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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의 자살 선택, 유전자도 한 몫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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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호 21면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제시 베링 지음
공경희 옮김
더퀘스트

자살을 다룬 20세기 책이라면 알프레드 알바레즈의 『자살의 연구(the savage god, a study of suicide)』(1971년)를 꼽을 수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 19세기라면,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Suicide: A Study in Sociology)』(1897년)을 얘기해야 할 거다. 그럼 21세기는. 시작한 지 20년밖에 안 됐고, 앞으로 많은 책이 나올 테지만, 이 책도 후보 중 하나가 될 거다. 국내 번역본 제목과 달리 원제는 ‘자살: 왜 우리는 자신을 살해하나(Suicide: Why We Kill Ourselves)’다.

『자살론』, 『자살의 연구』처럼 이 책도 ‘왜’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켐은 자살을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 ▶숙명적 자살로 분류함으로써 답하려 했다.

영국 작가 알바레즈는 31살에 목숨을 끊은 여성 시인 실비아 플라스를 단서로 답을 찾아 나간다. 미국 심리학자인 저자는 ‘진화론’을 통해 자살을 설명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찰스 다윈의 ‘적자생존 이론’에서 볼 때, 개체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진화했다는 건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20세기에 발전한 사회생물학과 진화심리학 이론을 적용하면 가능하다. ‘개체가 아닌 개체가 가진 유전자의 생존에 유리한 쪽을 선택’하는 수단 중 하나가 자살일 수 있다. 저자는 ‘진화는 윤리와 정신이 개입되지 않는 기계와 마찬가지다. 그냥 작동된다’(111쪽)며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한다.

저자는 책 앞쪽(1장 ‘비밀’)에서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소개한다. 동성애자인 저자는 10대에 자살 충동을 심하게 느꼈고, 30대에 경제적 이유로 또 한 번 자살 유혹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국내 번역본 제목은 여기서 착안한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원제가 더 끌린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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