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에 아들 잃고 대기업 사표···"평생 정신적 고통" 父 일침

중앙일보

입력 2021.02.17 23:18

업데이트 2021.02.18 02:15

지난해 10월 경기에 출전한 이재영과 이다영(왼쪽).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경기에 출전한 이재영과 이다영(왼쪽). 연합뉴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인 ‘푸른나무재단’이 최근 재학시절 발생한 학교폭력을 성인이 된 후 폭로하는 현상에 대해 “학교폭력은 평생을 가는 정신적 고통이기에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푸른나무재단의 설립자인 김종기 명예이사장은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 나이에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대기업 임원을 그만두고 청소년 폭력 예방을 위해 일하고 있다.

17일 푸른나무재단은 재학시절 발생한 학교폭력에 대해 침묵하던 피해자가 5~10년 후 입을 열기 시작한 현상을 ‘학폭 시즌 2’로 규정했다. 개인적인 상처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사건을 유명해진 가해자와 의도하지 않게 마주하면서 부정적 심리반응이 일어났고, 이를 용기 내어 폭로하며 아픔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최근 TV조선 ‘미스트롯2’에 출연한 진달래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며 방송에서 하차했고, 여자프로배구 스타였던 쌍둥이 자매 이재영‧다영 선수 역시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무기한 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재단은 “일각에서는 철모르던 청소년 시기의 한때 잘못으로 앞날의 삶을 모두 망치게 하는 것이 옳기만 한 것이냐는 의구심을 표출한다”며 “가해자를 마녀사냥 식으로 내몰면 안 된다는 견해도 분명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기심이나 아니꼬움이 아니라 재학시절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야기한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 피해자는 그 깊은 상처를 치유받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는 정신적 트라우마 상태를 벗어날 수 있어야 하고 가해자는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재단은 조언한다. 십여년의 세월을 홀로 아파해야 했던 피해자와 한순간 드러난 잘못으로 모든 성취와 업적이 허물어질 위기에 처한 가해자,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이들에게 필요한 건 ‘사죄하고 용서받고 화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른나무재단은 “학교폭력에 대한 기억은 평생을 가는 정신적 고통이며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되어야 하고, 그를 바탕으로 피해자의 용서와 화해가 병행되어 궁극적으로는 두 사람 사이의 인간성 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재단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한 용서와 회복을 위한 ‘화해클리닉’ 대상을 재학생에서 성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전 국민이 학교폭력 예방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할 예정이다.

재단은 “가해자와 학부모는 학창시절 충분한 화해를 이루지 못한다면 평생의 짐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며 “학교폭력 미투와 관련한 전문가의 다양한 견해를 들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gn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