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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도 백신 접종 시작…1호 접종 병원장 "하나도 안 아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오전 9시 일본 도쿄(東京) 메구로(目黒)구의 도쿄의료센터. 이 센터 아라키 가즈히로(新木一弘) 원장이 임시로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 들어서며 왼쪽 소매를 걷어 올렸다. 의사가 "자 들어갑니다"라는 신호와 함께 주사바늘을 찔렀다. 그가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접종이 끝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0초였다.

의료진부터 시작...4월부터 65세 이상 고령자 #전세계 백신 대란, 화이자 물량 확보가 관건 #아스트라 65세 이상 접종 여부는 결정 안돼

17일 오전 일본 도쿄메디컬센터에서 이 병원 아라키 가즈히로 원장이 화이자사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17일 오전 일본 도쿄메디컬센터에서 이 병원 아라키 가즈히로 원장이 화이자사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에선 이날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도쿄의료센터를 비롯한 전국 100개 국립의료기관에서 의사·간호사 등 의료 종사자 4만명이 우선 맞는다. 도쿄의료센터에서는 1호 접종자인 아라키 원장을 비롯해 이날 12명이 백신을 맞았고, 이어 800명의 스태프가 1차 접종을 받게 된다. 아라키 원장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의료진의 우선 접종이 많은 국민이 안심하고 접종을 받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에 접종하는 의료진 4만명은 백신의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모니터링에 자원한 이들이다. 이들 중 2만명은 백신 접종 후 7주간 발열이나 통증 등의 몸 상태를 체크해 후생노동성에 보고한다. 3월 초 이들에 대한 2차 접종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전국 의료진 370만명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4월부터는 65세 이상 고령자 3600만명이 접종을 받는다. 이후 기저질환자(약 820만명), 고령자 시설 근무자(약 200만명)가 차례로 접종한다. 65세 이하 일반 국민이 백신을 맞는 것은 여름 이후가 될 전망이다.

일본 코로나19 백신 접종 일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일본 코로나19 백신 접종 일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백신 접종을 책임지고 있는 고노 다로(河野太郎) 행정개혁담당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2월 말까지 1년을 접종기간으로 잡고, 백신 수급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접종 장소는 각 지자체가 결정한다. 4월부터 대규모 접종이 시작되면 체육관 등 대형 시설에서 실시하는 '집단 접종', 개인병원에서 실시하는 '개별 접종'을 병행할 계획이다. 도쿄의 스모 경기장인 '료코쿠(兩國) 고쿠기칸(國技館)'에서도 스모 선수들과 지역 주민이 함께 접종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일본은 지난해와 올해 초에 걸쳐 화이자 백신 1억 4400만 회분(7200만 명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억 2000만 회분(6000만 명분), 모더나 백신 5000만 회분(2500만 명분)을 들여오기로 계약을 마쳤지만 접종 시작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2개월 이상 늦어졌다. 일본에서 사용 승인을 받기 위해선 국내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하는 규정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전 국민이 하루라도 빨리 접종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을 지고 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저녁 도쿄의료센터의 한 직원이 병원에 도착한 화이자 백신의 온도를 확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6일 저녁 도쿄의료센터의 한 직원이 병원에 도착한 화이자 백신의 온도를 확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전 세계가 '백신 대란'을 겪는 상태라 예정대로 물량이 공급될지는 불확실하다. 일본은 유럽에 있는 화이자 공장에서 백신을 공급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백신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백신을 실은 비행기가 일본으로 출발할 때마다 EU로부터 개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1차 물량 40만 회분(20만 명분)이 일본에 들어와 있으며 2차 물량은 다음 주 도착한다. 2차 공급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현재까지 화이자 백신만 후생노동성의 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아스트라제네카는 승인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 여부에 대해 고노 담당상은 "후생노동성이 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아스라제네카는 3월까지 3000만 회분(1500만 명분)의 백신을 일본에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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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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