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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궁전에 갇혔다" 욕실서 SOS 보낸 두바이 공주,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UAE 왕족의 일원인 라티파 공주가 보낸 영상 일부. "매일 내 안전과 생명이 걱정된다"는 내용이다. [BBC 유튜브 공식 계정 영상 캡처]

UAE 왕족의 일원인 라티파 공주가 보낸 영상 일부. "매일 내 안전과 생명이 걱정된다"는 내용이다. [BBC 유튜브 공식 계정 영상 캡처]

두바이 통치자의 딸이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왕족 일원인 셰이카 라티파 공주가 아버지에 의해 감금돼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1985년 생으로 올해 36세인 라티파 공주는 BBC가 16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의 아버지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은 UAE의 부통령이며 두바이의 최고 권력자다. 그의 30여명의 자녀 중 한 명이 라티파 공주다. 라티파 공주는 2018년 “아버지가 내 자유를 억압한다”며 “차라리 햄버거 패티를 구워 생계를 유지하며 살겠다”고 미국으로 탈출하려다 잡힌 뒤 공개 석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셰이크 알 막툼의 부인 중 한 명인 하야 빈트 알 후세인도 그를 피해 영국 런던에 은신 중이다.

라티파 공주는 BBC가 공개한 영상에서 “지금 나는 감옥 궁전(jail mansion)에 갇혀 있다”며 “5명이 넘는 경호원들이 나를 감시하고 있으며 ‘잘못하면 다신 태양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위협한다”고 말했다. 라티파 공주는 욕실로 추정되는 곳에서 웅크리고 앉아 낮은 목소리로 셀카 영상을 촬영했다. 그는 장소 선택에 대해 “내가 유일하게 감시를 받지 않는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티파 공주는 “나는 의료진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혼자 갇혀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셰이크 알 막툼과 부인 하야 왕비가 영국에서 승마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하야 왕비는 이후 영국으로 망명했다. 남편의 자신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로이터=연합뉴스

셰이크 알 막툼과 부인 하야 왕비가 영국에서 승마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하야 왕비는 이후 영국으로 망명했다. 남편의 자신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영상은 그의 핀란드인 친구 티이나 자우하이넨이 보낸 것이라고 BBC는 설명했다. 자우하이넨은 2018년 라티파 공주가 요트로 인도양을 거쳐 미국으로 탈출을 시도할 때도 동행했던 인물이다. 이후 그는 라티파 공주의 자유를 찾아줘야 한다며 유엔 등 인권 단체에 호소를 해왔다. 라티파 공주는 이번 영상에서 2018년 실패로 끝난 탈출 시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요트에 갑자기 15명 이상의 특공대원들이 들이닥쳤고, 그 중 한 명이 내게 주사를 맞히려 했다”며 “내가 그의 팔뚝을 깨물고 거세게 저항하자 여러 명이 나를 붙잡고 주사를 놓았으며 나는 곧 비행기로 옮겨져 의식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라피타 공주는 앞서 2016년에도 탈출을 시도했다 붙잡힌 적이 있다. 그는 “아버지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한다”며 “내가 이동하는 시간과 장소, 먹는 것까지 모두 감시 받는 삶을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셰이크 알 막툼 측의 주장은 다르다. 그를 변호하는 측에선 라티파 공주가 조울증을 앓고 있으며, 따라서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감금이 아니라 보호를 하고 있다는 게 아버지 측의 주장인 셈이다.

이번 영상을 BBC에 공개한 핀란드 친구 티이나 자우하이넨(오른쪽). [BBC 유튜브 공식 계정 영상 캡처]

이번 영상을 BBC에 공개한 핀란드 친구 티이나 자우하이넨(오른쪽). [BBC 유튜브 공식 계정 영상 캡처]

여론은 그러나 아버지보다는 딸의 편으로 기울고 있다. 셰이크 알 막툼이 라티파 공주 뿐 아니라 하야 왕비에 이르기까지 여성인 가족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BBC는 “(라티파 공주의 친구인) 자우하이넨이 영상을 유엔 등에도 넘겼다”고 전했다. 자칫 여성 인권 문제로도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 못하는 셈이 됐다.

셰이크 알 막툼 역시 여성 인권 탄압에 대한 비판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를 무마하기 위한 조치도 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가 주도하는 여성 리더십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방카 트럼프는 한 포럼에서 “셰이크 알 막툼의 너그러운 지원에 감사드린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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