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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맞는 병 치료…의료‘들’이 존재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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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호 20면

한의원의 인류학

한의원의 인류학

한의원의 인류학
김태우 지음
돌베개

한의학은 개체의 독립성보다 내 몸과 연결된 것들의 흐름을 강조한다. 그런 흐름을 표현하는 용어가 ‘기(氣)’다. 서양의학과 구별되는 대목이다. 서양의학이 의료의 주류를 차지하면서 한의학은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데 과연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이 책의 저자는 인류학 방법론과 철학의 시각을 도입해 한의학을 다시 새롭게 돌아보게 한다.

‘의료 인류학’을 전공한 저자는 인류학의 ‘현지 조사’ 방법을 동원했다. 직접 병원과 한의원 현장을 교차 방문하면서 각각의 진단과 치료 과정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비교라는 말 대신 ‘병치’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서로 다른 의료 방식을 나란히 놓고 관찰한다는 의미다. 비교를 하다 보면 기준을 상정하게 되는데 대개 힘 있는 것이 기준의 중심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몸에 관한 진실이 하나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몸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 또한 하나가 아니게 된다. 몸에 대한 ‘복수(複數)의 진실’, 즉 의료‘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어느 의료가 훌륭하고 어느 의료는 못하다는 평가를 하는 게 이 책의 목적은 아니라고 저자는 밝혔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병치를 통해 차이를 드러내면서 저자는 그 의료들의 양립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모색한다. 차이를 알게 되면 의료들 사이에 제대로 된 소통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사회에서 관찰되는 의료들 사이의 반목 또한 그 중심에는 차이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있다고 했다.

어떤 의료도 몸의 모든 양상을 온전히 다 설명할 수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몸의 물질적 측면을 강조하는 서양 의료는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측면에 대한 설명이 약할 수밖에 없고, 살아있는 몸의 가변성을 강조하는 한의학은 몸의 물질적인 측면에 대한 설명이 덜 구체적이라고 했다. 이들 의료의 이해를 모아보면, 몸이라는 다차원의 모자이크를 맞춰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배영대 학술전문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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