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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힘들지만 곧 좋아지겠지” 위험한 ‘무대뽀’ 낙관주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89)

“사람들은 가끔 돈으로 미친 짓을 한다. 하지만 미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상의 원리에 대한 그 사람만의 정신 모형 속에 당시 보유한 정보를 집어넣어 보면 돈에 대해 내리는 의사 결정은 모두 타당하다.”

최근 출판되어 인기를 얻고 있는 책 『돈의 심리학』에서 저자 모건 하우절은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라는 첫 번째 장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책에 나오는 많은 스토리는 ‘그 사람 미쳤다’라는 평가를 받기에 딱 맞는 엉뚱한 짓이지만 사실 그들은 미치지 않았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자라온 형편이 다르고, 양육한 부모의 학력과 태도와 경제력이 다르고, 지나치게 빨리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나와 다른 모습일 뿐입니다.

남들이 보기에 ‘미친 짓’이라고 하는 우리의 모습을 설명하는 것이 『돈의 심리학』입니다. 『돈의 심리학』을 정독하면서, 3년여 동안 ‘돈의 심리학’이라는 타이틀로 글을 쓰면서 공부한 내용을 네 가지 관점에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재무 행동을 이 네 가지 관점에서 정리해보면 어디서 균형을 잃었고 어떻게 정상화해야 하는지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네 가지 관점은 첫째, 돈에 대해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둘째 돈을 바라볼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가? 단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가? 셋째, 돈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미래에 대한 전망이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마지막으로 나 중심으로 사고하는가? 우리 중심으로 사고하는가? 입니다. 하나씩 어떤 의미인지를 살펴봅시다.

돈에 대해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돈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 부여가 과하면 물질만능주의에 빠질 수도 있지만, 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지 못하면 건강한 재무구조를 가지기 함들다. [사진 pixabay]

돈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 부여가 과하면 물질만능주의에 빠질 수도 있지만, 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지 못하면 건강한 재무구조를 가지기 함들다. [사진 pixabay]

돈에 대한 정의를 내려 보면 ‘돈이란 자유를 선물한다’, ‘돈이란 소금처럼 늘 필요한 것이다’, ‘내가 살아온 삶의 성적표’라는 등 돈에 대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정의를 내리는 사람이 있고, ‘돈이란 마약 같은 것’, ‘돈은 필요악’이라는 식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돈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사람은 경제적인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사는 것을 ‘미친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 방법에 대해 공부하고 돈을 잘 관리하기 위해 가계부를 쓰지 않습니다. 생각하지 않았던 보너스나 수입이 들어오면 그 돈을 나누어주거나 다른 곳에 쉽게 써 버립니다. 돈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 부여가 과하면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물질만능주의에 빠질 수도 있지만, 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지 못하면 건강한 재무구조를 가지기 힘듭니다.

장기적인 관점이냐? 단기적인 관점이냐?

돈을 장기적으로 바라보느냐 단기적으로 바라보느냐는 돈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칩니다. 돈을 벌 때도, 돈을 쓸 때도, 투자할 때도 시각이 단기적인 사람은 결론을 빨리 내려고 하고, 크고 빠른 것에 관심을 가집니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은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투자할 때도 1~2년에 승부를 내는 것이 아니라 10~20년에 걸쳐 조금씩 투자를 늘려가고 차근차근 자산을 키워갑니다. 인생을 바라볼 때, 투자를 비롯한 돈 문제를 처리할 때 긴 호흡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늘 20년 뒤만 생각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무를 키우고 숲을 가꾸듯 돈을 바라보고 키워나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사진 pixabay]

늘 20년 뒤만 생각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무를 키우고 숲을 가꾸듯 돈을 바라보고 키워나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사진 pixabay]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은 그 업종에서 실패했지만 나는 다를 거야’라고 준비 없이 사업에 뛰어들 수 있고, 미래의 소득이나 재무상태도 낙관하기 때문에 소비도 절제 없이 즉흥적으로 하게 됩니다. 투자할 때도 큰 고민 없이 말 그대로 ‘지르기’를 잘합니다.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근거 없는 낙관주의는 늘 안전불감증으로 나타납니다. 미래를 예측할 때 좀 더 현실적으로, 어떤 문제가 위기가 발생 가능한지 잘 따져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왜 그들은 실패했으며 내가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래에 소득이 중단되거나 줄어든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지출해야 합니다. 내가 선택한 금융상품이나 포트폴리오의 위험은 무엇인지 따져보고 투자를 실행해야 합니다.

물론 미래를 비관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비관주의보다는 ‘현실주의적’이라는 표현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돈을 버는 것, 쓰는 것, 투자하는 것에서 좀 더 현실적인 시각, 있는 그대로의 위험과 기회를 제대로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 중심이냐? 우리 중심이냐?

나를 희생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볼 때, 나 중심에서 우리 중심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 가고 있다. [사진 pixabay]

나를 희생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볼 때, 나 중심에서 우리 중심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 가고 있다. [사진 pixabay]

직업을 선택할 때, 내가 받는 급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고, 일의 의미와 보람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소비할 때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이 있고, 착한 기업의 제품인지를 따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투자할 때 환경, 윤리 등을 따지는 사람이 있고 수익률만 높으면 된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지나치게 나 중심이어서 문제가 되고, 어떤 이는 지나치게 우리 중심이어서 문제입니다. 나를 희생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볼 때, 나 중심에서 우리 중심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MZ세대 소비 특징 중 하나인 ‘개념 소비’가 그것이고, AI와 경쟁하는 인간의 경쟁력이 ‘소통과 협력 역량’이라는 것도 그 증거입니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이런저런 반론이 가능하겠지만, ESG 투자가 대세입니다. 익숙하지 않지만 우리는 돈의 영역에서 ‘우리’, ‘공동체’에 대한 감각이 좀 더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살짝 어긋난 균형

『돈의 심리학』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돈의 영역에서 건강한 재무구조를 원한다면 살짝 어긋난 균형이 필요합니다. 0점에서 100점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간은 살짝 벗어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돈에 대해 조금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혹시 내가 ‘돈 많으면 문제도 그만큼 많아진다’라는 말에 동의하고 있다면 돈을 조금 더 사랑해야 합니다. 돈을 생각할 때 늘 1~2년 정도 짧은 기간만 생각하는 것이 익숙하다면 10~20년 뒤까지 생각하면서 재무적인 결정을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늘 20년 뒤만 생각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무를 키우고 숲을 가꾸듯 돈을 바라보고 키워나가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미래를 생각할 때 막연한 낙관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좀 힘들지만 곧 괜찮아질 거야’라는 생각은 당장 기분은 좋게 만들지만 아무런 근거가 없을 때는 나의 소중한 돈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나하나 위험을 따져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제는 좀 더 큰 나, 우리,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자리, 소비, 투자 모든 영역에서 돈이 나 중심에서 공동체, 다양한 플랫폼, 소규모 커뮤니티,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벌고 쓰고 불리는 모든 영역에서 이런 변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돈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단기적으로만 바라보면서, 아무 걱정 없이 낙관적인 태도를 가지고 나 중심으로 산다면, 아주 속 편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아주 위험합니다. 『돈의 심리학』을 읽으며 다양한 나의 재무심리를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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