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치자는 경총, 반발하는 전경련…재계 단일화도 험난

중앙일보

입력 2021.02.1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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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손경식

손경식

경영계·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렸다. 경영계가 반대해 온 상법과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부·정치권에 맞서 경영계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자성이 시발점이다. 하지만 전경련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어 두 경제단체가 실제 통합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기업규제3법·중대재해처벌법 등
경영계 의견 무시되자 반성론
손경식 “4대그룹 빠진 전경련 통합”
전경련 “10년이나 어린 단체가…”

18일 경영계에 따르면 손경식(사진) 경총 회장은 최근 참모들에게 “전경련을 흡수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전달했다. 경총 안팎에 따르면 국회에서 지난 연말 ‘기업규제 3법’에 이어 지난달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연이어 통과했지만 경영계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제 기능을 못 하는 전경련을 독립 단체로 두는 것보다 경총으로 흡수해 힘을 키우자’는 게 손 회장의 구상”이라고 전했다.

경총이 추진하는 전경련 흡수 방식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등 자산과 사무국 직원 및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진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모으는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신임 상근부회장이 주도해 합병을 위해 넘어야 할 장벽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은 지난 17일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을 새 상근부회장으로 단독 추천했다.

경영계는 그동안 전경련의 주축인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이 다시 복귀할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하지만 최태원 SK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을 수락하면서 그 가능성이 더욱 옅어졌다. 정부를 향해 기업 의견을 내는 중심축의 무게도 전경련이 아닌 대한상의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경련은 국내 경영자 단체의 대표 격이었지만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위상이 급격히 위축됐다.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의 지시로 전경련이 앞장서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대기업의 모금을 주도하고, 친정부 성향의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열린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경련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했고, 이후 다른 대기업들도 줄줄이 전경련을 떠났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기업 회비 수익이 줄었고 규모도 작아졌다. 대기업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진은 채 10명도 남지 않았다. 현재 주 수익원은 서울 여의도 사옥 임대수익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경련은 경총의 합병 시도 구상 자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운영 자체엔 문제가 없다는 게 전경련 내부 분위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총은 전경련보다 10년이나 늦게 만들어진 단체”라며 “동생이 형한테 살림이 어려우니 자기 집으로 들어오라는 격”이라며 불쾌해했다. 1961년 세워진 전경련은 정부에 대한 경제정책 제안 등에 집중하고, 경총은 노동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1970년)는 것이다. 또 전경련 내부에서는 정치·여론 변화에 따라 앞으로 4대 그룹이 복귀할 것이란 기대도 완전히 접지 않고 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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