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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미·일 협력 재건 통해 외교 고립 벗어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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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포티지에 위치한 제약회사 화이자의 백신 생산 현장을 둘러본 뒤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포티지에 위치한 제약회사 화이자의 백신 생산 현장을 둘러본 뒤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우리의 파트너십은 공유된 민주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이는 거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과의 장기적 경쟁을 위해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취임 한 달 만에 데뷔한 국제무대에서 동맹국들과 다자주의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일본·인도·호주 외교부 장관과 18일 쿼드(Quad) 회의를 열고 “중국의 어떤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는 데 합의했다.

바이든 “동맹은 거래 아니다” 일침 #3국 회담·쿼드 참여로 돌파구 열 때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민주주의 국가들의 ‘반중(反中) 연합’이 가시화하면서 국제정세가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중국과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일본과 충돌하는 한편 한·미 동맹 관리엔 소홀했던 결과, 새로운 글로벌 판도에서 외톨이가 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인식해 부랴부랴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섰지만, 일본은 소극적이다. 징용·위안부 문제가 자신들 뜻대로 해결되지 않는 한 한국과 섣불리 손잡지 않겠다는 입장이 완강하다. 정부는 숙원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과의 공조가 절실한 처지인데, 바이든 행정부는 한·일 관계부터 먼저 개선하라는 입장이니 곤혹스럽다. 19일 청와대에서 징용·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에 달린 상황”과 “한·일 관계 정상화가 중요하다”는 미묘한 입장 차가 잇따라 나온 건 정부의 곤혹스러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럴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공유하는 혈맹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외교의 총론으로 삼아야 한다. 이어 각론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동북아 전략 핵심인 한·미·일 협력 재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어렵다면 미국과 일본에 3국 외교장관 회담을 선제적으로 제의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일본하고만 협상하기 껄끄러운 이슈도 한·미·일이 모인다면 타협안이 모색될 수 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할 길이 열릴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을 의식해 부정적 입장을 보여 온 쿼드 참여 문제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국을 너무 의식하다 보면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연합에서 배제돼 동맹을 잃고 중국에는 더욱 종속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뿐이다.

중국에 할 말을 하면서도 협력하는 관계를 수립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에 동참하면서도 “기후변화나 생물 다양성 같은 세계적 문제에선 중국과 공조가 필요하다”고 미국에 촉구했다. 우리도 이런 독일식의 유연한 전술을 구사한다면 쿼드에 참여하면서도 중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