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엄살라' 엄원상 “FC서울은 꼭 꺾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2.22 00:03

업데이트 2021.02.22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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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김호영 광주FC 감독은 “엄원상에게 올 시즌 10골 10도움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정필 프리랜서

김호영 광주FC 감독은 “엄원상에게 올 시즌 10골 10도움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정필 프리랜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기억이 여전히 생생해요. (손)흥민(29·토트넘)이 형, (황)희찬(25·라이프치히)이 형, (황)의조(29·보르도) 형 등등 쟁쟁한 동료들과 함께 선 것만으로 기가 죽더라고요. 흥민이 형이 슬며시 다가와 ‘괜찮아, 처음엔 다 그래’라며 툭 쳐주는데, 정말 고마웠어요. 흥민이 형처럼 의지할 만한 리더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100m 11초 빠른 발 앞세워
지난해 7골, 소속팀 6위 견인
“서울 옮겨간 박진섭 감독님께
광주 건재하다고 보여주고파”

프로축구 광주FC 공격수 엄원상(23)에게 지난해 11월 17일은 ‘축구 기념일’이다. 이날 카타르와 평가전(2-1승)에 후반 31분 교체 출전하며 꿈에 그리던 A매치 무대를 밟았다. 18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만난 엄원상은 “청소년 대표팀 시절 국제대회에 여러 번 나가봤지만, (A매치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긴장감을 경험하면서 한 걸음 더 성장한 것 같다”고 했다.

엄원상은 자타가 공인하는 ‘스피드 레이서’다. 100m를 11초에 끊는다. 속도만큼은 김인성(31·울산)과 함께 K리그 톱클래스로 손꼽힌다. 팬들이 붙여준 ‘엄살라(엄원상+모하메드 살라)’, ‘KTX’ 등의 별명도 빠른 발을 강조하는 수사 위주다.

프로축구 광주FC에서 활약 중인 축구대표팀 측면 공격수 엄원상. 장정필 프리랜서

프로축구 광주FC에서 활약 중인 축구대표팀 측면 공격수 엄원상. 장정필 프리랜서

프로 2년차이던 지난해엔 골 결정력이 향상됐다. 정규리그 23경기에서 7골(2도움)을 넣어 펠리페(12골)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에 올랐다. 광주를 창단 이후 처음으로 K리그1 상위 그룹(1~6위)에 올려놓았고, A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엄원상은 “A대표팀에 처음 합류했을 땐 나만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위축됐는데, 형들이 ‘너 정말 빠르구나’라고 칭찬해줘 용기를 얻었다. 그제야 동료 선수들의 장점을 분석하고 익힐 여유와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광주 구단 관계자는 “대표팀에 다녀온 이후 엄원상이 운동할 때 무섭게 집중한다”고 귀띔했다.

엄원상은 내성적이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속이 깊고 진중하다.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한 직후 이강인(20·발렌시아)은 ‘누나에게 소개해주고 픈 동료를 꼽아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엄원상을 지목했다. 엄원상은 “강인이가 U-20 대표팀에서 방을 함께 쓰는 동안 꼭꼭 숨겨 둔 내 매력을 찾아낸 것 같다. 언젠가 팬들에게도 나를 알릴 기회가 오길 기대한다”며 웃었다.

엄원상은

엄원상은

광주는 지난해 돌풍을 일으키며 6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1부리그 잔류가 최우선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냉정한 판단이다. K리그1 구단 중 가장 적은 예산 탓에 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광주 선수단 연봉 총액은 45억원. 군팀인 상무를 제외하고 K리그1 구단 중 가장 낮았다. 1위 전북 현대(169억원)의 26.6%에 불과했다.

엄원상은 “FC서울로 건너가신 박진섭(44) 감독님을 비롯해 주축 멤버 여러 명이 떠났으니 외부 시선으론 위기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 생각은 다르다. 새 사령탑 김호영(52) 감독님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우선은 2부 강등을 피하는 게 먼저지만, 좋은 흐름을 타면 그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FC서울은 꼭 이기고 싶다. 광주가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내가 골을 넣은 뒤 박(진섭) 감독님이 어떤 표정을 지으시는지 살펴보겠다”는 말로 유쾌한 도발을 했다.

하나원큐 K리그1 2021은 오는 27일 개막한다.

광주=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프로축구 광주FC에서 활약 중인 축구대표팀 측면 공격수 엄원상. 장정필 프리랜서

프로축구 광주FC에서 활약 중인 축구대표팀 측면 공격수 엄원상. 장정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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