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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독립 운동가 최재형 4대손, 병원비 전액지원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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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나사렛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초이 일리야. [문영숙 이사장]

인천 연수구 나사렛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초이 일리야. [문영숙 이사장]

신장이 붓는 수신증으로 수술을 앞둔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1860~1920)의 현손(玄孫·4대손) 초이 일리야(19)가 병원비를 전액 지원받게 됐다. 앞서 초이 일리야가 병원비를 걱정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21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시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은 초이 일리야 병원비 약 2100만원을 나눠서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초이 일리야는 러시아 국적이라 의료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최재형기념사업회에서 가입한 실비보험이 있지만, 외국인이라 의료보험보다 보상액이 적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인천시는 초이 일리야를 도울 방안을 찾아 나섰다. 검토 결과 인천시 해외진료사업팀의 해외환자 유치 관련 나눔 의료 사업비로 지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초이 일리야가 수술받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도 해당 의료사업 등록 병원이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예산 사용 현황과 올해 예산 등을 고려한 결과 초이 일리야를 위해 6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시 지원비를 제외한 나머지 병원비 약 1500만원은 병원 측이 부담한다.

앞서 초이 일리야는 지난 15일 새벽 급작스러운 복통으로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 결과 복통 원인은 요로가 막혀 신장이 붓는 수신증이었다. 입원 치료로 가까스로 위기는 넘겼으나 병원 측은 “선천적으로 요관이 좁아 신장에 무리가 올 수 있으니 더 큰 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 19일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에서 정밀검사결과 초이 일리야의 증상은 신우이행부요관 협착으로 나타났다. 단순 요관협착이 아니라 수술하지 않으면 추후 투석해야 할 우려가 있었다. 핵의학 진료 등 사전 검사 뒤 입원해 다음 달 4일 수술하기로 했다. 병원 관계자는 “처음엔 복강경 수술을 하려고 했다가 의료진 판단을 거쳐 로봇으로 신우성형술을 하기로 했다. 20일 병원비를 지원하기로 병원장 승인이 났다”며 “입원·수술비 외에도 일리야가 퇴원하기 전까지 통역 등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이 일리야는 수술 뒤 큰 이상이 없으면 다음 달 9일쯤 퇴원할 예정이다. 퇴원 후 인천대 글로벌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대학 입학을 준비할 계획이다. 문영숙 최재형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수술 날짜가 미뤄지면서 일리야가 걱정스러운 기색을 보인다”면서도 “일리야는 물론 러시아에 있는 일리야 어머니에게 상황을 잘 설명해 안심시켰다. 수술을 무사히 받고 건강하게 할아버지 나라에서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최 선생은 1909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안 의사에게 권총을 마련해 주는 등 의거를 막후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중앙포토]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최 선생은 1909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안 의사에게 권총을 마련해 주는 등 의거를 막후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중앙포토]

최재형 선생은 일제강점기 러시아 연해주에서 활동한 독립 운동가다. 안중근과 함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모의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하원 연설 도중 안중근 의사 등과 함께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러시아 군대에 물건을 납품하면서 축적한 부로 무장 독립투쟁을 지원했다. 연해주 내 한인 마을마다 소학교를 세우는 등 교육에 힘썼다. 그는 일제가 고려인을 무차별 학살한 1920년 순국했다. 유가족들은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42년만인 1962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3급)을 추서했다. 초이 일리야는 최재형 선생 손자(인노켄티)의 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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