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왜 우리 편에 안 서나”…신현수, 충격받아 떠날 결심

중앙선데이

입력 2021.02.20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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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호 03면

민정수석 사의 파문 전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 끝이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 끝이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둘러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으로 사의를 표명한 뒤 지난 18일 휴가를 떠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은 서울 용산의 자택이 아닌 지방 모처에 머물고 있다고 그의 지인들이 19일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신 수석과의 접촉 여부나 청와대 내부 분위기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신 수석, 검찰 인사 패싱에 사의
지방에 머물며 “결정 바뀔 일 없다”
청와대 일각 “거취 신속 정리해야”

신 수석은 휴가 중에도 지인들에게 “힘이 든다” “내 결정이 바뀔 일은 없다”는 취지의 짧은 말을 전하고 있다고 한다. 신 수석과 가까운 여권 인사는 “신 수석이 지난 18일 청와대에 출근한 이유는 신변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던 걸로 안다”며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나서서 설득했지만 사의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유 실장이 ‘일단 휴가로 처리할 테니 좀 더 깊이 고민해 달라’며 재고를 요청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신 수석은 22일께 휴가에서 돌아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직접적인 계기는 박 장관이 자신을 배제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발표했다는 검찰 인사다. 그런데 신 수석과 가까운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인사 협의 과정에서 박 장관이 했던 발언들 때문에 신 수석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고, 이는 신 수석이 사의를 굳히는 데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협의 과정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거취를 놓고 이견이 발생하자 박 장관이 ‘왜 우리 편에 서지 않느냐’는 취지로 신 수석을 몰아세웠고, 이 같은 편가르기식 발언에 신 수석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언급한 ‘우리 편’의 의미에 대해 여권 내부에선 “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과 강경 친문 세력을 포함한 개념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관심의 초점은 문 대통령이 박 장관의 제청 때 신 수석과 조율되지 않은 인사안임을 인지했는지 여부다. 청와대는 박 장관이 어떤 식으로 제청을 요청했는지에 대해 언급을 꺼리고 있다. 정치권에선 “민정수석을 지내 검찰 인사 절차를 잘 알고 있는 문 대통령인 만큼 인사안 재가 전에 수석실과의 조율 여부를 물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박 장관이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법률상 (검찰)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 일정도 대통령 뜻을 여쭤봐야 한다. 규모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한 데 대해 “신 수석을 패싱한 게 문 대통령의 뜻이었다는 걸 우회적으로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만약 조율되지 않았다는 걸 알고도 문 대통령이 재가했다면 결과적으로 박 장관이 언급했다는 ‘우리 편’에 문 대통령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파문이 커질 수 있다.

박 장관은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뒤 설 연휴 직전에야 직접 사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신 수석은 이후에도 “다시는 박 장관을 보거나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며 불쾌한 심경을 토로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청와대 인사들은 “신 수석의 복귀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돌아오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상황이 장기화되기 전에 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는 신 수석 거취 문제를 신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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