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지율 0.5%...조언 좀 해줘" 클럽하우스 정치인 방에선 이런 일이

중앙일보

입력 2021.02.19 18:00

업데이트 2021.02.25 17:30

#지난 10일 조정훈 의원이 오픈한 클럽하우스 반말방 中
조 의원= “질문 할 사람 손들어”
이용자 A씨= “나! 어...다른건 아니고 내가 국회의원한테 언제 반말해보겠어. 하하하”

이목이 쏠리는 곳엔 늘 정치인들이 있다. 최근 열풍인 음성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 정치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다.

[정글]

4월 7일 보궐선거에 나서는 서울시장 예비후보 중 상당수가 클럽하우스에서 이미 소통 중이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금태섭 전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국회의원,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등이다.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시민들과의 대면 접촉이 제한적인 요즘, 클럽하우스가 새로운 선거운동 방식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클하 삼매경

최근 열풍인 음성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 정치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다. 박영선 전 장관(위 부터), 금태섭 전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각각 클럽하우스 앱에서 개설한 대화방. [AP, 클럽하우스앱 캡처]

최근 열풍인 음성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 정치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다. 박영선 전 장관(위 부터), 금태섭 전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각각 클럽하우스 앱에서 개설한 대화방. [AP, 클럽하우스앱 캡처]

클럽하우스란 원래 골프장 내 라커룸이나 레스토랑 같은 장소를 뜻한다. 운동 후에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사교활동을 즐기는 공간이다. 주로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폐쇄적인 특성을 지닌다. 새 SNS ‘클럽하우스’도 이처럼 ‘음성’으로 사교활동을 하는 가상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클럽하우스는 다수에게 오픈된 기존의 SNS와 달리, 가입하고 싶다고 가입되는 게 아니다. 기존 회원의 초대장을 받아야 한다. 현재 아이폰 사용자만 앱을 다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사용자도 가입할 수 없다. 다만 일단 회원이 되면, 누구나 다양한 주제로 방을 만들고, 또 정원 내에서 방에 참여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문자나 사진, 영상이 아닌 오직 ‘목소리’로 소통하다는 점이다. 방 안에서는 모더레이터(방장)와 스피커가 발언을 하고 나머지 인원은 리스너(청취자)가 돼 이야기를 듣는다. 리스너도 말을 하고 싶을 때는 손들기 버튼을 클릭해 발언권을 얻어야 한다. 미국에선 일론 머스크, 오프라 원프리, 애슈턴 커처 등 유명인이 참여하면서 입소문을 크게 타기 시작했다.

클럽하우스 열풍에 한국 정치인들도 하나둘씩 동참하고 있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인물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다. 박 전 장관은 지난 3일 스타트업 관계자들에 모인 방에 초대돼 대화를 나누고 지난 12일에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방을 개설해 소통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지난 10일 ‘지지율 0.5% 서울시장 후보에게 조언해주실 분?’이라는 ‘반말방’을 개설해 500여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조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클럽하우스 열풍이 불며 5~6명이 초청장을 보내왔다. 휴대폰이 안드로이드 기종이라 사용을 못하니 어떤분이 ‘정말 꼭 해야한다’며 아예 아이폰을 보내주셨다”며 “그정도까지 초대를 해주니 시작하는게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의원은 “비대면 정치의 하나의 현상으로 클럽하우스가 각광 받고 있는거 아닌가 싶다. 즉시성이 장점이며 녹음 녹취가 안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수 있다”며 “뭘 입고 있는지 보이지 않아도 되기에 현대사회의 익명성의 절묘한 조합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도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클하에서 약 36시간 동안 여기저기 다 들어봤다. 이제 작동 방식을 제대로 파악했으니 곧 클하 방을 열겠다”며 “무려 ‘반말방’에서 ‘진애, 진애!’ 소리도 들어 봤다. 반말방이 신선한 문화충격이다”라고 썼다.

금태섭 전 의원도 지난 9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방을 개설해 400여명 정도 인원과 대화를 나눴다. 금 전 의원은 지난 14일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과 남산 둘레길을 함께 걸으며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이야기 나눈 후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라 선거기간 중에 (나 의원과) 자주 만나고 클럽하우스 같은 걸 같이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많은 정치인이 클럽하우스 계정을 개설했다.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 선언을 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중앙일보와 지난 18일 화상 인터뷰를 했다. 조 의원은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하지만 어떤 분이 아이폰을 보내줘서 클럽하우스를 시작했다. 비대면 정치의 하나의 현상으로 클하가 각광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 선언을 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중앙일보와 지난 18일 화상 인터뷰를 했다. 조 의원은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하지만 어떤 분이 아이폰을 보내줘서 클럽하우스를 시작했다. 비대면 정치의 하나의 현상으로 클하가 각광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이 클하를 찾는 이유

정치인들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이다. 과거보다 인기가 줄었다는 페이스북에도 정치인들은 밤낮으로 새로운 글과 사진을 올린다. 지역구 활동사진부터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이슈에 대한 자신의 의견 등 내용도 다양하다. 유튜브에도 브이 로그를 통해 자신들의 일상을 공개하기도 하며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기도 한다. 대중과의 소통하는 창구를 늘리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트위터, 인스타그램, 블로그도 가리지 않고 활용한다.

따라서 새롭게 뜨는 SNS 클럽하우스에 정치인들이 주목하는 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클럽하우스가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도 꽤 매력적인 특성이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는 논란이 생겼을 때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파장이 크다. 한 정치인이 페이스북에 문제시되는 발언을 올리면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면서 끝없이 퍼지기 때문이다. 글을 수정한다고 해도 수정내역까지 모두 기록되고 공개된다. 하지만 녹음되거나 저장되지 않는 클럽하우스는 이러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정치인들은 좀 더 자유롭게 지지자들과 소통할 수 있으며, 대화하며 자신의 발언 수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유행에 민감하다는 이미지를 얻는 것도 덤이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혁신적이고 선진적인 이미지 메이킹을 하려는 시도 같다. 최근 가장 핫한 이슈이기 때문에 자신이 트렌디하고 대화하는 캐릭터라는 것을 어필 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표를 얻는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클하에서 만난 정치인, 반갑다 vs 안반갑다  

그렇다면 일반 이용자들 생각은 어떨까? 클럽하우스에서 만나는 정치인들이 반가울까? 클럽하우스 이용자 3명을 화상으로 만나 생각을 들어봤다.

클럽하우스 이용자 3명을 화상으로 만나 정치인들의 클럽하우스 이용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오명석(30대, 클하 이용 2주차), 신단미(20대, 클하 이용 1주차), 이주비(30대, 클하 이용 2주차).

클럽하우스 이용자 3명을 화상으로 만나 정치인들의 클럽하우스 이용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오명석(30대, 클하 이용 2주차), 신단미(20대, 클하 이용 1주차), 이주비(30대, 클하 이용 2주차).

Q. 나는 클하에서 정치인과 만나서 대화를 하고 싶다!
오명석(30대, 클하 이용 2주차)= Yes
이주비(30대, 클하 이용 2주차)= No
신단미(20대, 클하 이용 1주차)= Yes

클럽하우스에서 스피커로 활동하고 있는 오명석 씨는 “사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정치인이 나타나면 얘기를 해보고 싶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재미가 있어야 하고 너무 진지하거나 뻔한 이야기를 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평소 호감 마저 떨어질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한 정치인이 방을 개설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참가자 숫자가 80명 정도로 너무 적었다. 같은 시간대에 열린 성대모사 방에는 1000명이 참가하고 있었다”며 “만약 정치인 방이 재미있거나 유익했다면 참가자 수가 많았겠지만 듣던 사람들마저도 떠나는 것을 보고 ‘여기는 안 봐도 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클럽하우스 모더레이터 등으로 활동한 이주비 씨는 “정치인 방에 들어가 봤지만, 지지자들의 팬클럽 모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통이 굉장히 일방적인 느낌을 받았다”며 “의원 이름만 봐도 ‘아 여기는 어떤 얘기를 할 거 같다’고 예측이 되기 때문에 굳이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새 플랫폼을 소통 창구로 이용하는 걸 보고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들어갔을 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현 제도나 시스템이 이러한 새로운 플랫폼을 다룰 준비가 되어 있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신단미 씨는 “학생들은 정치인과 만날 기회가 적기 때문에 클럽하우스를 통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하고 싶다”며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 정치인의 방이더라도 들어가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볼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들이 젊은 사람들의 생각들 듣고 싶어 하고 변화에 발맞추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 클럽하우스에 등판한 정치인들, 영상 보러가기

전문가들 ”확증편향“ 우려도  

한계도 있다. 실시간 음성으로 대화하기 때문에 제한된 소수들에게만 발언권을 주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참가하지 않는 방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특성상 벌써 클럽하우스의 소통방식이 ‘권력화된 소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수 딘딘은 지난 9일 라디오에서 “몇몇 방을 들어가 봤는데 끼리끼리 떠들고 있고 그거를 다른 사람들에게 대화할 기회를 주지 않는 ‘우리는 우리끼리 얘기할 테니까 너희는 듣기만 해’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정치인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확증편향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인들에게 몰려가기 때문에 확증편향이 생생하게 굳어질 수 있다. 실제적인 여론과 유리된 의견을 착각한 가능성도 생긴다“ 며 “폭넓고 생생하게 여론을 받아들여 할 정치인들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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