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의 족집게 과외, 난 거미손 DNA 흡수 중

중앙일보

입력 2021.02.19 00:03

업데이트 2021.02.1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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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프로축구 전북 현대 수문장 송범근. 2002년 월드컵 4강 주역 이운재 골키퍼 코치에게 특급 과외를 받고 있다. 장정필 프리랜서

프로축구 전북 현대 수문장 송범근. 2002년 월드컵 4강 주역 이운재 골키퍼 코치에게 특급 과외를 받고 있다. 장정필 프리랜서

“이운재(48) 코치님 마인드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목표를 정하면 무섭게 집중하는데, 그 상황이 해결되면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잊으세요. 매 순간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정확히 집어내고, 그에 따른 우선순위를 철저히 지키는 스타일이죠. 함께 운동하다 보면 ‘아, 이래서 대한민국 최고가 됐구나’라는 느낌이 확 와요.”

‘트레블 꿈’ 전북 수호신 송범근
PK 막기 달인 이운재 코치 지도
‘화공 축구’ 시발점 빌드업도 담당
“조현우와 경쟁 구도 만들겠다”

17일 전북 완주군 봉동의 프로축구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골키퍼 송범근(24)은 침이 마르도록 이운재 코치 예찬론을 펼쳤다. 매일 강도 높은 훈련이 이어져도, ‘성장한다’는 즐거운 느낌 덕분에 힘든 줄 모른다고 했다.

송범근은 자타 인정하는 K리그 정상급 골키퍼다. 3년 전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최강 전북의 주전 골키퍼 자리를 꿰찼다. 세 시즌 연속으로 전북의 우승을 함께했다. 정규리그 통산 기록은 세 시즌 95경기 71실점. 경기당 0.75골에 불과하다. K리그 골키퍼 중 독보적 1위다. 그런데도 유난히 상복이 없었다. K리그 베스트11에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3세 이하에게 주는 영플레이어상도 번번이 놓쳤다. 송범근은 “솔직히 뭐가 모자란 지 고민하고 자책했던 시간도 있었다. 이젠 조바심을 버렸다. 모두가 ‘송범근이 최고’라고 말할 때 당당히 받겠다”고 말했다.

전북현대 골키퍼 송범근은 새 시즌 전북의 K리그 5연패와 3관왕에 앞장선다. 장정필 프리랜서

전북현대 골키퍼 송범근은 새 시즌 전북의 K리그 5연패와 3관왕에 앞장선다. 장정필 프리랜서

송범근이 이운재 코치를 반기는 건 ‘진정한 일인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송범근 표현을 가감 없이 전하면 “약점이 조금씩 메워지는 기분”이라는 거다. 대표적인 게 페널티킥(PK)이다. 큰 키(1m 94cm)에 민첩성과 대담성을 다 갖춘 송범근이지만, 유독 PK 방어가 약점이었다. 프로 데뷔 이후 8차례 PK 상황을 맞았는데, 막아낸 건 딱 한 번뿐이다.

현역 시절 ‘PK 방어의 달인’으로 불린 이운재 코치가 송범근에게는 이른바 족집게 과외 선생님이다. 이운재 하면 2002 한·일 월드컵 8강전 스페인전 승부차기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송범근은 “공을 끝까지 보고 점프하되, 무릎에서 허리 사이 구간으로 날아오는 볼에 더욱 집중하라는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추가로 이 코치님 ‘거미손 DNA’를 마구마구 흡수하고 있다”며 웃었다.

올 시즌 김상식(45) 감독 체제로 코칭스태프를 개편한 전북은 ‘화공(화끈한 공격) 축구’를 예고했다. 전술의 방점을 공격 쪽에 찍었기 때문에, 수비진 긴장도는 상대적으로 더 높다. 송범근은 디펜스라인을 전반적으로 조율하는 한편, 후방에서부터 빌드업할 때는 공격의 시발점 역할도 해야 한다.

이운재 골키퍼 코치를 만나 약점을 차근차근 보완 중인 전북현대 골키퍼 송범근. 장정필 프리랜서

이운재 골키퍼 코치를 만나 약점을 차근차근 보완 중인 전북현대 골키퍼 송범근. 장정필 프리랜서

송범근은 “프로 데뷔 초기엔 상대 선수 슈팅을 막는 것만도 벅찼는데, 한두 해 지나다 보니 이젠 10~20m 정도의 짧은 패스를 어디로 어떻게 연결할지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이 생긴 것 같다. ‘닥공(닥치고 공격)’에서 ‘화공’으로 진화한 전북 축구에 색깔을 맞출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송범근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 멤버다. 그 덕분에 병역 혜택을 받았다. 올겨울 논산훈련소에 입소해 기초 군사훈련도 마쳤다. 그는 “군대 축구가 재밌다기에 기대했는데, 코로나19 탓에 한 번도 못했다. 낯선 환경과 문화, 사람 사이에서 축구와 상관없는 생활을 하며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병역을 해결했는데도 송범근은 도쿄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는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생각 이상 크고 뿌듯하다. 올림픽은 ‘나이 제한’이라는 특수성도 있어 더 매력적이다. 기왕 나가기로 마음먹은 거, 동메달을 딴 2012년 런던 대회 이상의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현대 골키퍼 송범근. 완주=장정필 기자

전북현대 골키퍼 송범근. 완주=장정필 기자

전북은 올 시즌 목표를 ‘트레블(3관왕)’ 도전으로 정했다. K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FA컵까지 제패해,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 축구클럽으로 발돋움한다는 각오다.

송범근은 “소속팀 전북을 최고의 자리로 이끌면, 국가대표팀에서 경쟁할 기회도 찾아올 거라고 믿는다. K리그와 대표팀 모두에서 조현우(30·울산) 형 존재감이 크다. 내가 더 성장해 현우 형과 선의의 경쟁 구도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완주=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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