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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소송내면 2~3년 버틴다”…‘관광비자’ 외국인 80명 난민 행세 이유보니

중앙일보

입력

한 난민 신청인이 서울 목동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통역인(왼쪽)의 도움을 받아 난민 심사를 받고 있다. 이 기사와 관련 없음. 김성룡 기자

한 난민 신청인이 서울 목동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통역인(왼쪽)의 도움을 받아 난민 심사를 받고 있다. 이 기사와 관련 없음. 김성룡 기자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에게 거짓으로 난민 신청을 하도록 유도한 뒤 돈을 받아 챙긴 브로커 2명이 붙잡혔다.

부산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파키스탄인 80여 명에게 거짓 사유로 난민 신청을 하도록 알선한 뒤 돈을 받은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외국인 브로커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민특수조사대는 또 이들에게서 돈을 받고 거짓 거주지 입증서류를 만들어준 고시원 운영자 B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이민특수조사대에 따르면 브로커 A씨는 난민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까지 2~3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제도의 허점을 노렸다. 그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지인에게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파키스탄인을 소개받은 뒤 난민 사유가 없는데도 거짓으로 난민 신청을 하도록 유도했다. 관광비자는 국내 체류기간이 최대 90일이지만 난민 신청을 하면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한국에 머물 수 있어서다.

이는 국내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돈을 벌고 싶었던 파키스탄인 80여명에게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이들은 자국으로 돌아가면 탄압이나 신변 위협을 받는 등 난민 신청 사유가 있는 것처럼 꾸며 난민 신청을 했다. 이민특수조사대 관계자는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이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하면 최소 2~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그 기간동안 난민 신청자 자격으로 국내 머물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거짓으로 난민 신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한국에 체류한 A씨는 1인당 100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거짓 난민 신청을 알선했다고 한다. A씨는 난민 신청자들의 거주지를 거짓으로 기입하기 위해 고시원 운영자 B씨에게 고시원에 거주하는 것처럼 꾸민 입실 원서를 제공받았다. B씨는 거짓 입실 원서를 제공한 대가로 건당 15만원씩을 받았다.

이민특수조사대는 이들이 신청한 난민 신청 서류에서 특정한 문구가 반복되는 것에 의심을 품고 수사를 벌여 A씨를 검거했다. 또 거짓으로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 80여명 중 소재가 파악된 8명을 검거해 2명은 구속 송치하고 6명은 강제 퇴거 조처했다. 이민특수조사대 관계자는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70여명을 현재 추적 중”이라며 “검거되는 대로 난민 자격 여부를 조사한 뒤 난민 자격이 없으면 강제 퇴거 등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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