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 세금 쏟아부을수록 소득 격차는 더 커졌다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24호 30면

예견된 참사였다. 그제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가 거듭 확인해준 분배 악화의 참담한 현실 얘기다. 일자리와 가계소득은 기업이 투자 활성화를 통해 늘려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고,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온갖 명목의 현금 수당을 확대한 소득주도 성장을 고수해왔다. 재정을 풀면 가계 소득이 늘어 소비가 살아나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였다.

반시장 정책에 코로나 겹쳐 분배 악화 #세금 부담 늘어난 가계는 불황형 흑자 #기업 투자 활성화 없이는 극복 힘들어

정통 경제학자들의 우려 제기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이 정책을 줄기차게 밀어붙이고 있다. 앞으로도 정책 전환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더 강력한 세금 쏟아붓기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세금 일자리를 비롯해 온갖 명목의 수당과 재난지원금, 전 국민 위로금 뿌리기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통계청 발표는 무엇이 문제인지 생생히 보여준다. 지난해 4분기 가구당(2인 이상) 월평균 소득은 516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증가했으니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역대 최악의 정책 실패가 드러난다. 지난해 4분기에는 코로나19의 3차 확산 충격까지 겹치면서 가계의 근로소득(-0.5%)과 사업소득(-5.1%) 모두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악으로 감소했다. 최근까지 거듭된 집합금지 여파까지 겹치면서다.

그런데 근로 및 사업소득 감소에도 월평균 소득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밀은 온갖 명목으로 재정에서 지원되는 이전소득 증가에 있다. 기초연금·사회수혜금 강화에다 알바성 노인·청년 일자리 수당, 3차에 걸친 재난지원금 같은 이전소득을 뿌려대자 가계소득이 불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어떤가. 현 정부가 온갖 명목으로 반(反)시장 정책을 거듭하고 기업의 숨통을 조이자 고용이 줄어들면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동반 감소했다는 게 우리 경제의 민낯이다. 더구나 기업규제 3법과 노동법 개정, 중대재해처벌법이 꼬리를 물면서 기업의 투자 의욕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사태로 이익을 봤다”는 검증되지 않은 논리로 협력이익공유제를 법제화하고 나서면서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 이미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자영업자와 단기 알바 같은 취약계층 일자리가 쑥대밭이 돼 있으니 가계 전체의 근로 및 사업소득이 가속적으로 악화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 더욱 악화된 소득 격차의 실상이다.

소득 하위 1분위(-13.2%)와 2분위(-5.6%) 가구의 근로소득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반시장 정책의 여파가 누적된 데다 코로나 충격까지 겹친 최악의 결과다. 이에 반해 최상위 20%를 대표하는 5분위의 근로소득은 코로나 충격 와중에도 1.8% 증가했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취약계층을 돕는다면서 재정 지원을 늘렸지만, 소득과 관계없이 지원하는 수당과 지원금이 남발되면서 소득 상위 가구의 이전소득이 많이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이전소득 증가 폭을 뜯어보면 1분위(16.5%)·2분위(15.9%)보다 3분위(19.7%)·4분위(45.5%)·5분위(36.3%)에서 더 크게 상승했다. 소득 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2019년 4.64에서 4.72로 확대됐다. 정부 지원금 효과를 뺀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7.82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이전소득 증가로 세금·사회보험료 같은 비소비지출이 월평균 100만원에 가깝다는 현실이다. 결국 쓸 돈이 줄어 평균 소비성향은 69.6%로 떨어졌다. 돈 뿌리기의 여파로 초래된 불황형 흑자의 악순환이다. 이제라도 반시장 정책의 폭주를 멈춰야 한다. 돌파구는 기업 투자 활성화다. 기업의 숨통을 막은 채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날 리 없지 않은가. 세금으로는 분배 악화를 막지 못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