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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동창’ KAIST 총장의 완주 “힘들었지만 사필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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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신성철 총장이 서울 KAIST 홍릉캠퍼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신성철 총장이 서울 KAIST 홍릉캠퍼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세간에서 그를 표현하는 말이 몇 가지 있다. ‘최초의 동문 총장’,  ‘박근혜 전 대통령 초등학교 동창’, ‘인사청문회가 열린다면 단번에 통과할 인물’  이런 말은 임기 4년 동안 세파에 시달리면서 이마에 깊게 새겨진 주름 같은 것이다.  22일 임기를 마치는 신성철(69) KAIST 총장 얘기다. 그는 박 대통령 탄핵이 한창이던 2017년 2월 총장에 취임, 2년도 채 되지 않은 2018년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시절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연구비를 부당하게 집행하고 제자 채용에 불법으로 관련했다는 내용이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1년이 넘게 수사했다. 하지만 결론은 불기소처분. 그새 장·차관이 바뀐 과기정통부도 항고를 포기했다. 최근 서울 KAIST 홍릉 캠퍼스에서 신 총장을 만났다.

신성철 총장, 임기 중 수사 시달려 #연구비 횡령 등 문 정부 고발 불기소 #“나와 관련된 연구자들 겁박 당해” #어려움 속 4년간 기금 2000억 유치

지난 4년의 소회가 남다르겠다.
마음고생이 없진 않았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고발사건이었다. 세계적 연구소와 국제공동연구를 하면서 거대시설을 활용하는데 조그만 이해가 있었어도 이럴 수는 없었다. 나와 관련된 젊은 연구자들이 겁박과 모욕을 많이 당했지만, 자세한 얘기는 굳이 하고 싶지 않다. 과학기술과 감사 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한 반면교사가 됐으면 좋겠다.
올해는 KAIST 50주년이다. 지난 세월을 평가하자면.
나는 KAIST 최초의 동문 총장이다. 석사로 입학한 게 1975년. 그리고 50년을 거의 KAIST와 같이 보냈다. 50년 전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300달러의 최빈국이었다. 지금 3만 달러 시대를 살고 있다. 놀라운 과학발전과 경제성장의 뒤에는 KAIST 졸업생이 있었다. 국내 반도체 리더급 인력의 25%, 이공계 교수의 20%가 KAIST 출신이다. 현재 네이버·넥슨 등 1200개 창업기업이 있다. 연간 총 매출이 14조원에 이른다.
그래도 미국 스탠퍼드대 등과 비교하면 창업기업의 차이가 크다.
‘휴보 아버지’ 오준호 교수의 로봇 플랫폼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최근 코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지난 4년간 학내 창업원의 교수·학생 창업 지원이 90여 건, 투자받는 게 2000억원에 달한다. 기술이전 수입료도 2019년에 100억원을 넘었다. 20세기 대학의 역할은 교육과 연구가 전부였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앞서가는 대학이 연구를 경제적 부가가치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가장 앞선 곳이 스탠퍼드대다. 졸업생 창업자가 4만 명을 넘어섰고, 여기서 나오는 매출이 3000조원이다.
한국 이공계 대학 교육의 문제점을 말해달라.
아직도 쫓아가는 연구에 매몰돼 있다. 정부가 요구하는 성공률 높은 과제, 단기적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이며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최근 블룸버그가 한국을 세계 최고의 혁신국가로 꼽았는데.
객관적 지표로 봐도 과학기술 논문 세계 12위, 국제특허 5위 등 엄청나게 성장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질적인 지표로 보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세계 주요논문 피인용지수는 30위, 특허강국이라 하지만 연간 기술 수입료가 4조원에 이르는 기술 수입국이다. 일본이 메이지유신 이후 첫 노벨과학상을 받기까지 80년이 걸렸다. 우리도 앞으로 10년 뒤쯤인 2030년엔 세계적인 열매를 맺을 시점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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