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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로 현 초6부터 대입개편...수능·수시 다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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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경기 구리시 갈매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경기 구리시 갈매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

교육부가 올해 초등 6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대입제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학생의 진로‧적성에 맞춰 수업을 듣고 졸업하는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리려면 내신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까지 바뀌어야하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수능 절대평가와 서술형 수능이 도입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이 처음 적용되는 올해 초등 6학년이 대입을 치르는 2028학년도부터 대입제도는 크게 바뀐다. 예상되는 변화는 크게 세 가지다. 수능 문제, 수능 성적 산출 방식, 대입 전형 요소다. 교육부는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2024년 2월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대입 제도의 변경은 4년 전에 공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형 수능' 서술형, 절대평가 전환 가능성 

우선 예상되는 변화는 서술‧논술형 수능 도입이다. 서술‧논술형 수능을 객관식 수능과 분리해 따로 시험을 치를 수도 있고, 현행 수능에 서술‧논술형 문항만 추가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어떤 방식이냐에 따라 수능 시행 시기, 시험 기간, 출제영역, 문항 등이 전반적으로 달라진다.

교육부는 아직까지 '미래형 수능'의 구체적 방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기존의 객관식 체제를 벗어나겠다는 뜻은 여러차례 밝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고교학점제 도입이 오지선다 수능 문제로 상징되는 획일적인 교육과 경쟁 중심의 교육에서 탈피하는 계기 될 것”이라며 서술‧논술형 수능에 힘을 실어줬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김진경 의장도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대입시험에서 서술‧논술형 문항 도입은 국제적인 추세고, 우리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술‧논술형 수능이 도입될 경우 채점 과정에서의 공정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만 해도 불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서술‧논술형 수능 도입은 시기상조 같다”며 “우리나라는 대입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강한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마다 수강 과목이 제각각인데, 현재처럼 수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면 학점제를 도입해도 수능 과목만 치중하는 문제가 있다. 제도를 바꿔도 수능이 있는한 고3 교실이 수능 준비를 위한 문제풀이식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선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꿔 영향력을 낮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전 경기도 구리 갈매고등학교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브리핑을 마친 뒤 학교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전 경기도 구리 갈매고등학교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브리핑을 마친 뒤 학교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수시제도 변화…대학별고사 늘어날수도

고교학점제 도입 후 대입 수시 제도 변화도 불가피하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시에서 학생부교과전형은 사라지고, 학생부종합전형‧논술전형만 남을 수도 있다고 본다. 고교학점제에서는 내신 절대평가가 도입되는데, 이렇게 되면 변별력이 약해져 내신 성적 위주로 평가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예상이다.

수능과 내신 모두 변별력이 약화될 경우에는 또 다른 대입 전형 요소가 늘어날 수 있다. 논술‧구술 같은 대학별 고사가 대표적이다. 수험생으로서는 또 다른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서울 한 사립대의 입학사정관은 “내신‧수능이 모두 절대평가로 바뀌는데 대학별 고사도 치르지 못하면 학생을 추첨으로 뽑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깜깜이’ 선발이 되기 때문에 대학은 어떤 식으로는 전형 요소를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대입이 더 복잡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키우는 김모(39‧서울 송파구)씨는 “현 정부에서만 벌써 대입제도가 몇 번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며 “매번 달라지는 대입제도 때문에 어느 장단에 맞춰 교육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최근 재수생 비중이 계속 늘고있지만, 2028학년도에 대입 제도가 크게 바뀌면 재수생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입시제도가 크게 달라질 때마다 재수생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왔다”며 “대입제도가 마련되는 과정은 물론, 도입 후에도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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