저는 상상력이 인류가 가진 가장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마주 보는 엄지의 유용성을 넘어설 정도죠. 저는 엄지손가락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지만, 상상력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상상력은 정신의 필수 도구이며 생각의 본질적인 방식, 사람이 되고 사람으로 남기 위해 꼭 필요한 수단입니다.” 그 상상력을 자극하고 훈련하는 것으로 SF만 한 게 있을까.

“문학이야말로 우리가 여행하는 ‘삶’이라는 나라에 가장 유용한 안내서” “책은 오래 간다. 당신이 열다섯살 때 어떤 책이 뭔가를 말해 줬다면, 오십 살에도 같은 말을 해줄 것이다.” “따분하고 서툰 스타일은 곧 사고의 빈한함이나 불완전함을 나타낸다고 믿는다. 다윈의 정확하고 폭넓고 탁월한 지력은 그의 명료하고 강하고 활력 있는 글로 표현된다고 본다.” 부제가 ‘삶과 책에 대한 사색’인 서평집이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