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건강한 가족] "최근 출시된 국산 신약 렉라자, 폐암 치료 글로벌 기준 바꿀 것"

중앙일보

입력 2021.02.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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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다. 최근엔 흡연 인구가 줄면서 비흡연자 폐암이 꾸준히 늘고 있다. 비흡연자 폐암은 한국·홍콩 등 동양인·여성에게 흔하다. 이들 상당수는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퍼져 수술이 불가능한 3·4기 폐암으로 진단받는다. 지난달 비흡연자 폐암 치료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국산 3세대 폐암 표적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출시됐다. 폐암의 성장·증식에 관여하는 EGFR 변이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린다. 렉라자 다국가 글로벌 임상연구를 주도하는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조병철 센터장에게 최신 폐암 치료 전략과 국산 폐암 신약의 가치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폐암은 주로 흡연자가 걸리는 병 아닌가.
“위험한 생각이다. 평생 담배 한 개비도 피우지 않았어도 폐암에 걸릴 수 있다. 비흡연자 폐암이다. 최근엔 전 세계적으로 흡연 인구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비흡연자 폐암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은 비흡연자 폐암 발병 비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주목할 만한 점은 비흡연자 폐암 환자의 70%는 암 성장·증식에 관여하는 EGFR(표피성장인자 수용체)이라는 단백질의 돌연변이가 발견된다는 점이다.”
EGFR 돌연변이 여부가 왜 중요한가.
“똑같은 폐암이라도 어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나타나느냐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 암 유전자별 특성이 달라서다. EGFR 돌연변이는 전체 폐암 환자의 30~40%에서 관찰될 정도로 압도적이다. 비흡연자 폐암일 땐 EGFR 돌연변이 비율이 더 높다. 게다가 폐암이 재발하면 상당수에서 EGFR 돌연변이가 나타난다.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1기 폐암도 40%가 치료 후 재발한다. 3기 폐암일 때는 재발률이 무려 90%다. EGFR을 제외한 ALK·ROS1·BRAF 등 다른 폐암 유전자의 발현 빈도는 5% 이내다.”
렉라자 상용화에 주도적 역할을 했는데.
“감회가 남다르다. 렉라자를 개발하는 5년이라는 시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렉라자는 폐암에서 가장 흔한 폐암 유전자인 EGFR을 표적으로 한다. 처음 개발할 때부터 기존 EGFR 표적치료제의 한계인 내성까지 고려했다. 렉라자는 EGFR 2차 돌연변이 유전자인 T790M까지 표적으로 공격한다. 혈관·뇌 장벽(Blood Brain Barrier)까지 통과해 뇌까지 퍼진 암세포의 성장·증식도 억제한다. 안전성도 우수하다. 기존 EGFR 표적치료제와 비교해 피부·심장 독성이 덜하다. 비록 동물실험이지만 렉라자는 오시머티닙에 비해 피부 독성이 적었다. 또 임상 1상에서 심부전을 유발하는 QT 간격 연장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렉라자가 오시머티닙 독주 체제를 깨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비슷한 기전의 치료제가 존재하는데, 늦게 개발한 건 아닌가.
“그렇지 않다. 매년 전 세계에서 250만~300만 명이 새로 폐암으로 진단된다. 이들을 치료할 1·2세대 EGFR 표적치료제는 각각 2가지씩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표적치료제에 내성이 생겼을 때 사용하는 3세대 EGFR 표적치료제는 전 세계적으로 오시머티닙 한 개뿐이다. 약값도 비싸 오시머티닙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약은 다양할수록 저렴해진다. 그만큼 환자의 약제 접근성이 높아져 치료 성공률이 좋아진다. 렉라자 존재 자체가 경쟁력이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나.
“물론이다. 한국은 아직까지 오시머티닙을 1차로 사용할 때 건강보험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다. 향후 렉라자 단독 1차 임상연구인 LASER301 데이터가 나오면 서로 경쟁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전 세계 코로나19 방역의 기준을 제시했던 K방역처럼 한국에서 만든 K신약으로 폐암 치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렉라자를 기반으로 새로운 글로벌 폐암 치료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렉라자의 글로벌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보는 이유는.
“폭넓은 확장성이다. 현재 렉라자는 투 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3상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렉라자 단독 1차 요법인 LASER301과 렉라자·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인 MARIPOSA 등이다. 이 두 개의 임상연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EGFR 내성이 생겼을 때 오시머티닙 단독 요법만 존재했던 현재의 내성 폐암 치료법에 추가로 ▶렉라자 단독 요법 ▶렉라자·아미반타맙 병용요법 등 새로운 치료 대안이 생긴다. 특히 렉라자·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은 1차로 사용했을 때 객관적 반응률은 100%다. 오시머티닙에 내성이 생겼을 때도 렉라자·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효과를 보인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고작 2년 남짓한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좀 더 늘릴 수 있다고 본다.”

권선미 기자 kow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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