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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해커, 총대신 키보드 들고 가상지갑 턴 세계의 강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전 세계의 은행과 기업에서 13억 달러(약 1조 4000억원) 이상의 현금 및 가상화폐를 빼돌리고 요구한 혐의로 북한 정찰총국 소속 3명의 해커를 기소했다.   작년 12월에 제출된 공소장에 따르면 기소된 해커는 (사진 왼쪽부터) 박진혁, 전창혁, 김일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며 북한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소속이다. [사진 미 법무부]

17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전 세계의 은행과 기업에서 13억 달러(약 1조 4000억원) 이상의 현금 및 가상화폐를 빼돌리고 요구한 혐의로 북한 정찰총국 소속 3명의 해커를 기소했다. 작년 12월에 제출된 공소장에 따르면 기소된 해커는 (사진 왼쪽부터) 박진혁, 전창혁, 김일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며 북한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소속이다. [사진 미 법무부]

"총이 아닌 키보드를 사용해 현금 다발 대신 가상화폐 지갑을 훔치는 북한 공작원들은 세계의 은행 강도다."

미국 법무부가 17일(현지시간)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커 3명을 기소한 가운데, 존 데머스 미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이들을 이같이 비난했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박진혁·전창혁·김일이라는 이름을 쓰는 북한 해커 세 명은 전세계 은행과 기업에서 13억 달러(한화 약 1조 4000억원) 이상의 현금과 가상화폐를 빼돌리거나 돈을 요구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이들은 북한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소속으로, 정찰총국은 '라자루스 그룹' 'APT38' 등 다양한 명칭으로 알려진 해킹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북한 평양의 과학기술단지에서 연구진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북한 평양의 과학기술단지에서 연구진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 AP=연합뉴스

北해커 3명, 1조4000억 해킹혐의 기소

미 검찰은 이들 공작원이 2017년 5월 파괴적인 랜섬웨어(데이터 접근을 막고 몸값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 바이러스인 워너크라이를 만들어 은행과 가상화폐 거래소를 해킹하는 등 범행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했다.

로스앤젤레스 법무부와 미 연방수사국(FBI)도 해커들이 뉴욕의 한 은행에서 훔쳐 2곳의 가상화폐 거래소에 보관 중이던 190만 달러의 가상화폐를 압수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당국은 압수된 화폐가 은행에 반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北지도자 소재 영화에 소니픽처스 공격 

이번 기소는 미 정부가 2014년 발생한 소니픽처스의 사이버 공격에 연루된 박진혁을 2018년에 기소했던 사건을 기초로 이뤄졌다. 당시 박진혁에 대한 기소는 미국이 북한 공작원을 첫 기소한 사례였다.

당시 해킹은 소니픽처스가 북한 지도자 암살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 '인터뷰'를 제작·배급하는 것에 북한이 강력히 반발한 뒤 발생했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은 해킹 사태 이듬해인 2015년 북한 정찰총국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북 제재를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도 했다.

라자루스 그룹의 멤버이자 북한이 내세운 위장회사 '조선 엑스포 합영회사' 소속으로 알려진 박진혁은 소니픽처스 해킹 외에도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을 통해 8100만 달러를 빼내거나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 ▶2016~2017년 미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에 대한 해킹 시도 등 혐의도 받고 있다.

이번 사례는 북한이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그들의 주요 수출국에서의 금융 사이버 절도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WP는 전했다.

캘리포니아 중부지검 트레이시 윌키슨 검사장 대행은 "북한 해커들의 범죄 행위는 광범위하고 오랫동안 지속됐다"며 "이는 정권을 지탱할 돈을 얻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국가적인 범죄 행위"라고 밝혔다.

미국기업연구소 분석가 니콜러스 에버하트는 13억 달러는 2019년 북한의 민수용 수입상품 총액의 거의 절반이라며 "북한 경제에 엄청난 비중"이라고 평가했다.

美 "대북정책 검토 때 北해킹 고려" 

한편 조 바이든 행정부는 앞으로 대북 정책을 검토할 때 북한의 악의적인 해킹 관행도 살펴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의 대북정책 검토는 북한의 악의적인 활동과 위협을 총체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물론 우리는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가장 자주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악성 사이버 활동은 우리가 주의 깊게 평가하고 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석현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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