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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게 산골 인심…주민끼리 재난지원금 1억5900만원 풀었다

중앙일보

입력

시골 마을 환호하게 한 자체 재난지원금

강원 평창군 방림3리 마을 주민들이 마을발전기금으로 구입한 20㎏ 쌀. 이 쌀은 이달 초 방림3리 전 가구에 전달됐다. 사진 독자제공

강원 평창군 방림3리 마을 주민들이 마을발전기금으로 구입한 20㎏ 쌀. 이 쌀은 이달 초 방림3리 전 가구에 전달됐다. 사진 독자제공

강원 평창군 방림면 방림2리에 사는 박종숙(57·여)씨는 지난 10일 마을 반장에게 20만원 상당의 농협상품권을 받았다. 박씨가 받은 상품권은 마을 주민이 지난해 1만6500㎡ 밭에서 옥수수를 재배해 판매한 수익금과 마을발전기금으로 마련한 것이다.

 박씨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남편이 손이 아파 일을 못 하게 되면서 형편이 어려워졌는데 마을에서 신경을 써줘 고마울 뿐”이라며 “마침 쌀이 떨어질 때가 돼 이번에 받은 상품권으로 쌀을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림2리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마을 주민 62가구에 각 20만원씩 자체 재난지원금 1240만원을 전달했다.

 강원도 산골 마을을 중심으로 코로나19로 심신이 지친 주민을 위로하기 위한 마을 자체 재난지원금 지급이 줄을 잇고 있다. 인근 마을인 평창군 방림면 계촌1리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주민에게 지난 9일 마을발전기금으로 구매한 쌀 20㎏을 가구당 2포대씩 전달했다. 계촌1리는 주민 50가구에 지난해 추석 때도 쌀 20㎏ 2포대를 지원했고 주민세도 마을발전기금으로 내줬다.

추석 이어 설에도 전달 주민들 ‘온정 느껴’

농어촌복합마을인 강원 삼척시 오분동 마을운영회와 현안대책위원회가 이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자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 오분동현안대책위

농어촌복합마을인 강원 삼척시 오분동 마을운영회와 현안대책위원회가 이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자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 오분동현안대책위

 평창군 방림3리는 이달 초 5만원 상당의 강원상품권과 쌀 20㎏을 마을발전기금으로 사 전 가구에 전달해 큰 호응을 얻었다. 최정근 계촌1리 이장은 “마을발전기금은 주민을 위해 쓰는 기금인 만큼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생계까지 위협받는 고령의 노인과 소상공인을 위해 수백만원의 통큰 지원을 한 마을도 있다. 농어촌복합마을인 삼척시 오분동 마을운영회와 현안대책위원회는 이달 초 회의를 열고 운영위원 만장일치로 자체 재난지원금인 ‘오분동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오분동의 경우 주민 70%가 노인인 데다 자영업 종사자가 많아 코로나19 장기화에 직격탄을 맞은 이들이 많은 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분동 마을운영회는 30년 가까이 모아온 마을발전기금을 활용해 지난 4일 각 가정에 150만원을 지급했다. 대상 가구는 106가구로 1억5900만원에 이른다.

 이재덕 오분동현안대책위원장은 “우리 마을은 노인 비율이 70%인 데다 고령인 독거노인이 상당히 많아 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다”며 “마을기금을 활용한 재난지원금이 마을공동체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을발전기금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농어촌복합마을인 강원 삼척시 오분동 마을운영회와 현안대책위원회가 이달 초 가구당 150만원의 자체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내용이 표시된 입금확인서. 사진 오분동현안대책위

농어촌복합마을인 강원 삼척시 오분동 마을운영회와 현안대책위원회가 이달 초 가구당 150만원의 자체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내용이 표시된 입금확인서. 사진 오분동현안대책위

 농촌마을의 통 큰 지원은 지난해 5월 양구군의 한 마을에서 시작됐다. 양구군 동면 임당2리 마을은 당시 주민에게 가구당 200만원의 자체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화제가 됐다.

 임당2리 마을회는 당시 마을회관에서 총회를 열고 그동안 모아온 마을발전기금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하는 안건에 대해 주민투표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주민 100%의 찬성으로 지급이 결정됐다. 이에 임당2리 마을 주민들에게는 가구당 200만원의 자체 재난지원금이 지급됐고, 전입 1~2년의 귀농·귀촌 가구는 100만원을 받았다. 당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40여 가구 총 8800만원이다.

 이현철 임당2리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침체한 지역경제 회생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주민들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동의를 얻어 마을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며 “요즘처럼 주민이 어려움을 겪을 때 마을발전기금을 활용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평창=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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