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본소득에 이익공유로 방어하는 이낙연…“민주당 국가 비전은 신복지”

중앙일보

입력 2021.02.21 19:25

업데이트 2021.02.21 19:45

“이낙연 대표께서 민주당 대표를 하면서 사회연대기금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표님 브랜드로 가져가시라고 요청을 드린다.” (21일, 문성현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2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연 ‘사회연대기금 논의 시작을 위한 간담회’에는 문 위원장과 이재진 민주노총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위원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당에선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인 박홍배 최고위원 등이 함께했다. 이 대표가 지난 1월 11일 최고위원회에서 이익공유제의 연장선상에서 꺼냈지만 방법론을 찾지 못해 답보 상태였던 사회연대기금 논의를 다시 궤도에 올리기 위한 자리였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위기에 기업이 자기 살길만 찾는다면 공동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면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봉진 배달의민족 의장이 통 큰 기부 선언을 해 상생 연대의 기풍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회연대기금 논의 시작을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측이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회연대기금 논의 시작을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측이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오종택 기자

사회연대기금 1호 타깃은 금융권

간담회 이름에 ‘시작을 위한’이라 수식어가 달렸지만 사회연대기금 조성 방법론은 상당히 구체화됐다. 이 대표는 “금융권 노사가 힘을 합쳐서 사내복지기금 일부를 사회연대기금에 출연하는 것을 검토한다”면서 “그런 노사의 의지를 뒷받침하고 확산하도록 돕기 위해 여당이 세액공제 확대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제도적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 등 여당 정무위원들이 KB·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을 은행연합회로 불러 모은 지 한 달 만에 금융권이 사회연대기금 조성에 협조하는 첫 사례로 소개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왼쪽), 양경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용우(왼쪽), 양경숙 의원

법안은 카카오뱅크 사장 출신인 이용우 의원과 재정정책 전문가인 양경숙 의원이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해 계층 지원이라는 목적은 같지만 종잣돈 마련 방식에선 차이가 있다. ‘이용우 안’은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들인 뒤 쓰고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과 금융권에 오래 쌓인 휴면 예금과 카드 포인트의 기부를 유도하자는 제안이다. ‘양경숙 안’은 1997년 외환위기 때 정부가 지원한 공적 자금 168조원 중 미회수분과 한국은행의 이익금 중 정부에 납입하고 남은 적립금을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개인이나 민간 기업의 기부나 출연에 대해선 혜택을 주자는 것은 같지만 기업의 소득을 계산할 때 기부금을 손금에 넣는 방식(이용우 안)과 세액공제를 15% 해주는 방식(양경숙 안)으로 차이가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의원이 각각 발의해 상임위 논의를 거치거나 사전에 당 정책위 차원에서 조율해 당론을 정리하는 방안을 모두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신복지 제도' vs 이재명 '기본 시리즈'

이 대표가 사회연대기금을 다시 띄우는 건 연일 계속되는 이재명 경기지사발 기본소득 찬반 논쟁의 틀에서 벗어나 복지 논쟁을 주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퇴임이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지난 19일 이 대표는 자신이 제안한 신복지제도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당내에 ‘국민생활기준 2030 범국민특위’(위원장 홍익표)도 띄웠다.

이날 이 대표는 “신복지 제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복지 제도의 대전환을 이룰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서 민주당이 내놓은 최초의 국가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대선주자 이낙연의 정책 브랜드로 키우려는 게 아니라 최고위원회의나 의원총회 등을 거쳐서 민주당의 어젠더로 확립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문 성향의 한 의원은 “당의 노선으로 확정된다는 것은 당 주류가 이재명발 기본소득론과 거리를 둔다는 확고한 의사표시”라며 “기본소득 논의의 당내 확산도 일정 정도 제어되는 효과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이낙연 대표의 이익공유제와 신복지 브랜드가 이 지사의 ‘기본 시리즈’만큼의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될지가 향후 경쟁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코로나 상생연대 3법, 2월 국회 처리 어려워"

이 대표는 ‘상생연대 3법(협력이익공유제·사회연대기금·손실보상제)’을 임기 중 마지막 국회인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게 목표지만 달성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법안 숙성 정도가 달라 2월 내 전부 입법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정태호 의원 등이 낸 협력이익공유제 법안은 이번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된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하청업체 관계처럼 “가치 사슬 안에 있는 경제 주체들이 이익을 분담”(이낙연 대표, 21일)하면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 의원은 “여야 합의를 시도해 보겠지만 2월 내 국회 통과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민주당 정책위가 당초 “이르면 3월에 지급하겠다”던 손실보상제는 방법론 마련에 난관을 겪고 있다. 보상의 기준이 되는 소득 파악과 코로나19과 인과관계가 있는 피해의 범위를 정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에 오는 25일까지 정부안을 마련해 오라고 했지만 어려움이 많다고 해서 손실보상제는 늦어질 것 같다”며 “이 대표 퇴임 이후에도 당 차원의 입법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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