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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구찌에 무슨일이? 지난해 실적 ‘나홀로 하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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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트럼프 타워에 입점한 구찌 매장. 연합뉴스

뉴욕 트럼프 타워에 입점한 구찌 매장. 연합뉴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는 명품 브랜드 구찌가 맥을 못 추고 있다.
구찌를 보유한 프랑스의 ‘케링(Kering)그룹’은 17일(현지시간) 구찌의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이 22억8060만 유로(약 3조34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10.3% 줄었다고 밝혔다. 케링그룹은 구찌를 비롯해 입생로랑·보테가베네타·발렌시아가 등의 명품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 중 구찌는 매출의 절반 이상,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브랜드다.

하지만 지난해 구찌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분기(-23.2%) 2분기(–44.7%) 3분기(–8.9%) 4분기 (–10.3%)로 계속 줄어들었다. 그 결과 2020년 구찌 전체 매출은 74억4060만 유로(약 9조8900억원)로 전년대비 21.5%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6억1450만 유로(약 3조4700억원)로 33.8% 급락했다. 이는 그룹 내 다른 명품 브랜드의 매출 성장과도 비교된다. 지난해 보테가베네타는 전년대비 15.7% 성장한 것을 비롯해, 입생로랑이 0.5%, 발렌시아가와 알렉산더 맥퀸 등 기타 브랜드도 1.7% 증가로 한 해를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쇼핑 아케이드의 구찌 매장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쇼핑 아케이드의 구찌 매장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케링그룹이 실적하락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회사는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한 매장 폐쇄에도 불구하고 구찌가 중국 등 현지 고객들을 중심으로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온라인 판매가 연간 70% 가까이 빠르게 늘었다”고 자평했다. 또 “영업마진 역시 연간 35.1%로 매우 빠르게 회복했다”고 덧붙였다. 매출 부진에 대해선 “그동안 크게 의존했던 도매 비중을 줄이고 직접 판매를 늘리는 정책의 영향”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외부에선 구찌의 하락세를 심상치 않게 보는 시각이 많다. 구찌는 ‘고리타분하다’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2015년 알렉산드로 미킬레오 디자이너(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영입해 수년 간 초고속 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런 변화에 권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시장에서 경쟁자인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 등의 브랜드에 밀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찌는 해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판매 비중이 커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여행객 구매가 사라진 데 큰 타격을 받았다.

구찌는 올해 브랜드 창립 100주년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약 150개의 대대적인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구찌의 실적 악화가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이 같은 대규모 마케팅이 효과를 거두겠지만, 브랜드 경쟁력 자체의 약화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멀어진 것이라면 회복에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실적발표 이후 프랑스 파리 증시에서 케링그룹 주가는 7% 이상 하락해 유로스톡스600 지수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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