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장 장마와 태풍으로 농산물 생산량이 급감한 데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겹치면서다. 국제 곡물 생산량도 줄어 식료품 가격 인상 품목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맥도날드 25일 100~300원 인상 #파리바게뜨는 95개 품목 올려 #햇반 6~7%, 오뚜기밥 7~9% 뛸 듯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오는 25일부터 버거류 11종을 포함해 총 30종 품목의 가격을 100~300원씩(평균 2.8%) 올린다. 빅맥,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 등은 100원 비싸지고 불고기버거는 8년 만에 처음으로 200원 올라 2200원이 된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닭고기와 돼지고기, 계란, 토마토, 양파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20~30% 급등하고, 5년간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롯데리아도 버거류 등 25종 가격을 이달부터 100원~200원씩 올렸다. 평균 인상률은 약 1.5%다.
계란과 밀이 주재료인 제빵업계도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섰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660개 제품 중 14.4%에 해당하는 95개 품목의 소비자 가격을 19일부터 인상했다. 평균 인상률은 5.6%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각종 제반 비용 상승에 따라 2년 만에 일부 품목에 대해서만 인상했다”며 “나머지 552개 가격은 동결했다”고 말했다. 앞서 CJ푸드빌의 뚜레쥬르도 이달 초 90여개 제품 가격을 평균 9% 올렸다.
CJ제일제당은 이달 말부터 햇반 가격을 6~7% 인상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햇반 210g 기준으로 100원 정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도 오뚜기밥 가격을 7~9% 정도 올릴 예정이다. 동원F&B는 지난달 쎈쿡 7종 가격을 1350~1500원으로 11% 인상했다. 국내 두부 시장 1위 풀무원은 지난달 두부와 콩나물 가격을 10~14% 인상한 바 있다.
식품업계는 “지난해 농산물 작황이 나빠 원재료비가 올랐고, AI까지 겹치다 보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양파(1㎏)는 전년 대비 88%, 대파(1㎏)는 206% 급등했다. 쌀(20㎏)은 전년 대비 16.4%, 계란(특란 30개)은 50%가량 올랐다. 식재료 가격 인상은 외식업계의 가격 상승으로 번질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부담을 우려해 식품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 분위기지만 더는 미루긴 어렵다”며 “국제 곡물은 미리 사놓았기 때문에 현재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앞으로 수입량이 줄면 추가 가격 상승 압박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